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몇 년 전에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며
어머니께서
헬스장에 다닐 돈을 보내 주셨다.
그 날 당장 헬스장에 가서 회원이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을 다녔었다.
근력운동이라며 이삼십여 킬로그람 기구를 한시간 반을
들고 헉헉 거리다가
런닝머신을 삼십여분을 달리고 있으면
처음에 내 얼굴 비추는 거울이
참 부담스럽다.
내 얼굴, 내 눈, 내 코, 내 입, 내 주름, 내 생각,
남 생각, 옛날, 그리움, 외로움, 슬픔, 화난것,
괴로운것, 옛사람, 옛사랑, ......이 차근차근
지나간다.
그러다 보면 난 얼굴을 보고 있는게 아니라
내 발을 보고 있는 것을 깨닿는다.
내가 나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걸어가도 그 자리에 있다.
내 발걸음을 아무리 빨리해도 난 내게 갈 수가 없다.
걷는다는 것 헬스장에서 하면 참 의미가 깊어진다.
한 시간이 넘게 내게 걸었다.
바람은 선선했고, 사람도 때마침 없었다.
내게 나는 소리 소리 하나하나까지 보고 듣고
있었더니 가슴이 내게 고맙다하는
말을 하는 듯 했다.
나도 내 가슴이 내 맘이 너무 고마웠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란 모두 자신에게 걸어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지구를 구하거나, 인류의 영웅이 되거나, 혹은 대통령, 대기업의 CEO가
되더라도 나는 나 이외의 어떤 무엇도 될 수 없다.
모두 내가 되어가는 과정일테니 오늘도 어제와 같이 열심히 내게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세상이 내게 들어오는 소리가 듣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열심히 뛰어보기를 권한다.
심하게 뛰고 나면 심하게 세상이 내게 들어오는 소리가 들릴 것이 분명할테니까..^^
삶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이군요.
저는 뇌과학을 공부(또는 훈련?) 하면서 진짜 자신이 되어갑니다.
단백질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가며 암기하니 친구 이름처럼 친숙해지고
그들이 개념공간 상에 의미기억으로 남으니 머리 속에 뉴런을 그리고 있으면
real 보다 더 real 하게 다가옵니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으면 평소엔 저 밑에 엎드려 있던 이런저런 감정들이 올라오는 것, 저만의 경험이 아니군요. 자신감이 솟구치는 날도 있고 힘든 생각에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날도 있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나름의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한 운동을 하면서 저 자신을 잊는 순간들이 좋더라구요. 특정한 동작을 마스터하려고 연습을 거듭하다보면 어느 순간 모든 생각을 내려놓은 상태가 되어 있어요. 그 느낌... 최고입니다.
ㅎㅎㅎ, 몸훈련을 하다가
진한 동감입니다. 댓글들도
벌써 몇 달전이네요,
몸의 반란(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무시 무시한 가슴통증)으로
이때 콜레스테롤도 높다는 것을 알았다.
체중관리, 식사관리 스트레스 관리처방을 받고 머쓱했다.
내가 주위에 늘 들려주던 이야기들인데
정작 본인은 실천을 안하고 있어서리
전문가 그룹(사람, 책, 구글, KBS 생로병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시작
특히 운동에서는 솔다렐라의 도움이 컸다.
기억도 생생한 7월 18일 프로그램 운동을 시작한 날
처음 스쿼트를 시작으로 유산소운동, 이제는 윗못일으키기에서 팔굽혀펴기까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스쿼트
스쿼트는 스커트를 입어서 해야되냐구요
아닙니다. 대신 스커트를 입으것 처럼 요조숙녀처럼
집중하여 자세를 만들어가며 우리몸의 대장근육인 대퇴근을 훈련하는 운동인데
어제는 점심시간에 지나가던 직원이 스쿼트 운동하는 것을 보고
'웬만한 근심걱정은 다 사라지겠어요' 한다. 정말 그렇다.
변형된 독특한 3종의 스쿼트는 하면 할 수록 몰입하게되며 점점 아름다워지는 자세에 수선화가 된다.
근무하며 여느순간 얼어붙었던 간과 쓸개, 그리고 심장은 다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찾고
얼굴에서만 흐르던 땀은 등까지, 어느 새 고른 숨을 쉬며 호흡에 집중해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쯤이면
스쿼트 운동은 20분이 소요된다.
땀을 닦고 먹는 점심(예전의 70%)은 이세상 가장 맛있는 식사를 먹는 즐거움
계단을 올라가며 근무지로 복귀하는 그 3분(8층계단)은 운동결과를 보고받는 시간
몸에서 올라가는 신호들은 어느새 말초신경 슈반세포의 수초를 더 빠르게 점핑하더니
근육들이 굵어지는 부피감으로 느껴진다. ㅎ, 중추신경계에서 내려오는 출력은 ~~!
20여분의 운동은 전신, 특히 말초신경계와 중추신경계를 섭렵하여
운동전과는 다른 나의 몸과 마음을 재구성해놓았다.
나는 다시 따뜻해진 심장, 간과 쓸개 그리고 더 powerful해진 대퇴근력에서 오는 느낌은
더 반짝거리는 세상의 감각들과 조우하며 Good afternoon~!
노화는 몸>뇌, 그래서 '마음은 청춘이다.'
다들 운동하고 계시죠.^^*
ㅋㅋㅋ 요즘 제가 밤운동을 합니다.
헉헉대고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뜁니다.
머리속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세상이 오는지 가는지 뒤집어지는지...
다만 분명한 것은 오래 뛰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리는 자동으로 그냥 달리기를 고집합니다.
다시 멈출려면 어렵습니다. 하지만 멈추면 이내 다시 달리기가 어렵습니다.
이번엔 폐가 제발 좀 쉬라고 자동으로 명령합니다.
그 어디에도 나는 없습니다.
이렇게 보내는 밤시간을 두세시간 보내고 나면 이윽고 슬며시 내가 찾아옵니다.
일상을 세밀히 관찰하면 내가 없는 시간이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내가 없이 몸만 사는 시간이 인생의 대부분일 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