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후기
만주-백두산 탐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5월 4일 저녁식사 후 밤 10시. 늦은 시각이지만 달리는 버스안에서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가 시작된다. 박사님이 이날 강조한 것은 ‘시선의 방향’이다.
박문호 박사님은 우리나라에서 수십년간 벌어지고 있는 ‘삼국지 열풍 현상’을 오줌과 비교하며 우리의 현실을 꼬집었다. 박사님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치 소설 <삼국지>가 중국 역사 전체를 보여주는 것처럼 생각한다”면서 “실제 <삼국지>는 60여년 동안의 중국 역사를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사님은 “<삼국지>는 단지 재미있는 역사이야기에 불과하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삼국지>는 오락적 책읽기의 한 텍스트로 활용되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삼국지>를 통해서는 중국의 실체, 본질을 파악할 수 없고 역사인식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삼국지 열풍 현상’으로는 중국과 중국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접근하고 현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명의 작가가 각각 10권짜리 <삼국지>를 집필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삼국지>는 해마다 수백만권씩 판매되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박사님은 ‘삼국지 열풍 현상’을 오줌과 비교했다. 그는 “오줌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균상태의 액체”이지만 “문화적 시각을 거치면서 가장 혐오스런 대상으로 여겨지며 기피하는 존재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박사님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접근해야 하는지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시선의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만주-백두산 탐사대는 광개토태왕비와 광개토태왕릉, 장수왕릉을 답사했으며, 고구려 시대의 국내성, 환도산성을 둘러보며 고구려 역사를 배웠다. 특히 오전에는 광개토태왕비의 역사적 업적을 정리한 ‘#8 광개토태왕의 연도별 업적’을 암기했다.
박사님은 광대토태왕의 업적을 공부하면서 “광개토태왕의 업적과 삶이 현재 내 삶에 어떻게 관여하고 관계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번 갖추어진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게 그렇게 힘든 일입니다. 중국 역사는 삼국지로 들여다 보고, 우리 나라의
삼국 시대는 드라마로 생각하고 있으니 본질이 모두 가려지는 것이지요. 삼국지 이야기 중에서도 적벽대전이나 장판교 이야기 등으로 중국사를 재단하려고 하니 정작 보아야 할 이야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