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 10차 박자세 해외학습탐사 실크로드 제 2일 8월 18일 일요일

아침 뷔페에 후식으로 사과가 통으로 나와 생기가 돌았다. 복숭아 빛깔이 나고 맛이 좋았다. 8시 반에 출발해서 9시 박물관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곳도 벌써부터 사람으로 꽉 차서 줄지어 다녀야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 학생들이 유난히 눈에 띠었는데, 유물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고 설명서를 자세히 읽고 있는 모습을 보니 중국의 장래가 밝게 보였다.

첫 번째 전시실의 유물로는 서주와 동주시대의 청동기가 많았고, 종류로는 솥, 병, 되, 제수용 그릇, 쟁반, 술 담는 주기, 술잔, 항아리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 다음은 석관 속 유물의 보관 상태가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어 상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특이한 모양으로는, 새 모양의 물병으로 주둥이로 물이 나오도록 되어있는 것, 화로모양의 삼발이 솥으로 드는 손잡이가 위로 되어있는 것, 소 형상으로 만든 술 담는 주기 등이 있었다.

진나라 전시관에는 B.C 770년부터 B.C 221년은 진국이라 하고 B.C 221년 진시황의 중국통일부터 B.C 207까지는 진대라고 적혀 있었다. 진시황 능의 출토품으로는 일기굉(日己觥)이라는 뿔잔, 곡식 담는 큰 항아리가 특이했다. 그 외에 동 쟁반, 세숫대야, 앉아있는 도자기 인형, 기와들, 등잔대, 무늬 있는 박석(薄石), 병마용의 종류들, 동으로 만든 뚜껑들, 손잡이가 달린 됫박, 그 당시 통용되던 동전 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청동으로 만든 마차 (말의 마구는 금과 은으로 장시되어 있어 화려함을 가늠할 수 있었다)는 실제 크기의 반으로 줄여 만들었는데 그 당시는 사후에 모든 것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사후세계에 맞춰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청동의 홍안(鴻雁)과 학의 조각품이 뛰어난 솜씨였다.

제 일 전시관에는 고대문명의 유물인 돌도끼, 돌촉, 돌화살 등 석기가 많았고, 제 이 전시관에는 기와, 도기, 도자기 집, 와당, 도기로 만든 곡식 함, 녹유로 채색된 도자기, 도자기 그릇, 철기로 만든 솥, 병 등이 보였다. 그 외에 돌 맷돌, 베틀, 청동 거울, 동전이 새겨진 동범(銅范), 도자기 범(范-거푸집), 뼈를 담는 집모양의 도자기 등이 있었다.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A.D 220~581) 시대의 것으로 특이한 것으로는 춘신“구망”(春神 “句芒”), 추신“욕수”(秋神 “蓐收”)라는 글이 돌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또 다른 돌에는 마차를 타고 사냥하는 모습이 입체감을 살려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매우 생생한 느낌을 주었다. 그 다음은 능속에 들어있던 돌로 만든 침상과 돌문인데 조각이 섬세하게 되어 있고, 실제 크기와 비슷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수, 당시대(581~907)의 유물전시관에는 당삼채(녹색, 갈색, 남색)의 도자기 완, 낙타, 말, 당나라 여인들, 기마 인형, 무섭게 생긴 사천왕상, 기마상 등이 즐비했고, 토기로 만든 12지상, 채색된 토기인형은 신하와 백성 등인데 수백 점 있었다. 당삼채의 흘러내린 유약의 아름다움이 더욱더 그 당시 옛사람의 미의식을 새삼스레 느끼게 만들었다.

윈난성(雲南省) 젠촨현(劍川縣)에 있는 종산(鐘山)석굴의 일부를 박물관에 옮겨 놓았는데 그 거대함에 놀랐다. 석굴모양으로 된 전면에는 부처님 본존상이 웅대하게 모셔져 있고 양쪽에 왼쪽으로 가섭존자가 오른쪽으로 아난존자가 서 있는데 부처님 상호(相好-부처님 얼굴 모양을 말함)는 그렇게 원만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양쪽 기둥에는 많은 부처님들이 조각되어 있고 동굴 내부가 전부 채색되어 있다. 본래는 아름다운 채색이었을 터인데 많이 퇴색되었지만 아직도 남아 있어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니 대당유보(大唐遺寶)라고 당나라 유물만 전시되어 있었다. 금과 은 세공의 귀걸이, 반지, 목걸이 등의 장식품, 그리고 금은 그릇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외에 옥으로 만든 장식품, 여러 가지 무늬가 그려져 있는 토기들, 도자기 종류, 동경 등이 눈요기용으로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날도 일요일이라 밀려다니며 유물을 감상했다. 중국 가이드들은 목에 마이크를 달고 큰소리로 설명해댔지만, 우리 팀은 그럴 형편도 아니라서 대략 보고 나오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관람시간은 3시간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어 좋았지만 매우 피곤한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날씨도 후텁지근한데다가 사람이 많아 공기도 나쁘니 어디에 가서 앉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박물관 매점으로 나오니 먼저 나온 몇 분이 앉아 계신다. 매점에서 물건을 이것저것 눈여겨보았으나 물건도 조잡하고 가격도 비싸 사고 싶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오후에는 대자은사((大慈恩寺)로 이동했다. 당나라 현장스님이 인도에서 가지고 온 경전을 보관했었다는 대안탑(大雁塔)이 있는 곳이다. 이탑은 본래 5층이었으나 나중에 10층으로 증축되었고, 지금은 7층이다. 높이는 64m이다. 들어오는 입구부터 잘 정비되어 있어 도리어 위화감이 들었다. 입구에 현장법사의 동상이 서 있는데 역사를 조명해서 세운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었다. 왜냐하면, 크기만 하고 예술성은 전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관광지화가 되어버려 현장스님의 거룩한 뜻을 제대로 맛볼 수 없는 분위기여서 아쉬웠다. 현장스님은 이 탑을 지을 때 설계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감독하면서 탑을 지었다는데 조금이라도 그 거룩한 뜻을 마음에 품고 떠날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 머나먼 곳에서 경전을 짊어지고 왔다는 걸 생각하면 존경심이 절로 난다. 여간한 신심이 아니고서는 불가능 했으리라! 그러니까 한국에서 박자세라는 학습단체가 현장스님의 거룩한 행적을 느껴보려고 온 것이 아니겠는가!

대안탑을 12시 50분에 떠났다. 오는 길에 당나라 성벽이 남아있는 곳을 지나갔다.옛 모습을 살려 복원해 놓았는데 사각형이다. 높이는 15~16m, 위의 넓이는 12~13m, 아래쪽 넓이는 16~17m이다. 옛날 장안성에는 사대문이 있었는데, 동문은 조공하러 다니는 문, 서문은 실크로드 상인들이 다니는 문, 남문은 황제만 다니는 문, 북문은 각 나라 사신들이 다니는 문이었다고 한다. 성벽 밖에는 해자(垓子)가 아직도 남아있어 옛 성터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점심은 이쪽지방에서 유일한 한식당인 한양집에서 된장찌개와 삼겹살을 먹었다. 식후에 서시(西市)라고 실크로드 상인들이 물건을 사고팔았던 곳으로 갔다. 서시는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현대식 건물의 상점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 실크로드의 번성했던 시장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서시에서 하루 늦게 온 이익우님과 김성미님이 함께 합류했다. 도착해서 병마용 능과 진시황능을 보고 왔다고 전했다.

서안에서 천수로 이동하는데 5시간 걸린다고 했다. 다음 일정인 맥적산을 가기 위해서이다. 가이드가 임광산이라는 남자로 바뀌고, 버스는 51인승에서 55인승으로 바뀌어 자리 앞의 폭이 좁아져서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다. 법문사라는 절의 주차장에서 버스를 갈아탔는데 법문사는 일정에 없어 들어가지 못했다. 이 절의 13층 팔각보탑은 명나라(1579)때 지어졌는데 1981년 태풍으로 무너져 수리하는 현장에서 지하궁전이 발견되었다. 그 속에서 부처님의 불지사리가 나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절이다. 일본에서 출토된 유물이 전시되었는데 불지사리도 전시되었다. 다섯 개의 불지사리가 나왔는데 한 개만 진짜이다. 도굴방지를 위한 것으로 전시 된 것은 물론 가짜이지만 진짜처럼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그 때 유학중이라 오사카의 도자기미술관까지 불지사리를 친견하러 갔었다.

버스에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기로 정하고 차례로 나와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뵙는 분들도 있어 서로 얼굴과 이름을 익히는 시간이 되었다. 그중에 이원구님은 잘 먹자는 게 아니라 그 지방의 특산물을 먹는 것도 문화체험이니 좀 고려해 달라는 말에 모두 반기는 눈치였다. 가이드는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는지 박사님이 말하라고 하기 전에는 절대로 말을 하지 않았고, 굉장히 조심하는 그런 자세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박사님의 말씀이 있었다. 요약하면, 박물관 안에서 중국의 어린 학생들의 자세가 훌륭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처럼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지도 않고 떠들지도 않으면서 부모님이나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듣는 모습이 좋았다고 한 뒤, 목적의식을 가지고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면 어떠한 열악한 환경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소리에 나는 내심 속으로 찔끔했다. 무덥고 사람도 많아 제대로 못 보았다고 툴툴거렸으니까!

이내 강의 모드에 돌입했다. 126페이지의 반야심경을 한 번 더 설명하고 꼭 외우라고 한 뒤, 130 페이지에 대승기신론의 핵심내용이 요약되어 있는 것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 강의했다. 앞자리의 이익우님은 불교를 조금 알면 이해가 될 터인데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진행이 잘 되었는데 뜻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폭우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해 두 시간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전갈이었다. 천수를 76km 앞두었는데 말이다. 늦어도 밤 9시까지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악 소리가 나는 사건이다. 저녁밥은 고사하고라도 오늘 밤 안에 도착이나 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앞선다. 차는 멈추어 섰으니 모두 내려서 운동도 하고 볼일을 본 뒤, 차에 올랐다. 박자세가 누구냐! 이런 귀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기다리는 동안 박사님은 다시 기신론에 대해 열강을 펼쳤다. 가로막는 장애를 이용해 공부로 이끌어가는 박사님의 지혜에 감탄할 뿐이다. 모두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며 공부 모드로 몰입했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더니 11시쯤 버스가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긴 해도 가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음날 새벽 1시 42분 호텔에 도착했다. 미리 준비해 둔 도시락을 저녁대신 나누어주었다. 나는 거의 쓰러질 것 같이 피곤해서 받지 않았다. 몇 시에 잤는지는 상상에 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