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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가가 쓴 '뇌과학 서적' 대박났다
박문호 ETRI 박사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온라인 서점 1위 석권
780쪽 넘는 분량에도 2쇄 돌입…"뇌과학 어렵다" 상식 파괴 출판가 화제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재직 중인 과학자가 쓴 책이 온라인 서점에서 1위를 석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박문호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흥남) 박사가 펴낸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이야기다. 4월 한 달 간 온라인 서점의 자연과학 부문 서적에서 1위를 지켜온 이 책은 1쇄가 완판됨과 동시에, 5월 1일 2쇄가 유통됐다. 783쪽 짜리 어려운 그림책에 빠진 이들의 후유증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아이디 'lovejnj200'를 사용하는 독자는 리뷰를 통해 "박 박사의 이번 책은 그간의 과학에 대한 생각을 전복시켰다"며 "5년 간 뇌과학과 천문물리학을 일반인 대상으로 강의해 온 저자의 모든 지식과 통찰과 깨달음을 쏟아부은 것이 절절히 느껴진다"고 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박사는 이미 뇌 관련 베스트셀러의 저자로도 이름이 알려진 유명 저자다. 그가 2008년에 쓴 '뇌, 생각의 출현'은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뇌과학 최고의 책'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뇌 전문가로서 이름을 올린 그가 5년 만에 수없이 많은 그림이 들어가 있는 뇌과학 책을 또 한 번 낸 것이다. 이 책 안에 포함된 그림은 약 600여 장에 달한다.
박 박사는 "이 책은 뇌과학을 직접 공부할 사람들을 타겟으로 만들었다. 뇌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은 뇌의 해부학적 구조다. 구체적인 뇌의 구조를 알아야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런데 그런 책은 국내에 드물다"고 지적했다.
박 박사의 말처럼 진짜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쉽게 설명한 책이 없을까 궁금했다. 이에 대해 그는 "물론 의대 교과서에 뇌 구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들어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는 어렵다. 뇌를 공부하고 싶은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뇌 구조와 기능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을 쓰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책에는 '뇌, 생각의 출현' 출간 이후 5년간 그가 진행한 뇌과학 강의의 내용과 그림이 집약됐다. 중요한 내용은 반복해서 설명했고, 핵심 개념은 되풀이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 책은 몇 가지를 염두해 두고 읽어야 효과적이다"라며 "뇌 구조와 용어를 기억하고, 그림을 자세히 보고 내용을 읽고, 읽고 싶은 장을 먼저 읽어야 한다"고 팁을 제시했다.
그는 "뇌를 공부할 때 직접 뇌를 그리며 공부를 하는 것과 그냥 책을 보는 것과는 공부의 강도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림을 머리 속에 그리며 공부를 하면 그대로 남는다"며 "뇌를 정확하게 그려보는 것이 단순하게 책을 읽는 것 보다 학습 효과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박사는 "명료한 그림은 과학책에서 핵심이다. 이 책 속의 그림들은 지난 5년간 뇌과학 강의에서 화이트보드에 그렸던 그림들이다"며 "뇌 공부는 뇌 구조를 반복해서 그려야 한다. 수첩에 뇌 구조를 자세히 반복해서 그려 익숙해지면 구조를 보지 않고도 언제든지 그릴 수 있다. 내가 나를 그리는 셈이다"고 말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가 뇌과학을 공부한 계기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는 "꿈과 감정, 기억과 같은 것들은 누구나 관심을 갖는 것들이다. 이러한 지식들을 뇌과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분자생물학, 세포학, 생리학, 뇌과학이 정답에 이르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뇌 구조와 기능의 공부가 반복되면서 이제는 뇌가 세포배양기라는 생각이 점점 확실해져갔다"고 피력했다.
박 박사는 "뇌가 세포배양기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며 "운동과 학습이다. 모든 자기계발의 뿌리는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뇌 작용이란 신경세포라는 독립된 생명체가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라고 표현하는 박 박사.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전두엽의 성상세포와 피라미드 세포, 바구니세포 등이 돌기를 뻗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만해도 가슴이 저린다는 그다. 그같은 몸부림이 바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으로 돌출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모든 분야의 실체는 결국 세포로 귀결된다. 이 책은 신경세포라는 세포를 끊임없이 살펴본다. 그들은 축삭을 뻗고 절연막을 감고,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전압파를 만들어 지구라는 행성을 생명의 융단으로 감싼다"며 "그들끼리 수군대는 소리와 포옹, 결합해 만든 회로에 흐르는 전압파가 나의 추억과 느낌이다. 그런 과정에서 신경세포를 만나고 신경세포의 소중한 생존 환경인 뇌를 만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박사는 "과학이 어려운 이유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해지면 자연의 구조가 보인다"며 "본연의 자연을 일생 동안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공부다"고 덧붙였다.
양자역학을 통한 원자의 춤과 일반상대성이론이 보여주는 시공의 춤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그는 "시공, 원자, 세포 등 세 가지는 제 개인적 공부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프레임이다. 앞으로 30년 이상 더 공부를 해야 풀릴 문제다"라며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이란 현상을 규명하려는 길고 집요한 공부이기에 중간 중간 정리를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로 향후 계획을 전했다.
기사원문
http://www.hellodd.com/news/article.html?no=416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