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벌써 정식 출근한지 4일째네요. 국어교육 분야만 공부하던 제가 출근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틈틈이 과학 서적 단행본을 읽고,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자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아직 인턴이라 모르는 것, 서투른 것 투성이지만 김현미 선생님과 김양겸 군이 많이 도와주고 격려해줘서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턴과정에 들어오기까지 제게는 많은 고민과 또 큰 좌절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마다 박사님께서 ‘잘 됐다. 오히려 다행이다. 발전 가능성을 보고, 미래를 꿈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씀해주신 것, 김현미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돼’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이별해도 잘 살 수 있듯 ‘이 길이 아니면 안 돼’라는 마음이 좌절됐어도 얼마든지 다른 꿈을 꾸며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말씀,
그리고 양겸군의 긍정적 응원들과 저를 기억해 주시고, 따뜻하게 손 잡아주신 황해숙 사모님과 이정희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박자세 가족분들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있어서 제가 이렇게 기운을 내고 또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마치 수상소감과도 같은데요. 그만큼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이렇게 감동을 받고, 힘을 얻을 수 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모두 감사 드립니다.
서래마을에서의 4일은 제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중 우선,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몸 훈련을 위해 아침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사무실까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19분 51초였던 기록이 목요일이 되니 11분 56초가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기록은 조금씩 더 빨라지겠지요.
또 뇌과학 공부도 정식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사무실 식구들 모두 8시 30분까지 출근하여 9시 30분까지 매일 1시간은 자율적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다들 집이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나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현미 선생님은 한 시간 삼십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에서 사시는 데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사무실에 도착해서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많이 반성하고, 조금 더 성실해져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됩니다.)
오늘 저는 처음으로 ‘뇌척수액의 순환과정’을 열심히 그렸는데 우리의 뇌의 구조가 문법보다 어려울 줄이야…그리는 것은 어렵긴 하지만 공부시간이 자꾸 기다려지긴 합니다. 보람도 있고, 뿌듯한 하루 일과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뇌의 시상 단면과 관상 단면, 수평 단면을 그리는데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조금 뒤 퇴근길에는 오늘 그린 그림을 외우며 가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성실하게 하다 보면 상형문자 같던 뇌과학 용어들도 친숙하게 느껴지겠죠?
사무실의 풍경은 언제나 활기가 넘칩니다. 김현미 선생님께서는 하루 종일 회원분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시고 많은 행정 일도 거의 다 혼자 처리하십니다. 정말 대단한 분이시구나 하며 우리 사무실의 원더우먼과 같은 존재구나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양겸군은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그림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항상 초시계를 맞추고 15분 단위로 시간을 관리하는 그를 보며 참 성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종종 서투른 것 투성이인 제게 이것저것 노하우도 알려주고, 사무실 컴퓨터도 고쳐주는 참 착한 직장 선배이므로 앞으로 이 친구에게 많이 배워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요즘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리하는 사진과 글들이 책에도 들어 간다니 설렙니다. 처음엔 만 장 가까운 사진 파일을 보며 경악했지만 다행히 끝이 보여서 오늘 퇴근은 8시엔 할 수 있겠구나 하며 혼자 신나 있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달싹 붙어서 업무를 하고 있노라 하면 허리가 아프고, 몸이 뻐근했는데, 김현미 선생님의 제안으로 사무실 가족들은 오후 3시 30분이면 중앙으로 모여 스쾃(squat)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기록은 김현미 선생님께서 일등을 하셨습니다. 15개씩 세 번 이상을 하고 나면 다리에도 근육이 붙고, 허리로 날씬하게 들어가는 것 같아 몸에는 좋은 것 같은데, 애매한 자세와 쑥스러움이 기록을 저해하는 것 같아 내일부터는 쑥스러워하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미국책 지도를 그리고 있는 조성재군의 모습 입니다.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한자로 이제 금(今)을 좋아 합니다. 지금까지 쌓아 온 현재를 뜻하는 단어지요.
지금은 언제나 이제껏 일어난 모든 사건이 모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수 많은 선택이 일군 결과이지요. 때때로 놓치고 버린 선택이 안타까워 한 없이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 내가 한 선택이 얼마나 좋은지를 말하며 자기 위안하기도 합니다.
조용히 인내하고 쌓은 이야기에 만족하고 기꺼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로 보답 받기를 바랍니다.
앗 저 뇌척수순환액그림은 언제인가 천뇌에서 발표했던 그림
저 수첩에 있는 그림, 정말 잘 그리시네요
4일차공부가 대단합니다.
서래마을 소식 따뜻하고 희망찹니다. 종종 전해주실거죠.
축하합니다. 박자세 인턴의 시작을~!
그리고 좋은 소식 하나 전해드립니다. 박자세공부는 거의 그리는 공부입니다.
저 수첩의 그림을 보니까 벌써 다이야몬드 프리미엄을 확보하신겁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화이팅입니다. .^^*
사람이 온다는 것
사실은 어머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먀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의 방문객-
박자세사무실 한 사람의 시작은 김현미상임이사님
그리고 또 한 사람은 김양겸상잉연구원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조성재군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박연주인턴연구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이 되어 오고갑니다.
시인의 한 사람 한 사람처럼 그들이 싣고오는 과거와 현재로
어마 어마한 박자세의 미래가 옵니다. ^^*
담근지 며칠 되지 않은 김치로 찌개를 끓인다
김치찌개용 참치 캔으로 버무려 김치 찌개를 끓여 먹는지 사흘째.
그 맵고 달콤한 맛이란
이 맛을 즐기기위해 오늘 하루를 잘 버텨왔을까!
누구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일은 간단치 않다
그 누구의 지향점을 헤아리는 일은 더욱 간단치 않다
순간순간
나의 지향점과 그 지향점을 향한 나의 발걸음을 알아차림하는 것은 참으로 간단치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도반을 바라보는
나의 발걸음이 조금은 길에 부끄럽지 않을까
이렇게 추운 어느 겨울날
세상 처음 김치 찌개를 끓여 먹던 어떤 이 있어
오늘 내가 이렇게 맛잇는 김치찌개를 먹으며
이 겨울을 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