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호의 베스트북
수필
피천득
적절함이 무엇인지
괜찮음이 어떤 것인지
일깨워 준 책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수필은 난이요. 학이요.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몇일 전 손에 잡은 금아선생의 수필집. 40수년 전의 소년으로 나를 끌어 내려
여리고 순수했던 그 시절의 마음을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는 듯 흔들어 놓았다.
이 번 지리한 여름은 소박하게 뛰어놀던 어린시절 속에서 그대로 갈 것 같다.
금아 선생님의 대표수필 "수필" 한편을 읽어보았습니다.
"수필"을 읽으니 속이 터질 듯합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흥미를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의 빛깔은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언제나 온아 우미하다. 수필의 빛은 비둘기 빛이거나 진주빛이다.
저를 힘들게(?)하는 문귀들 입니다.
이런 문장이 가슴깊이 스며들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아직 제가 어리거나 젊거나 미성숙하거나 이중 하나에 해당되는 모양입니다.
아직도 뜨거운 물도 싫고 미지근한 물은 더욱이 싫습니다.
차라리 온몸이 녹아 내릴지라도 태양을 향해 비상을 하는 이카루스같은 삶과 글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피천득선생님의 수필이 언제 온몸에 스며드는지 곁에 두고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때가 제 인생의 젊고 좋은 날이 가는 때이리라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교과서를 통해서 그냥 시험보기용 으로 읽었던 "수필-피천득" 이라는 가물거리는 기억이외에는 아무 기억도 없습니다. 일상들을 담담하고 여유롭게 표현하여 진솔한 삶의 모습을 전해주는 수필한편도 읽은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지금 원시지구 초기 태고대처럼 마냥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제가 지내왔던 시간들을 되새겨봅니다.
도데체 어디에 정신이 팔려 시한편 수필한편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살아 왔는지 헛웃음이 나옵니다.
우리사회의 거장들이 공통적으로 격찬하며 추천하는 책이네요.
금아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을 시작으로 틈틈히 수필집도 시집도 읽으며 가보지 않은 또다른 세계를 가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