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후기
12시 20분에 출발하는
싱가폴행 비행기를 탔다. 면세점은 닫쳐 있고, 싱가폴행 비행기를
탑승하는 사람만 있는 듯 보인다. 비행기를 두 번 타야 하는 여행이다.
5시간을 타는 싱가폴행 비행기에서 은근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좌석 앞에 모셔다 놓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이가 대부분이다. 그 와중에 책을 보고 있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옥색 표지의 책자를 들고 옆으로 보고 있으면 박자세 탐사 대원이다. 책자가
파워포인트 작업을 해서 위 아래로 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학습책자에서 가장 반갑게 맞이하는 내용은 별자리이다. 미국, 몽골에서 공통으로 보았던 자연이 별이었으니 다시 봐도 반갑다. 별자리가 한 가득 들어있는 책자를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를 반복한다. 서호주에
밤 하늘은 남방구의 하늘이라 반대로 되있을 테니 미리 거꾸로 보아 둔다. 몽골의 하늘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한 가지는 내 안에 별자리가 없으면 빛나는 별은 그저 별일 뿐이다. 내가 그린 별자리가 내게
들어온다. 천뇌 모임에서 많은 회원이 화이트 보드판에 얼마나 별을 그렸던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별자리를 그렸을 때야 비로소 별은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
아크투르스의 이름이 큰 곰의 수호자라는 내용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내
북두칠성 끝자락을 따라 그려진 봄의 대곡선에 아크투르스가 있음을 떠올린다. 큰곰 자리인 북두칠성의 꼬리를
지키고 있으니 큰곰 수호자 별이다. 천체 하늘에서 3번째로
빛나는 별이다. 표면온도가 약 4500도로 태양보다 낮은데도
밝기가 100나 된다. 태양의 700배나 되는 표면의 크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별의 이름만 ‘버스안 베리데게 아프지 레알 데알 폴카카카’ 외우고 내용은 저 멀리 떨어트려놓았었다. 몽골에서 별을 확인하며
마냥 좋았었다. 이름을 외우고 별을 확인하고 내용을 보니 이름에 지식이 붙기 시작한다. 박자세식 특유의 암기법의 확인이다.
하늘의 일등성 20개를 외우고 그 이름에 지식이 달라붙으면 이내 이름은
별처럼 큰 의미를 품기 시작한다.
이래저래 별자리를 둘러보고 있는 사이 싱가폴 공항에 도착한다. 벌써 시간이 5시 20분이다. 싱가폴 창기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탑승 게이트로 이동한다. 5분에 한 대씩 운영되는 지하철을 탄다. 잠이 깬 듯 만 듯한 얼굴로 짐을 들고 간다. 김수현 대원에게 들은 알짜 정보인 싱가폴 공항에서 발행하는 바우처 40달러는 이미 날아간다. 공부가 앞에 있는데 면세점 쇼핑은 저 뒷전으로 밀린다.
싱가폴 국제 공항에서 학습탐사 대원
탑승게이트에 도착하자 마자 박사님의 노트북이 켜지고 강의가 시작된다. 탑승시각 7시 55분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탐사대가 탐험할 장소에 대한 정보를
아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탐사대가 화장실에 가고 세면할 시간은 불과 20분이 채 주어지지 않는다.
제 9차 해외학습탐사 지역은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이 모든 것은 탐사대장인 박문호 박사의 플렛폼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학습탐사 총괄을 맡은 김현미 대원은 학습탐사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 지는데 필요한 모든 부분을 책임진다. 이를 위해서 학습탐사 전에 역할 분담, 학습 탐사 렌트 차량, 장비, 인원 관리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역할이 분배된 대원은 장비, 학습장비, 렌트, 차량운전 등으로 나뉘어진 역할을 담당한다.
학습탐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 내용이다. 56차 천뇌 모임에서
박문호 박사는 이와 같은 내용의 강의를 하였다.
“일상적인 삶은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황당할 정도로 분산적이어서 목적성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공부하는 분야만 보더라도 '지질학, 천문학, 천체 물리학, 핵물리학, 양자역학, 생화학, 진화학, 분자생물학, 세포 생물학, 유전학, 열역학, 고체물리학, 결정학.......등의 수십 가지 학문을 다하고 심지어는 현장에 가서 리얼 시스템을 확인합니다.”
리얼 시스템을 확인하는 작업이 해외학습탐사이다. 이런 까닭에 구체적이면 체계적인 학습목표와 목표량을 설정하기 위해 고분분투(孤軍奮鬪)한다. 그 기간은 학습탐사가 있기 1년전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여러 자료를 선점하고 선정을 한다. 그리고 몇 달간의 자료를 조사하여 학습 목표와 학습량을 시뮬레이션한다. 이에 대한 내용은 서래마을 사무실 회의시간에 언급이 된다. 137억년 학습내용과 연계시키면서 확실하고 자명한 현상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알게 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번 탐사지역은 서 호주 필바라(PILBARA)지역으로 여섯 개의 큰 돔(DOME)과 두 개의 레인지(RANGE)가 있는데 그곳을 탐사할 예정이다. 호주는 철 성분이 많은 나라 로 밤낮의 일교차가 매우 크다. 왜냐하면 철은 발리 뜨거워지기도 하지만 빨리 식기 때문이다. 해양지각은 오래된 것이라도 2억년 밖에 안 되지만 호주의 지각은 35억년부터 24억년 사이에 이루어 진 것으로 대략 30억년이다. 샤크 베이(Shark
Bay)에서는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되는 34억 9천만 년 전의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가 발견되었다." (법렴 스님 일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green stone belt, TTG(tonalie, Trondhjemite, Granodiorite), chichester Ranges, bended iron formatioㅜ을 외친다. 그리고 연도가 이어진다. 35-29억년, 33-28억년, 27억년, 26-24억년의 시간을 암기한다. Green stone belt(35-29억년), TTG(33-28억년), chichester Range를 만든 현무암 범람(27억년), bended iron formation(26-24억년)을 외치면서 가장 기본적인 지식의 용골을 박는다.
박자세의 학습탐사는 정확한 틀을 통해 돌아간다. 틀을 만드는 가장
큰 목적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모든 기억 중에 확실한 기억은 사실기억이다. 그리고 뒷 배경에 자리 잡은 뉘앙스가 전체 기억을 장식한다. 사실
기억 위에 세워지는 수 많은 일화기억을 깊은 감동을 배경으로 가져가길 바라는 것이 박문호 박사의 바램이다. 35억년의
지층을 확인하기 위해 수 천 킬로 이국 땅에 와서 다시 차를 타고 5천 킬로미터 가까이 주행하는 학습탐사에서
가져가는 것이 기분 좋았다. 즐거웠다 뿐이라면 박자세의 학습탐사는 처음부터 의미를 상실한다. 수 백 시간을 공부하고 익힌 자연의 모습을 뿌리 깊이 느끼길 바라는 것이 박문호 박사가 학습탐사를 준비하는
이유이다.
각설하고 공항에서의 1시간 가량의 강의가 끝나고 각자가 학습탐사 책자를
보며 외우기 시작한다.
7시 22분에 비행기는 서호주를 향해 날아간다.
다음편에 계속...................
공항청사 바닥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혼자 웃었습니다.
왜냐구요?
이 사진 한 장이 바로 박자세 다움을 나타내는 것 같아 흐믓한 마음이 들어 웃었답니다. 속으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