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OLDv4D9mkTMrWb7hQAAAAASUVORK5CYII=

2015년 몽골 해외학습탐사 전 일정  로드맵.^^



7월 27일(월) 학습탐사 11일


몽골 초원을 달리며 게르를 짓고 양떼에게 물을 뿌려주고 있는데,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빨리 씻어야지 일어나

, 벌써 아침인건가? 10일 후딱 지나갔다.

 

부랴부랴 수건을 챙겨 목욕탕으로 내려갔다. 어젯밤 감은 머리지만 왠지 또 감고 싶어져 한 번 더 감았다. 빡빡 세수도 하고, 밥 먹고 양치할까 생각했지만 시간이 없을 수도 있고 입 냄새 나면 안 되니까 구석구석 칫솔질도 했다.

 

이젠 찜질방 복을 벗고 집으로 갈 옷을 입는다. 탐사는 서툴렀는지 옷을 많이 챙겨 오지 못했다. 맨날 입던 거 입고, 돌려가며 입고, 또 입고, 집에 갈 때도 몽골 냄새는 가져간다.

왠지 다 씻고 헌 옷 입으니 기분은 찝찝했지만,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다.

 

9시에 1층 식당이 문을 여니 늦지 않게 가야한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세면도구를 가방에 넣어 정리했다. 식당으로 가보니 벌써 몇몇 사람들은 식사를 하고 계셨다.

아빠도 이미 와 계셨다. 엄마와 나도 아빠 옆에 앉아 김치찌개를 먹었다. 한국 사람이 끓인 건지, 한국의 김치찌개 맛이 났다. 두부와 돼지고기 같은 빠져선 안 될 재료들도 있어 더욱

그랬다.

 

B버스가 고장 나 일단 새로운 차량이 왔다. 리무진 버스였다. 번쩍번쩍 광이 나고 자리도 꽤 많아 우리 모두 다 타도 자리가 남았다. 인원 체크를 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몽골 여행이였지만 몽골사람을 만난 적도(유로아저씨, 기사분들 제외), 몽골어를 사용한 적도 심지어 몽골 돈도 본적이 한 번 뿐이였다.

 

공항으로 가는 길, 몽골의 도심 거리를 보았다. 지난 몽골 학습 탐사에 왔을 때 보다 훨씬 성장해 있다고 하신다. 자세히 보니, 여러군데 공사 중이였다. 아파트를 짓고 신식 건물도 많고 커피 체인점도 보였다. 몽골여행 오면 다들 이런 것은 볼 텐데 나는 핵심. 고비사막을 봤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한다.

 

공항에 도착해 허겁지겁 내렸다. 뒤에 차량들이 많기 때문에 뭐든지 빨리 빨리했다.

후다닥 버스 계단을 내려 가 내 것 같은 캐리어를 내리고 무작정 인도로 뛰어갔다.

공항에 들어가자 마자 몽골 대칸 그림들이 눈에 보인다. 쿠빌라이부터 차가타이, 칭기스칸 까지!

 

2진 사람들 이 공항으로 오지만 도착했을 땐 이미 1진은 비행기 탑승수속을 밟거나 이미 출발해 바통 터치 하지 못했다.

함께했던 1진 사람들은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들이 껴안고 연락처를 교환하며 나중을 약속했다.

 

플랜 카드를 꺼내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었다. 탑승 수속 밟기 전 박형분 선생님과 박재이 선생님과 함께 껴안으며 인사하는데 왜이리 눈물이 나는지, 또 볼 거면서 괜히 질책맞게 울컥한다. 훌쩍거리며 마지막 들어가는 길 정인식 선생님과 하이파이브 바통터치를 한 후 전체 일정 팀과 작별인사를 끝냈다.


cfile229_210AD84955BF13E10146AF.jpg

몽골 해외학습탐사 1진 :  몽골 출발 전 칭기스칸공항 기념 사진.^^



가방 X-ray 검사를 하러 가방을 올리고 뻥 뚤린 문을 통과했다. 난 떳떳하니 당연히 통과!

그리고 이어서 바로 여권체크를 한 후 면세점으로 향했다.

몽골 사막에만 있어 문명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에 기념품을 한 개도 사지 못했다.

면세점에 들려 뭐라도 살까싶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깜짝 놀랐다. 전부 다 술이였다. 오 마이 갓. 나는 그럼 대체 어떤 기념품을 사라는 거야.

게다가 비행기 탑승하려면 한 사람당 1병만 가능하다. 결국 제일 폼이 나 보이는 칭기즈칸 얼굴이 새긴 금포장지 술을 샀다. 내 앞으로 한 병 엄마 앞으로 한 병. 총 두병을 구입했다.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빨리 서둘렀다. 우리가 타는 비행기는 곧 출발 시간이라 먼저 탑승 수속을 밟았다. 캐리어를 들들 끌며 비행기에 들어왔다. 승무원들이 안녕하십니까하는데 왜 이리 떨리는지, 역시 비행기는 어린 나에게 재밌는 교통수단일 뿐이다.

 

캐리어를 짐칸에 올리고 엄마를 조르고 졸라 엄마와 자리를 바꿨다. 엄마 자리가 창가 자리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매한 창문 위치에 밖을 바라보기에 목이 아팠다. 그리고 낮 시간 대인지라 햇빛이 너무나 강렬해 창문을 열었다간 실명할 것 같다. 잠시 창문을 열었을 때

오른쪽 팔에 햇빛이 살짝 비추었었다. 그리고 오른손만 새카맣게 타버렸다.

 

비행기는 조금 늦게 출발 되었다. 살면서 제시간에 1분도 늦지 않고 출발한 비행기는 타 본 적이 없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지연 되는 것이니, 별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목이 말라 출발하기 전 물 한 잔을 부탁했다. 물을 다 마시니 주스와 땅콩을 나누어 줬다. 비행기에서 나누어 주는 땅콩은 바삭바삭 참 맛있지만 혹시 몰라서 조심조심 먹었다.

비행기는 점점 달리더니 하늘로 붕 떳다.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에는 항상 볼 살이 밑으로 쏠리고 눈꺼풀이 내려가는 느낌이 난다.

 

아빠 없이 엄마와 단둘이 비행기를 탔다. 아빠는 2진까지 남아야 하고 엄마와 나는 스케줄 때문에 먼저 왔다.

혼자 남겨두고 온 아빠가 걱정이 많이 됬다. 숟가락은 잘 챙길지, 침낭은 안 잃어 버릴지, 샌드위치는 누가 챙겨줄지, 패션은 누가 체크 해 줄지...

하지만 항상 아빠 혼자 탐사를 많이 다니셨기에 잘 하겠지 하며 다독였다.

 

이로써 내 몽골 여행이 끝났다.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힘든 만큼 몇 배로 행복했다. 형식적인 표현이지만, 여행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내 성격 자체가 원래 형식 따지는 것을 즐기지 않고 즉흥적인 것을 더욱 원하고 엉성 할 수록 더욱 흥미로움을 얻는다.

 

이번 몽골 탐사는 엉성하진 않았지만 스스로 다짐하고 온 탐사는 처음이기에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7년 전 서호주 탐사는 아무것도 몰랐을 때였지만 지금은 흐름에 맞춰 공부도 하고 나름 모든 것을 즐겼다.

 

시원한 얼음도, 인터넷도, 변기통도, 설거지 할 물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였지만 언제 또 이런 유목민족 생활을 해볼 수 있을까.

잘 다가가도 펑크가 나고 바퀴가 빠지고 길이 없어져 길을 헤맸던 일이 나름 새롭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리얼 탐사. 인간미 있는 경험이었다.

 

방학을 맞이하여 몽골 탐사에 오게 되었는데 만약 오지 않았더라면 너무나도 무료한 방학이 되었을 것이다. 참는 일도 배우고 긍적적인 태도도 배웠다. 덤으로 공룡부터 몽골 역사도 알게 되어 여러 층 성장해 나아갔다.

 

어른들도, 내 또래 애들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배려하며 협력해 11일을 버텼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과 최고의 여행을 하게 되어 너무나 황홀하다.

못 씻고 못 먹어도, 이곳에서 함께 더 여행하고 싶다. 빠듯한 일상을 잠시나마 탈출해 몽골이라는 다른 땅을 밟으며 내 자신을 힐링 시킨다.

 

앞으로는 빠짐없이 해외탐사에 참석 할 생각이다. 몽골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지만, 나 혼자라도 꼭 찾아오고 싶다. 지금은 경험이지만 언젠가는 실력이 되었으면 한다.

홀로 저물며 하루가 끝났다며 쉬는 시간을 주었던 노을, 자칫 밋밋했을 하늘을 위해 뭉게뭉게 흘러 다니는 구름은 그래도 하늘의 여백을 살려 주었고, 달과 강강술래를 하는 빼곡히 박힌 별들은 10번이고 100번이고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해주었다.

 

맑은 공기와 파릇한 허브들을 내준 몽골과 함께했던 대원들에게 너무나 고맙고, 행복한 여행으로 기억된다.


cfile238_254C614955BF13E51F6AFE.jpg

몽골 해외학습탐사 1진 :  인천공항 도착 기념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