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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메그트 벨리 학습탐사지.^^


  7월 21일(화) 학습탐사 5일

허벅지가 욱신거리고 머리는 지끈거렸다. 침낭 지퍼를 열고 허리를 일으키는데 뚜두두둑.

항상 아침에는 늦잠을 잤지만 이 날은 더욱 늦잠을 자고 싶은 날 이였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강렬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무겁다는 눈거풀을 간신히 들어 올려 텐트 밖을 보았다. 벌써 다른 대원들은 막바지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제의 모래언덕 등반 후유증이 밀려오고 있던 것이다. 무언가 느낌이 쎄했다. 이 날 하루는 어딘가 불안 불안 할 것 같은 예감.

 

숙영지를 떠나기 전 임시로 설치하는 화장실로 들어가 처리하고 나왔는데 아뿔싸. 오른쪽 신발이 이상했다. 설마설마하며 발다닥을 돌려 보았다. 맙소사...

누군가의 묵직한 뒷 흔적을 고스란히 찍어 밟아버린 것이다. 짜증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전날 엄마도 경험해 본지라 더욱 속상해 하셨다.

매마른 쟈크나무에 신발을 비비고 마른 흙으로 신발이 닳도록 비벼댔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는지 아침부터 정신없이 시작됬다.

 

어제 모래언덕 등반 때문인지 온 몸이 지끈거리고 피곤에 지쳐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 모래바람을 맞아 모래가 들어갔는지 한 쪽 눈이 팅팅 부으며 눈물이 계속 흘렀다. 결국 식염수로 씻어내고 안약을 넣어야만 했다. 훌쩍거리며 썬크림을 더듬더듬 훑었다. 어제 미쳐 썬크림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버스에 두고 내려 따로 챙기지 못했다. 버스는 그대로 있으니 당연히 의자 위에 있겠지 하며 안심했는데 막상 버스에 오니 보이질 않았다.

 

짐을 항상 옮기고 꺼냈다 넣었다 하니 하루에도 잃어버리는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썬글라스가 파손되거나 아예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깨잘한 머리끈부터 안경닦이, 건전지. 제일 답답한 건 분명 전날 짐을 정리하며 휴지를 따로 쉽게 꺼내 쓰려고 챙겨두면 다음 날 되면 감쪽같이 사라져 없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에 와서야 휴지 덩어리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암튼 정말 절실히 필요한 물건이 자주 흘리고 없어지는데 내게 제일 소중한 파우치가 없어진 것이다. 썬크림부터 각종 로션과 수분크림 그리고 하찮은 립밤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당장 써야 할 것들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결국 찾질 못하고 김선미 선생님이 썬크림 샘플들과 혹시 모를 비비 샘플을 주시며 로션도 바르라고 챙겨주셨다. 순간 울컥했다. 너무너무 죄송하고 감사해 감동이 밀려왔다. 사랑의 베품 덕분에 몇 일 동안은 썬크림을 바를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세포들이 다 뒤엉키고 있는 것 같았다. 천근만근 쑤시는 몸에 피곤하고 무기력한데 아침부터 뒷 흔적을 밟질 않나, 눈병이 나질 않나, 소중한 물건이 없어지질 않나...

그래도 누가 훔쳐간 것이 아니니 잃어버린 건 꼭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며 마음을 풀어나갔다.

 

정신없이 아침이 지나 벌써 해가 중천에 떳다. 간단한 샌드위치로 배를 채웠다. 아마 10일 후엔 내 위가 반으로 줄어들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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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려 우리는 드디어 네메게트에 도착했다. 돌을 오븐에 구운 것 같은 반질반질한 암석들이 큰 길을 만들어주었다.

이곳은 아주 옛날에 공룡이 서식했던 곳이다. 때문에, 엄청난 공룡화석들이 숨어있다.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숨바꼭질 술래처럼 꼭꼭 숨어있는 화석들을 직접 찾아본다.

 

돌이 가득 누워있는 가파른 비탈길에 돌들을 뒤적여 보았다. 이 돌, 저 돌 찾아보아도 화석이라곤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화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도 잘 모르겠다.

화석이 어떻게 생겨 있어요?”

정인식 선생님이 찾은 돌을 내게 보여주셨다.

오돌도톨한 돌 위에 작지만 선명하게 이파리가 새겨져 있었다.

, 정말 화석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뒤적거리다가 화석이란 말에 눈이 번쩍 떠지며 어디어디?를 외쳤다.

 

마치 개가 주인의 물건 냄새를 맡고 주인을 찾아가듯이 화석 모양을 계속 떠올리며 눈에 띄는 돌이란 돌들은 뒤집어 보았다. 워낙 비탈진 길이라 그런지, 위에서 돌을 밟으며 움직이면 우수수 돌들이 미끄러져 내려와 아랫사람들은 요령껏 피해야만 했다.

 

그 순간, 위에서 우당탕 거리며 돌들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깜짝 놀라며 바닥을 짚으며 아래로 급히 피했다. 피하며 어떤 돌멩이를 무의식적으로 집어 올렸는데 글쎄, 그림같은게 있었다. 뭐지 하며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작은 이파리가 있었다.

우와! 나도 찾았다!”

일단 기쁜 마음에 함성을 지르고 보았다. 그러나 이미 사람들은 손안에 한가득 화석이 메달려 있었다. 이 곳에 와서 화석을 찾는 것 보다 화석을 못 발견 하는 것이 더욱 놀라운 일이다.

 

아직 찾지 못한 엄마가 달려와서 생생현장 사진을 찍었다. 왠지 하나 찾으니 승부욕이 활활 타올랐다. 한국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 여기서 본전을 뽑아볼 셈이였다.

 

이번엔 더욱 선명하고 예쁜 이파리를 찾고 싶었다. 왠지 느낌오는 돌들을 뒤집어보고 돌려보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운이였을까 너무 쉽게 찾은 듯 했다. 터가 안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자리를 이동해 보았다. 위에 올라갈수록 심장만 아찔해지지 아래나 위나 똑같을 거란 생각 후 아래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아래에도 다양한 돌들이 많았다. 쭈그려 앉아 여기저기 훑어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여기로 모이세요! 지금 서지미 박사님이 아주 대단한 것을 발견 해 왔어요

다리도 저려오고 궁금하기도 해 얼른 달려가 보았다.

아빠의 손에는 작은 돌덩이가 있었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돌멩이 같은데 대단한 것이라니?

지금 여기 둥근 모양이 바로 알이에요. 조심스럽게 예측하자면 이게 공룡알 일수도 있습니다.”

공룡알 이라는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남자 어른 주먹정도 크기에 그냥 어두운 평범한 돌 색깔이였다. 하지만 양쪽 모서리 부분에 동그란 메추리알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다. 누런 빛을 띄고 입체적인 것이 알 이였다.

이때까지 화석이라곤 이파리 뿐이였는데 같은 시간안에 보물을 찾은 것이 놀랍고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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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알 화석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키고 탐색했다. 마치 옛날 동심으로 돌아가 소풍 때 즐겨하던 보물찾기처럼 말이다.

돌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찾는데 내 눈에 붉은 돌이 보였다. 하얀색으로 중간중간 마블링이 된 것이 마치 꼭 돼지고기 목살 같았다. , 배고프다. 화석찾기 나는 이미 글러 보인다.

아래도 찾다 지쳐 또 다시 자리를 이동해 보았다. 이번엔 조금 위로 올라가지만 아까와는 위치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돌이 한 쪽이 편평한 것이 느낌이 팍 꽂혔다. 뒤집어 보니, 역시 화석이 나왔다. 이파리가 새겨져있는데, 두 쪽 면에 선명하게. 풍성한 이파리가 그림처럼 그려져 있었다. 자신감이 높아지며 이 돌, 저돌, 잡아 올렸는데 두 개 모두 화석이였다. 선명하진 않지만 흐릿한 이파리와 선명하지만 줄기 부분만 선명한 화석. 그래도 분명히 화석은 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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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식물 화석보단 동물 화석을 찾고 싶었다. 동물뼈나 공룡뼛조각이나...

갑자기 아빠가 내게 돌을 보여주셨다. 그 돌에는 선명한 알이 있었다. 아빠도 알 화석을 발견한 것이다. 역시나 평범한 돌덩이에 선명한 알 테두리. 알이 분명하다.

갖가지 화석들을 안고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네메게트 벨리를 떠났다.

 

아빠가 찾은 공룡알과 내가 찾은 화석들을 한국에 가져가고 싶었는데 아빠는 공항에서 걸릴 거라고 미련 없이 바닥에 버리셨다. 엄마는 그 귀한 걸 왜 버리냐고 했지만 사진에 남겼다며 괜찮다고 했다. 사실, 많이 아까웠다. 살면서 언제 공룡알을 직접 발견해볼까...

 

우리는 식량 보충을 위해 마을로 갔다. 그곳의 슈퍼마켓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우리나라 동네에 있을 법한 큰 마트정도 되는 크기에 현란 찬란한 형광등과 넘쳐나는 한국제품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나라 제품인 휴지와 과자를 샀다. 그리고 곧 해먹을 칼국수를 위해 칼국수 재료들과 김치, 라면 등을 구입했다.

 

마트 직원 딸인 듯 보이는, 얼핏 우리나라 초등 저학년에서 고학년 정도 된 여자아이 두명이 우리가 외국인이라 그런지 수줍게 계속 쳐다보았다. 서로서로 무언가 얘기하는데, 몽골어지만 왠지 알아들을 것만 같다. 인사를 하고 싶어 하는데 수줍어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계속 무언가 웃으며 말을 꺼내려다 꺄르르 웃으며 만다. 몽골식 인사법을 알면 내가 걸어주고 싶었지만 더욱 부끄러워 한 나도 건네지 못했다. 나중에 우리 버스가 떠날 때 문 앞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주던 몽골. 수줍게 나도 손을 흔들며 답했다.

 

이 날은 숙영지에 밤늦게 도착하였다. 더욱 피곤하게 느꼈던 지친 몸이라 텐트에 들어가자마자 풀썩 쓰러진 것 마냥 깊은 꿈을 꾸었다.

고비사막으로 들어와 밤하늘이 선명하게 보인다.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뭉글뭉글 해진다.

그저 검은 도화지에 뿌려진 잉크자국이라지만, 해가 졌다고 절망했을 때 반짝반짝 빛나는 자국들이 밝게 비쳐주어서 응원해 주는 것 같아 더욱 선명하다.

널리고 널린 게 별이여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오늘처럼 내일처럼 별이 언제나 영원히 빛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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