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후기
5월 3일, 만주-백두산 탐사대의 일정은 ‘민족의 명산’ 백두산 등정이다.
탐사대는 언제나 그렇듯 아침 6시에 백두산에 대한 ‘모닝 스터디’를 시작했다. 아침 식사 후 오르게 될 백두산 등정에 앞선 사전 공부다. 빡빡한 일정에 아침 공부는 탐사에 도움이 된다.
57명의 대원들은 박문호 박사님의 백두산 강의를 듣고 식사 후 백두산 등정에 나섰다. 탐사대는 셔틀버스에서 내려 약 30~40분동안 백두산에 올랐다. 탐사대가 오른 서파에는 모두 1442개의 계단이 있다. 계단에는 몇 계단을 올랐는지 번호가 적혀 있다.
모든 탐사대가 백두산 정상에 오르자 박문호 박사님의 ‘백두산-천지 강의’가 시작됐다. 박사님은 최근 백두산 주변에서 지진파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학계에서는 백두산이 100년 이내에 다시 폭발할 가능성을 10~20%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사님은 “우리는 역사의 순환 과정을 제대로 알고, 똑바로 살펴봐야 역사를 재배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현실적 공간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때 찾아가는 곳이 다름아닌 백두산”이라고 말했다. 선조들은 백두산에서 사건과 사물, 나와의 관계를 다시 살펴봤다고 전했다.
박사님은 기원의 추적을 찾고, 방향성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역사는 자유롭고 원하는 대로 재배열하고 그 순환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창 그렇게 강의가 진행되다 조용해졌다. 백두산 정상의 바람소리만 요란하다. 박사님은 아무말도 하지않고 몇 분을 흘려 보냈다. 무슨 일이지? 박사님은 만감이 교차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박사님이 말을 잇지 못하자 탐사대원 모두가 숙연해졌다.
잠시 탐사대는 생각에 잠겼다. 백두산이 어떤 산인가? 백두산은 우리 선조들이 민족의 앞날을 걱정할 때 찾는 산이 아닌가? 현실 공간속에서 어려움에 직면할때 신화적 공간으로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 찾는 산이 바로 백두산이다.
탐사대는 후손들이 제대로 역사를 제대로 이어받지 못해 백두산을 비롯한 만주지역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밀려와 잠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탐사대의 이번 백두산 등정도 우리 민족인 북한을 통해 오르지 못하고 중국의 허락을 받아 오를 수 밖에 없었다.
만주-백두산 탐사대가 찾은 백두산 천지가 눈에 덮여 있다.사진=폴리아데스
다시 마음을 부추긴 박사님의 강의가 이어졌다. 박사님은 “여러분이 보듯이 백두산은 한쪽은 중국, 다른 한쪽은 조선이라는 비가 세워져 있다”면서 “우리가 백두산에 오르며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역사의 순환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통해 역사를 재배열하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 선조들이 현실 공간속에서 어려움에 직면할때 신화적 공간으로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 찾는 산이 바로 백두산이다"
이번 탐사에서 역사의 숨결을 가장 깊이 느끼게 했던 말씀입니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의 고향은 함경북도 길주 명천입니다.
고향은 못가셔도 멀리서라도 고향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 백두산 관광을 말씀드렸지만
아버지께서는 번번이 거절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막상 백두산에 올라보니 아버지께서 왜 백두산을 오고 싶어 하지 않으셨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아버지께 백두산은 관광으로 올 땅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6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일제 강점기때 아버지는 만주까지 피신을 하셨었고 결국은 가족도 못만나고
걸어서 남한까지 내려오셨습니다.
이번 탐사 내내 창밖을 보며 아버지의 힘겨웠던 여정을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 만큼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눈으로 보고 있다고 모두 볼 수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하루종일 우리는 거의 기억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본다는 현상은 프란시스 크릭이 '놀라운 가설'에서
밝혔듯이 공간의 순서를 자기라는 위치를 기반으로 뇌에서 가상으로 재배열하는 현상입니다.
가상의 공간과 현재 내가 보고 있는 공간은 정확히 모두 만들어진 사건입니다. 신화적 공간과 지리적 공간이
역사라는 시간을 뛰어 넘어 같은 공간에 존재합니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에게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역사의 순환 속에서 나는 어디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부터 왔는가, 은연중에
품었던 질문이 구체화되는 장소였습니다.
박자세 학습탐사 새벽 강의 편 올려 봅니다. 언제나 학습탐사에는 감동이 되는 강의가 있었습니다.
http://mhpark.or.kr/index.php?mid=reviewBoard&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C%86%94%EB%8B%A4%EB%A0%90%EB%9D%BC&page=4&document_srl=121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