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후기
별사진이란게 뭐 별건가, 내가 '야매'로 즐기면 그만이지!
(라고 말해봐야 좋은 카메라, 트라이포드 없는게 기실 속상하지만).
6월 6일 밤, 침낭 옆에 소형카메라(iso3200, 노출 30초 - 매뉴얼이 되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를 신발에 적당한 각도로 기대고 무작정 누른 사진이라 미세하게 흔들리긴 합니다만, 그날밤을 추억해 봅니다.
- 설마 바로 전갈자리가 눈에 보이는 분은 없겠지요...
노출을 적게하면( 이 카메라는 그 다음 노출이 무조건 15초로 내려갑니다) 전갈자리만 선명하게 찍힙니다. 카메라는 기계라 사람 눈처럼 대충 비슷하게 처리하지 않고 밝은 별과 밝지 않은 별을 명확하게 구분합니다.
바로 저 별이 안타레습니다. 전갈자리 중 가장 밝은 적색거성.
개략적인 전갈자리의 모습입니다. 전갈자리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101개의 별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노출을 15초로 줄이니 확실히 전갈자리만 찍힙니다. 이 사진은 원본에서 전갈자리 부분만 잘라낸 것임다.
여실히 밝은 안타레스.
(전갈 꼬리 부분이 반대로 꺾여지게 표시됐네요..저런..)
안타레스. 약간 붉은 기운이 돌긴 합니다.
미세하게 흔들린 것이 지구의 자전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신발에 뉘어서 찍은 것이라 흔들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태양보다 700배나 크지만 질량은 15배(적색거성이라 빵처럼 부풀어 올랐으니까), 밝기는 1만배나 밝은 별입니다. 태양의 700배라..
여하간 별이란 상상하면 할 수록 침묵하게 합니다
밤하늘 아래 저 거무튀튀한 물체는, 산도 아니고 동물은 물론 아닙니다.
바로 스피니펙스.
(반바지는 안다 스피니펙스 / 엉덩이는 안다 조립현무암 / 다문 입은 안다 침묵의 소리... 의 스피니펙습니다-원래의 명시를 약간 변주했습니다)
왜 안타레스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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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술집 이름입니다.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출근길에 항상 지나치는 가겝니다.
그래서 서호주에서 안타레스를 뚫어지게 쳐다보겠다는 소심한 서원이 생긴 거지요.
이 사진을 찍으면서 자세히 다가서 보니 저 신축 오피스텔 건물 이름이 안타레스 빌딩이더군요. 그렇다면 건물주가 운영하는 가게일테고..
언젠가는 건물주에게 조악한 카메라로 찍은 안타레스를 보여줄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며칠전 '시리우스'라는 술집?을 봤네요 ㅋㅋ.. 자주 다니던 길인데 전에는 눈에 안 들어오다가 갑자기 눈에 띄더라구요.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남반구에서 본 안타레스와 한국의 안타레스....참으로 해학적입니다.
일반카메라로 반짝이는 별들을 잘 담으셨네요.
북반구의 별자리와 쏟아지는 은하수의 세례를 모두 받으신 담시님!
복 받은신것이 틀림없어요. 축하합니다!!
본가 근처에 한 모텔은 방 마다 일등성 별 이름 방이 있어요. 재미삼아 둘러보세요
http://www.onhotel.co.kr/inc/contents.php?gr_id=suite&bo_table=stars_talk
여름철 밤하늘
밀방석 위에 누어 바라본다
남쪽 하늘 구릉위 높이 높이
웅대하게 펼처진 전갈자리 그리고 안타레스
복숭아 향기 남풍에 실려오면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무치던 그 옛날,
안타레스에서 술 한잔
기회가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