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수원의 평생학습관의 도요새 책방이란 작은 도서관의 서가였습니다.
'뇌 생각의 출현'을 몇 페이지 들추어 보고나서 책을 대출했고 반납도 하기전에 어제는 아예 책을 샀습니다.
기술, 과학, 철학
이들은 이렇게 구분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기술은 '어떻게?'를 묻고 방법을 찾습니다.
과학은 '왜?'를 묻고 이유를 찾습니다.
철학은 '이것이 무엇인가?'를 물으며 근원을 찾습니다.
항상 '난 뭘까?'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어느 스님의 출가계기가 된 물음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라는 물음은 (그것이 그 스님이 택한 것처럼 종교의 수행으로서 답을 얻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만)
나에게도 관심사항이었습니다.
오파린의 가설과 밀러의 실험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지구의 생명의 기원의 연구 성과 배우고
그리고 유기화합물 단백질 그리고 세포 그리고 신경과 뇌의 구조 등을 지구과학과 생명과학을 통해 배우면서도
'정작 중요한 건 생물의 해부학적 구조가 아니라 '나'라는 의식이 언제부터 생겨났고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계의 기능을 인간의 기관에 많이 비유를 합니다
눈에 비유하는 카메라
귀에 비유하는 마이크
그리고 로봇의 많은 종류들의 센서들을 인간의 감각기관에 대응시킵니다.
하지만 기계의 기능은 그 목적의 수단 도구일뿐이며
기능의 목적은 외부에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관이 기능하는 목적은 신체 내부의 '나'의 의식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분명 그 '나'는 기계적 기능의 집합체와는 다르다고 믿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건 분명 기계적 기능은 아닐겁니다.
나로 부터
보이는것이 끊어진다면
들리는것이 끊어진다면
만져지는 촉각이 끊어진다면
그렇게 기계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모든 것인 외부의 감각이 끊어진다면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기술이 발달하여 인간과 거의 동일한 로봇이 만들어질 날이 오게될 것입니다.
인간처럼 보고 듣고 또한 느끼고 할 수 있고
그러한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반응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정교하게 만든 로봇은 외부에서 관찰할 때 인간과 다름없는 자아와 인격을 가진듯이 보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건 단지 기계적 단순 작동으로 그렇게 보여질 뿐입니다.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인간의 뇌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패턴을 적용시킨 로봇을 만든다면 다를까요?
그래도 역시 기계적 단순 작동으로 스스로의 자아를 가진 존재처럼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인간에 대해서라면 어떨까요?
인간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패턴이 적용되어 잘 만들어진 금속과 전자회로 대신에 단백질등의 유기화합물로 구성된 로봇과 다를바 없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확고하게 말할 수 있는것은 그러한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나'라는 자아를 나 스스로가 느끼고 있으니까요.
인간은 외부에서 보여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내면을 자각할 수 있으니까 그런 로봇과 다를 겁니다.
그렇다면 로봇으로 다시 돌아가서요
스스로의 내면을 자각할 수 있는 스스로의 존재자체가 목적이며 그 존재를 스스로가 느낄 수 있는 자아를
단백질등의 유기화합물이 아닌 금속과 전자회로등으로 구성된 기계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할까요?
물론 기술적 제약이나 한계를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요.
그럼 이제 이 물음의 방향을 거꾸로 해 보지요.
인간의 뇌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패턴을 빠짐없이 재현하여 적용시킨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그 로봇은 인간과 다름없는 자아와 인격을 가진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 로봇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저건 그저 정교하게 만들어져 인간과 같은 자아를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기계적 형상과 현상일 뿐이야'
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로봇은 인간의 생각과 다르게 '나'라는 자아를 나 스스로가 느끼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인간도 단지 뇌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패턴을 가진 단백질등의 유기화합물의 집합체일뿐인데 '나'라는 자아를 나 스스로가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나'라는 자아는 기계적으로도 구현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구현될 수 있고 없고의 여부를 떠나서 과연 실체가 있는 걸까요?
이게 제가 찾고 싶은 물음입니다.
박사님의 책은 내가 처음으로 알게된 '나'라는 존재의 물음에 대하여 인문과학의 철학의 방법이 아닌 자연과학의 생명과학의 방향에서 접근한 책입니다.
그리고 아직 다 읽어보지 못하고 초반입니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지식은 방대하고 복잡하더군요.
그 방대하고 복잡한 지식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러한 지식에만 마음을 빼앗겨 자칫 내가 원래 찾아서 얻고자 하였던 방향의 끈을 놓쳐버리고 처음의 구하고자 하였던 물음을 망각한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읍니다.
박사님의 책으로부터 저의 물음의 해답을 얻게되기를 희망합니다.
학문적 연구는 그 성과만큼이나 그 성과를 얻는 계기가되는 최초의 물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사님의 연구에서 저의 물음을 들어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