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후기
제 16차 해외학습탐사 몽골일지(8일째)
2016년 8월 26일 금요일, 날씨는 대체로 맑았으나 가끔 비가 내림
일찍 일어나려고 했으나 6시가 넘어버렸다. 오늘이 탐사 8일째여서 이틀 밖에 남지 않아 피곤했던 모양이다. 새벽에 날씨가 맑아 대원들 몇몇은 일찍 일어나 새벽별을 관측했다고 한다. 나는 깊이 잠들어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밖으로 나오니 여명이 비추어 건너편 산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이다.
7시 반에 아침식사를 들었다. 삶은 감자, 버터, 마가린, 소금, 삶은 달걀, 북어 국이 나왔다. 감자는 몽골감자로 속이 노랗고 파근파근하니 맛있다. 버터를 바르니 감자가 뜨거워서 금방 녹아내린다. 할 수 없이 그냥 먹었다. 그래도 맛이 좋았다.
해가 올라올 무렵 건너편 얕은 산등성이에 비너스벨트가 형성되어 정말 아름다웠다. 보라와 분홍이 적당히 섞인 묘한 색이 벨트처럼 이어져 신비감마저 든다. 그렇게 아름다우니 비너스라는 별명을 붙였나보다. 공기가 청정한 곳에서만 생기는 벨트로 호주사막에서도 종종 보았다.
8시 50분에 박사님의 아침강의가 있었다.
황도12궁은 무조건 다 외워야한다. 탐사책자 401~402p의 도표를 그려서 설명했다. 책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다 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별은 레드 자이언트가 되면 10만 배로 커진다.
태양은 나중에 백색왜성으로 일생을 마친다.
별의 주계열성이란 별이 태어나서 내부의 핵이 수소핵융합으로 헬륨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시기이다.
간단하게 강의가 끝났다. 박사님은 강의가 끝나자 MBC팀과 해가 오르는 언덕에서 잠깐 동안 인터뷰를 가졌다.
9시 10분에 출발했다. 출발한다는 호각소리가 들렸다. 지금 떠난다고 빨리 준비해 나오라는 신호로 잘 들려서 좋다.
험준한 곳을 많이 달린 탓인지 스타렉스 1대가 고장이 나서 다른 차로 교체했다. 오늘은 몽골사람들이 성산이라고 숭배하는 복드(Bogd)산을 향하여 갈 예정이다. 한 시간 내내 쭉 평원만 보인다. 10시 반쯤 작은 마을이 나오고 계속 메마른 사막의 초원이 이어진다.
저 멀리 산이 희미하게 보이는 곳에 내렸다. 10시 40분경이었다.
휴식을 가진 뒤 유로 선생님의 설명이 있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우리가 온 길과 갈 길에 대해 설명했다.
울란바토르(ULAANBAATAR)→오보르한가이(OVORKHANGAI)아이막의 하호린(Kharkhorin)→ 아르한가이(ARKHANGAI)의 체체르렉(TSETSERLEG)→ 아르한가이의 불간(Bulgan) → 바얀홍고르(BAYANKHONGOR)의 에르데넷소그트(Erdenetsogt)→바얀홍고르의 진스트(Jinst)→바얀홍고르의 보그드(Bogd)의 순이다. 현재 우리가 서있는 곳은 진스트이다.
보그드산에 도착하면 올라갈 수 없다. 험한 곳이라 산악인들이 사용하는 중장비를 갖추어야만 오를 수 있다. 오늘은 산만 보고 떠날 예정이다. 울란바토르까지 가려면 시간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울란바토르로 가는 길은 투이(TUI)라는 강을 따라 올라갈 것이다.
몽골에는 보그드라는 이름이 붙은 산이 수없이 많다. 제일 높은 산의 높이는 3957m이고 이름은 이흐보그드(Ikh Bogd)산이다. 이 산의 정상에는 만년설이 항상 있고 산 중턱에는 비가 가끔 내리며 아래쪽은 30~40°의 무더위로 사막지대이다. 보그드라는 말의 뜻은 부처님 또는 성스러운 달라이라마라는 뜻이다. 자나바자르는 보그드1세이다. 자나바자르의 정식명칭은 젭춘담바쿠툭트(Jebtsundambakhutuktu)로 티베트의 달라이라마로부터 하사받았다.
박사님의 보충설명과 유로 선생님의 설명은 여기에서 끝이 났다.
11시에 다시 출발했다. 11시 반경 보그드(Bogd)솜이란 작은 도시에 내렸다. 낙타요구르트를 사려고 했으나 사지 못했다. 시장에 갔던 대원들이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먹었다. 달지도 않고 담백해 맛이 좋았다. 주차해놓은 몽골사람의 차에서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 좀 시끄러웠다. 자연의 소리만 듣다가 사람이 만든 소리를 들으니 소음공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호각소리에 모두 버스에 올랐다. 11시 55분에 출발했다.
가는 도중에는 사막지대여서 가축도 보이지 않고 게르도 보이지 않는다. 12시 10분쯤 모래무덤 같은 것이 봉긋봉긋 사막에 깔려있는 곳을 지났다. 일부러 모래를 덩어리로 뭉쳐 부어놓은 것 같다. 비바람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생긴 듯하다. 모래무덤 위에는 억센 풀이 듬성듬성 나있다.
저 건너에는 사막의 모래언덕이 줄지어 있는 게 보인다. 모래언덕 뒤로는 저 멀리 이흐보그드산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12시 반경에 길고 억센 풀이 자란 곳에 내렸다.
풀이 억세어 점심을 먹을 장소로는 적당치 않았으나 그냥 준비하기로 했다.
모래언덕이 연이어 있는 곳이 100미터도 안 되는 곳에 있으나 시간상 가지 못했다. 사막이지만 풀이 무성하다. 만져보니 딱딱하고 억세다. 만약에 뽑으려고 하면 힘 꽤나 써도 안 될 것 같다. 모래사막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어찌해서라도 살려고 뿌리를 땅속 깊이 박아서이다.
모래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려온 길이다. 보그드산은 곁에도 못 가보고 멀리서나마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MBC에서 촬영용 드론을 띄웠다.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모래언덕을 찍으러 간다.
한쪽에서는 점심준비가 한창이다. 오후1시경 점심을 먹었다.
컵라면과 샌드위치, 주스와 우유가 준비되어 있다. 뜨거운 볕이 내려쬐는 모래사막에서 먹는 컵라면의 맛이 각별하다.
오후 1시반경 버스가 출발했다. 한참을 달려 아까 지나갔던 보그드 솜을 지나자 제법 넓은 강이 앞을 가로 막는다. 물살이 너무 세서 강 깊이를 알 수 없었다. 동네에서 불러온 지프차가 먼저 건너는 것을 보고 차례로 강을 지나갔다. 조금 가다가 또 큰 강을 건너야했다. 마침 스쿠터가 있어 먼저 건너가게 했다. 생각보다 깊지 않아 수월하게 건넜다. 우리가 건넌 강이 투이라는 강인 것 같다. 오는 도중에 보이는 평원에는 풀들이 듬성듬성 나있다. 비가 잘 안 오는 사막지대여서 그런가싶다.
3시반경 소금호수에 도착했다. 내륙에 있는 소금호수로 미국의 데스벨리에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그(Salzburg)는 예전에 암염의 생산지였다. Salz는 소금이란 뜻의 독일어로 잘츠부르그는 소금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곳은 고비사막지대여서 물이 빨리 증발되어 소금호수가 만들어진 곳이다. 양질의 소금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주변에는 소금기가 있어도 풀이 잘 자라고 있고 호수가의 흙은 검은색으로 찰흙처럼 질었다. 몇몇 대원은 양말을 벗고 질척거리는 검은 흙을 밟으며 즐거워했다.
바다였던 곳이 마르면 암염과 석고가 생기고 바다 속의 플랑크톤은 석유가 된다. 소금은 Nacl이고 Na는 나트륨이다. Cl은 바다 밑의 마그마가 분출해서 나오는 열수마그마에서 나오는 염소이다. 나트륨은 암석으로 나트륨장석(조장석), 칼륨장석, 월장석(퇴장석) 등에 있다. 소금호수에서 붉은 색이 나는 것은 박테리아의 색이다.
4시 10분에 출발했다. 버스 타기 전부터 비를 조금씩 뿌리더니 출발하자마자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10 여 분간 내리고 이내 그쳤다. 비 내리는 속을 쌍봉낙타의 무리가 떼를 지어 지나간다. 사막지대라도 풀이 잘 자라 다른 가축들도 무리를 지어 다닌다. 낙타 외에도 양, 염소, 말들이다.
5시 50분에 내려서 휴식을 가졌다. 북쪽으로 올라가는 중이라 날씨가 점점 추워져 페딩잠바를 꺼내 입었다. 아침저녁과 낮의 일교차가 너무 심해 두꺼운 옷을 준비해서 다닌다. 아침에는 추워서 입었다가 낮에는 더워서 벗는다. 그러다가 해가지면 도로 추워져 옷을 또 껴입게 되는 일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몽골에 와서 사계절을 다 경험하고 간다. 강열한 태양 볕이 내리 쬐는 날이 있는가하면 밤새 서리가 내려 꽁꽁 얼어붙는 날도 있어서다.
6시 14분, 드디어 비포장도로에서 포장도로로 진입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안정감인가. 덜덜거리는 비포장도로만 내내 달려왔으니 말이다.
얼마를 달리다가 6시 40분에 차를 세웠다. 고장 난 스타렉스차를 수리해서 바트라 운전기사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차량에서 식료품을 전부 꺼내 스타렉스에 다시 실었다. 식품담당 노민화, 정은옥 대원과 함께 남자대원 몇 분이 도와주어 금방 옮겨 실었다.
6시 50분에 출발해서 울란바토르를 향해 달렸다. 야크소가 보이는 걸 보니 추운 지역이다. 좀 더 달리다가 7시 10분에 10분간 휴식을 취했다. 비가 또 질금거리며 내리다가 금방 그친다. 포장도로지만 조금 전까지는 시속 40km이었지만 지금부터는 시속 50km이다. 한 시간쯤 달리자 하얀 모래사막이 이어져 있는 곳이 나왔다. 내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그냥 지나쳤다.
저녁 9시경에 노을이 생기면서 길 건너편에 비너스벨트가 형성되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파스텔 톤의 보라와 연분홍의 조화로움이여.
9시 10분경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채우고 식품담당은 근처 슈퍼마켓에 물과 우유를 사러 갔다. 아호헤라는 곳으로 제법 큰 마을이다.
밤 10시 숙영지에 도착하고 밤 11시에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카레, 햇반, 참치김치찌게, 쥐포무침, 멸치조림, 깻잎장아찌 등이었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해 각자 별을 관측한 뒤에 밤12시가 넘어 자리에 들었다.
복드산 넘어 펼쳐져있을 고비의 공룡 골짜기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은데, 촉박한 귀환일정 때문에 발길을 돌리게 되어 무척 아쉬웠습니다.
언제나 시골 된장국 같이 담백한 스님의 글을 읽으며 희미해져 가는 탐사의 추억을 생생하게 되새겨 봅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