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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워싱턴·하버드대, 네이처·사이언스지에 연구결과 발표


ㆍ학계 정설 뒤집어… 인류의 기원·계보 다시 써야할 수도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의 몸에 약 3만년 전에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의 기원과 관계가 없다는 기존 이론을 뒤집는 내용으로 인류의 기원과 계보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미국 워싱턴대 벤저민 베르놋 박사와 조슈아 아케이 박사 공동연구팀은 30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비교분석한 결과 1~3%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네이처’도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머리카락과 피부를 생성하는 유전자, 크론병이나 낭창(결핵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는 미국 하버드 의대 스리람 산카라라만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인류’가 탄생한 것은 구석기시대인 230만~240만년 전으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화석인류가 등장한 것이 시초다. 이어 ‘손을 쓰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하빌리스가 등장한다. 이후 ‘서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출현한 뒤 현생인류가 나타난다.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사피엔스와 크로마뇽인으로 대표되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시대가 그것이다.


기존 학설은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대륙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종과 경쟁을 했고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아프리카 기원설’은 미국 버클리대 레베카 칸 교수 연구팀이 1987년 인간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칸 교수는 호모사피엔스가 이주하면서 동시대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내 결국 멸종시켰을 것으로 추측했고, 이 같은 가설은 한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낸 것이 아니라 유럽과 중동에서 함께 살았으며, 짝짓기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생인류에까지 전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와 두개골 모양이 다르고 벽화를 남기지 않는 등 생활 방식도 달랐지만 짝짓기를 했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계 2대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나란히 실린 연구결과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다. 워싱턴대 베르놋 박사팀과 하버드 의대 산카라라만 교수팀은 네안데르탈인의 특정 유전자가 짝짓기를 통해 호모사피엔스로 유전됐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카라라만 교수는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를 하면서 피부와 머리카락 색깔 유전자 덕분에 쌀쌀한 아시아와 유럽 기후에 적응하며 성공적으로 대륙으로 퍼져나갔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번 발표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서로 다른 종이라는 의견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짝짓기를 하더라도 종이 달라 번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했다.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연구결과를 보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짝짓기를 했고 자손을 낳아 번식시켜 현생인류에까지 유전자를 전달했던 것 같다”며 “네안데르탈인을 인간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논의가 학계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