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일요일 1시 반경에 방송된 

KBS 1라디오  '라디오 중심 김승채입니다'의 박사님 인터뷰입니다.


김승채 :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가 자연과학 분야의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바로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약칭 박자세 모임인데요. 지난주 이시간에 지난 10년 간 이 독특한 과학공부 모임을 이끌어오고 있는 박문호 박사님과 함께 과학공부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가 왜 중요한가 우리 사회에서 과학 공부 방법과 방향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오늘도 다시 한번 박문호 박사님을 모시고 지난 주에 이어서 흥미로운 자연과학 공부 이야기에 대해서 이어가겠습니다.


(성우 : 자연과학의 본질을 제대로 알기 위한 필요성을 역설하는 행동하는 과학문화운동가 박문호 박사. 그는 미국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전의 전자통신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과학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적인 관심과 탐구활동을 통해 물리학과 뇌과학 분야의 전문가로도 인정받고 있는 열정과 실천의 과학자입니다. 우주와 자연, 뇌를 주제로 한 박문호 박사의 저술과 강연은 적지 않은 대중적 관심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그의 저술 '뇌, 생각의 출현'은 본격 과학도서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자연과학 공부에 결과물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을 과학의 본질로 이끄는 공부모임인 사단법인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 약칭 박자세를 통해 이른바 대중의 과학화를 위한 과학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문호 박사. 오늘의 그를 만든 것은 대학시절부터 본격화한 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3천권 정도의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이 시대의 과학운동가 박문호 박사. 오늘 그를 만나는 두번째 시간입니다.)




김승채 : 박문호 박사님, 어서 오세요. 


박문호 :  네


김승채 : 지난 주에 저희가 왜 자연과학 공부를 해야 하는가. 잠깐 말씀을 나누었는데, 박사님께서 보실 때에 이 시간에 왜 자연과학을 해야 하는가, 자연과학은 왜 중요한가 말씀을 주시고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박문호 :  자연과학하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문과 철학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방법론적으로 다릅니다. 자연과학은 인문 철학하고 같이 비교할 대상이 아니고 자연이라는 현상 속에 무생물적 현상하고 생물적 현상이 있죠. 그런데 인문학은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학문이죠. 주로 언어를 써서 하는 학문입니다. 생명현상의 아주 구체적인 예가 되는 거죠. 자연 속에서는 생명현상은 극히 일부입니다. 대다수는 무생물적 현상이죠. 그런데 인문학을 택하게 되면 우주의 대다수에 해당되는 별이 핵융합을 하고 슈퍼노바가 터지고 우리 태양계가 만들어지고 생명체가 진화하고 이 전체과정 박테리아의 세계, 이런 것들을 접근하기가 엄청 어려운 거죠. 어쩌면 원초적으로 접근이 안되어 있습니다. 


철학이나 종교로서는. 그걸 비유적으로만 설명하는 거죠. 왜 우리가 자연과학을 해야하느냐면 자연과학을 하면 인문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는 아닙니다. 그건 자명한 거죠. 예를 들면, 60대 넘은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양자역학을 공부하겠다는 사람이 극히 없어요. 자연과학을 하든 인문학을 하든 재미있는 현상은 사람은 나이가 들면 문사철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관한 이야기거든요. 6, 70 살아오면 인간에 관하여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인간의 관한 이야기는 왠만히 어려워도 생소하지가 않은 거죠. 누구나 그 쪽으로 가게 되어있어요. 그런데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자연과학은 우리가 훈련을 하지 않으면 특히 젊었을 때 20대, 30대, 40대 훈련을 하지 않으면 자연과학을 즐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상태에 내버려두면 누구나 다, 심지어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 조차 나중에는 역사나 철학을 공부하게 되요. 주변에 인문학을 한 철학자가 어느날 갑자기 양자역학을 공부해야겠다고 하는걸 본 적 있나요?


김승채 : 못 봤습니다.


박문호 :  그런데 반대현상은 물리학을 한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꽤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자연과학을 한 사람은 인문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문학을 한 사람은 자연과학을 할 수 없다." 이 방향이 정해져 있어요. 그러면 어느 것이 자유도가 높나요? 자연과학을 한 사람들이 자유도가 높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자연과학을 권하는 겁니다. 자연과학을 하면 인문학도 우주적 맥락속에서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어떤 위치를 점하는가를 더 잘 볼 수가 있죠. 행성 지구에서 5억년 걸린 척추동물 진화사를 꿰뚫어 볼 수 있다면, 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어떻게 차이 나는지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중에 영장류, 인간이라는 현상이 어떻다는 것을 생명진화 전체에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인문학을 하게 되면 영장류 진화를 보기가 힘들다는 거죠. 


김승채 : 그런데, 선생님. 말씀 듣고보면 혹시나 "지나치게 과학이 물질중심으로 가는 것 아니냐. 정신의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를 경시하는거 아니냐" 이렇게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박문호 :  흔히 그렇게 왔죠. 흔히 과학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않습니까. 특히 그런 인간에 관한 질문은 그 동안 자연과학이 답을 잘 못했어요. 그건 상당히 복합계이거든요. 최근 컴퓨터 과학이 발달하면서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어요. 인간의 대부분 현상은 브레인Brain 안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현상들이거든요. 지난 30년 동안 뇌과학이 밝혔던 이런 많은 사실들이 어쩌면 지난 천 년 동안 철학이 밝힌 것보다 더 많을 수가 있습니다. 


김승채 : 박사님께서는 지금 전자공학을 전공하셨다고 지난 번에 말씀을 주셨는데, 지금 뇌과학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말씀이 나온 김에 좀 더 여쭙고 가겠습니다. 왜 특별하게 뇌과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까?


박문호 :  오히려 보편적으로 생각하면 뒤집어 생각하면, 어떻게 하면 일생동안 모든 사랑하고 괴로워하고 온갖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브레인에 대해서 어떻게 관심 갖지 않는 것이 더 놀라운 거죠.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어떻게 해서 브레인을 공부하게 되었느냐 그 질문을 되짚어서 물어보면 어떻게 해서 여러분들은 브레인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김승채 : 자연현상을 있는 그대로 그냥 쉽게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요. 


박문호 :  그렇죠. 그런데, 사실은 어떤 배경을 보는 것이 학문의 본질 일수가 있어요. 우리는 드러난 현상을 주로 봤던 거에요. 그 밑바탕에 있는 근원을 보는 그것이 자연철학의 핵심이거든요. 자연과학이 2천 5백년 전에 탈레스라든지 아리스토텔레스라든지 자연과학을 처음 시작했던 사람들은 이 우주를, 그 속에 인생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설명할까에 인류가 지금까지 발견했던 가장 놀라운 방법론이죠.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그런 엄밀과학이 너무 깊이 들어가다보니까 그 전공을 택하지 못했던 반 이상의 사람들이 거기에 접근하기 어렵게 되는 거죠. 자기가 접근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어렵다'고 회피 반응을 하는 거죠. 그래서 자신에게 '어려우니까 안해도 된다'는 심리적 면죄부를 주는 거죠. 바로 그 메카니즘이 사회적으로 조장 되었고, 계속 확대 재생산이 되어 버린거죠. 


결코 액면 그대로 놓으면 과학이 경제학보다 어려울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과학이 어렵다고 하냐면 과학지식이 점점 빈약해지니까 그에 대한 심리적 방어막을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과학은 원래 어려운거야 그럼 난 안해도 되는거야. 일반 상대성 공부 왜 안해도 되냐면, 그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천재 아인슈타인이 했으니까. 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어? 그렇게 자신에게 심리적 면죄부를 줘버린 거죠. 그래서 과학운동을 하면서 진짜 일반상대성이론이 어려운가? 하고서 정면으로 한 번 해봤어요. 특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1905년도에 했고, 물리학과 학생들 왠만하게 다 풉니다. 1주일 정도면 다 풀 수 있어요.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서부터 11년 동안 엄밀한 수학을 위해 노력했어요. 완성하기 위해 수 없이 틀린 논문을 썼어요. 각고의 노력 끝에 11년 만에 만들어 낸 거에요. 그러면 누가 봐도 상당히 어렵다고 인정할 수 있어요. 제가 그걸 텍스트북을 갖고 따라가는 거에요. 그런데 저는 이해를 목표로 하지 않고 끝까지 한 번 따라가 봤어요. 그랬더니 조금 특이한 미분을 쓰는 거에요. 휘어진 4차원의 시공간 상에서의 미분이에요. 그것밖에는 차이가 없어요. 그리고 나머지 도구들은 아인슈타인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가우스Gauss나 리만Riemann이 휘어진 시공에서의 리만 기하학을 만들어 놓은 게 있어요. 그걸 그대로 우주를 설명하는 도구로서 리만 기하학을 아인슈타인이 사용한 것 뿐이에요. 그래서 어느정도 대학교에서 수학을 배운 사람 같으면 따라갈 수가 있어요. 그런데 아무도 시도를 안하는 거에요. 왜 안했는가 봤더니 어렵다고 지레짐작 한거에요. 그래서 모든 것을 신비화 하는 것이 과학을 가장 멀리하는 방법입니다. 신비화해버리면 우리가 논리적으로 접근을 안하거든요. 신비화해버렸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담론이 생산되는 거에요. 


김승채 : 조금 전에 제가 드렸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특별한 뇌과학'이라고 하는 것, 뇌과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셨는데 그러면 그 과정 속에서 어떤 결과들을 도출해 내셨습니까?


박문호 :  인간의, 특히 학문에 대한, 공부에 대한 방법론이 몇 가지 바뀌었어요. 브레인 전체로 보았을 때에는 신경세포의 연접Synapse이 바뀌어져야 되거든요. 바뀌어진 것이 그 사람의 세계이거든요. 흔히 자신의 세계관이 잘 안바뀌는가 하면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이 바뀌지 않아서 그렇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간단히 바뀌는 거 아닙니다. 그것은 유일하게 훈련을 해야되요. 저는 '훈련'이라는 개념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학습하자' 그 다음에는 '공부하자' 그런데 최근에는 '훈련'이라는 말을 계속 씁니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스포츠, 음악, 예술, 과학 분야에서 훈련의 결과가 아닌 세계적인 결과물이 있으면 한 가지만 이야기 해보세요. 


김승채 : 없죠. 다 훈련 해야하는 거죠.


박문호 :  그렇죠. 월드컵 선수나 수학자나 물리학자나 언어학자나 그 사람들이 각고의 훈련을 안하고 전문가가 된 사람, 한 사람만 예를 들어주면 제 이론을 바꿀게요. 전부 다 훈련의 결과 밖에는 없어요. 자명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자명한 그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자꾸 다른 방법론을 요구하는 거에요. 쉽게 해달라, 재미있게 해달라, 그런거 없어요. 훈련을 해야한다는 것. 우리의 브레인이 가장 빠르게 바뀌는 길은 훈련이에요. 어쩌면 훈련밖에 없다는 거죠. 저는 '그것밖에 없다'는 주장을 많이 해요. 설령 그게 80%이고 다른 이론이 조금 있다고 해도 처음 그것을 접하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아요. 양 극단을 상정해요. 양 극단은 검증할 수 있거든요. 물론 그 중간에 변동Variation이 있는데 사람들은 자꾸 그 변동이 있는 걸 갖고 못참아해요. 설명이 덜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완벽하지 않다고요. 완벽주의는 공부에 방해가 됩니다. 대략 70~80%가 되면 확신을 갖고 그 쪽에 올인해야해요. 그러면 빠르게 프레임Frame이 형성되거든요. 그러고나면 항구처럼 되는 겁니다. 지식이라는 컨테이너가 와서 하역을 할 수 있어요. 지식의 프레임이 없으면 어떤 배가 들어와도 지식의 컨테이너를 놓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봤더니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엄청난 사실을 배웠는데 그걸 어떤 식으로 배웠는가하면, 문제푸는 용으로만 배웠던 거에요. 문제를 풀고나면 버렸던 거에요. 


두번째, 이해를 목적으로 했어요. 이해하고 나면 갖고 있지 않아요. 머릿 속에 지식의 프레임을 유지하지 않는 형태가 되어버린 거에요. 컵에 물이 있는데, 지식을 엎질러진 물처럼 갖고 있는 거에요. 한 시간 내로 증발해서 없어져 버려요. 남한테 전달할 수가 없어요. 지식의 모듈이 없다고 말해요. 지식의 모듈성, 지식의 프레임이라는 것은 컵에 들어있는 물처럼 하나의 프레임 속에 정량화 되어 있는 거에요. 그러면 내가 마실 수도 있고 다른 사람한테 줄 수도 있어요. 우리가 많은 지식을 습득 했는데, 흩뿌려진 물처럼 갖고 있었던 거에요. 프레임이 없었다는 거죠. 새로운 지식이 갖다 붙을 수도 없어요. 그래서 아까 말씀했듯이 뉴로사이언스를 공부하고 방법론이 바뀌었는데, 일단 이해를 목표로 하지 말자. 익숙해지자. 지식의 모듈, 프레임을 갖자. 


김승채 :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 지식들을 가지고 자기화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박문호 :  그런데 그 프레임이 지금까지 종교나 문화가 많이 제공했다는 거에요. 종교와 문화의 프레임이 갖고 있는 것은 질Quality만 있고 양Quantity이 없는 겁니다. 제가 봤을 때에는 이 점을 강조하고 싶은데, 문사철은 질적인 학문입니다. 자연과학은 양과 질이 같이 있는 겁니다. 특히 양을 강조하죠.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유니버설 랭귀지입니다. 자연이 자신의 형체를 드러낼 때에는 세가지 모양을 갖춘다고 봐요. 시공의 춤, 원자의 춤, 세포의 춤. 단계가 있다는 거에요. 자연이 모습을 드러낼 때에는 가장 기본적 단위는 시공의 곡률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다루는 세계입니다. 그 다음에 원자의 춤이 있는 거죠. 그게 소위 말해서 분자생물학에서부터 핵융합까지. 물리학과 생물학 전반을 다루는 것이 원자의 세계입니다. 그 다음에 있는 것이 세포의 춤입니다. 


세포의 춤이 바로 동물 시스템, 인간의 진화까지 오는 거죠. 우리 사고, 언어는 세포의 춤일 뿐인거죠.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생각하고 어떤 과학적 지식을 받아들였을 때에 그걸 집요하게 삶의 지표로 삼는 것하고 다릅니다. 훈련 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사람은 절박해지는 거죠. 행동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우리는 거기까지 못간거에요. 사회의 모든 지식들을 그렇게 접한 거에요. 보세요. 행성 지구에 45억년 역사 중에 초기 20억년 동안은 살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누구나 한번씩 들어봤을 거에요. 그런데 그것을 듣고나서 인생이 바뀐 사람이 있고 한 편으로는 '그래 그거 중요하지' 하고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는 거죠. 브레인을 장악하고 있는 문화적 패턴 속에 잠겨버린 거죠. 우리의 프레임은 종교와 문화가 만든 프레임입니다. 그것을 가지고는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예술, 문학은 조금 다릅니다. 그것은 무한대의 세계를 상정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인문학과 종교는 과학의 부분집합이라는 거에요. 


김승채 : 박사님께서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특별한 뇌과학'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137억년 우주의 진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박문호 :  사실은, '특별한 뇌과학'이 메인이 아니고 '137억년 우주의 진화' 속에 최근에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은 지구라는 행성 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런 관점 속에서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뇌과학을 제대로 하려면 대뇌피질의 진화하고 연결되어 있어요. 파충류부터 대뇌신피질이 출현합니다. 물고기에서는 대뇌신피질이 없어요. 생각이라는 것도 시작점이 있어요. 자연과학을 해보면 놀라운 점이 대부분의 자연현상은 시작이 있고 진행과정을 다 알수가 있어요. 시작이 있어요. 그래서 자연과학은 어떤 의미에서 끝이 있는 학문일 수 있어요. 우리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이야기 하는데, '자연과학은 끝이 있다.' 왜 끝이 있는가 하면, 일선 연구자들이 하는 것이 끝이다. 그 다음은 몰라요. 자연과학은 아는 게 있고 모르는 게 있는 세계에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때에는 프레임 자체를 바꿔버려요. 판을 바꾸는 게임을 해요. 그 판이 맞을 때까지는 유용하다는 거죠. 자연과학도 판을 몇 번 바꾸었어요. 뉴턴 메카니즘에서 소위 말해서 아인슈타인의 4차원 메카니즘으로 바뀌어 버린거죠. 지난 100년 동안 양자역학하고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설명 안되는 것은 정상과학 속에서 한 건도 없었어요. 어떤 종교학자도 종교의 출현이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보다 더 오래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을 거에요. 호모 사피엔스가 있고 언어가 있고 그 다음에 종교가 있었던 거죠. 


김승채 : 그 부분은 종교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교인들은 다른 식으로 접근할 수 있죠. 


박문호 :  네 그렇죠.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느냐 하면 우리가 한번 즈음은 균형을 잡기 위해서 본연의 과학이 우주를 조망하고 사회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사회적 도구로서 자연과학이 있지, 문화로서의 자연과학이 없는 거에요. 직업으로서의 자연과학이 있지, 문화로서의 자연과학이 없는 거에요. 


김승채 : 그래서 박문호 박사님께서는 문화로서의 자연과학을 설명하시고 강조하시고 또 많은 분들에게 그와 같은 생각들을 전파하시기 위해서 '박문호의자연과학세상'이라고 하는 모임을 만드셨잖아요. 언제 시작하셨습니까?


박문호 :  맨 처음에는 '수유+너머'라는 단체에서 과학 강의를 시작했어요. 12년 전엔가. 그리고 최근에 박문호의자연과학세상이 활성화 되면서 137억년 우주의 진화 강의를 6년 동안 했는데, 총 300 시간이 넘어요. 1년에 3월부터 7월까지 12번 혹은 14번, 네 시간짜리 강의를 6년 동안 해왔어요. 그리고 브레인 강의를 1년에 얼추 40시간 그걸 6년간 해왔어요. 137억년 우주의 진화 속에는 '시공의 춤', '원자의 춤', '세포의 춤' 크게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요. 그래서 먼저 일반상대성이론, 힉스메카니즘 입자물리학을 먼저 합니다. 올해도 힉스메카니즘에 대해서 우리 회원들하고 12시간 제가 강의를 하고 회원들이 다 따라왔어요. 


그 다음에 원자의 세계에서는 DNA 구조에서부터 핵융합 과정까지, 천문학하면 천체물리학 그대로 하고, 그 다음에 생명쪽으로 오면서 지난 5억년 동안 척추동물의 진화, 고생대, 중생대 오면서 지구 생태계가 어떻게 바뀌었는가. 사실, 이번에 우리가 호주 사막에 다시 들어갑니다. 해외학습탐사를 12번째 가는데, 사막에 가면 밤에는 열흘 동안 현장에서 천문학을 공부합니다. 낮에는 지질학, 호주에 가면 시아노박테리아, 스트로마톨라이트, 지구 최초에 산소가 나왔던 현장을 가 볼 수가 있거든요. 참, 놀랍습니다. 쏟아지는 남반구의 밤하늘을 보면요. 그걸보고 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전율합니다. 그러니까 통째로 사람이 바뀌어져 버려요. 저는 진정한 신비는 가려져 있지 않다고 봐요. 우리는 그동안 사회나 문화가 조장한 시선으로, 특히 종교와 문화가 유도한 방향으로 자연을 봤다는 거에요. 그런데 그 방향으로는 자연이 안 보인다는 거에요. 


김승채 : 아, 그렇군요. 다시 한 번 박자세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난 번에 잠깐 말씀 주셨는데, 대학교 3,4학년 혹은 대학원 과정의 교재로 공부하신다고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박자세에 가서 참여하시는 분들이 다들 전공자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문호 :  처음에는 막막하다고 하죠. (웃음) 그래서 공부하다가도 네 시간, 다섯 시간 강의를 하면 지치잖아요. 그런데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한 장도 안쓰고 강의해요. 전부다 제가 판서를 하거든요. 모든 것을 다 기억하라는 거에요. 기억되지 않는 지식은 지식이라 인정 안해요. 기억된 지식만이 조작할 수 있는 거에요. 거기에서 의미가 나오는 거에요. 그래서 첫번째, 기억을 목표로 하는 거에요. 그래서 무조건 따라서 기억하라는 거에요. 아무거나 기억하라는 것이 아니고 자연과학에서 아주 본질적인, 핵심적인 것을 기억하라는 거죠. 기억했다는 말은 브레인이 바뀌었다는 말이잖아요. 그럼 사람이 바뀐 거에요.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뇌과학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고 신경연결망이 바뀌어진것이고 신경연결망은 훈련해야만 바뀌는 겁니다. 훈련을 해야 자전거 타고 훈련을 해야 수영을 할 수 있죠. 훈련 해야 양자역학을 할 수 있는 거죠. 


김승채 : 그런데 사람들이 처음에 가면 어려운 강의를 하시니까 '어휴, 저거 따라갈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더 쉽게 해주면 안될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박문호 :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쉽게 하고 재미있게 하는 것이 가장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하지말고, 쉽게 해달라고 하는 그 이면에는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거죠. 저는 이해는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거에요. 족쇄를 풀어준 거에요.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익숙해져라.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이해하려고 하는 거 아니잖아요. 영어 단어 암기하다보니까 유창하게 된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모든 학문을 언어학으로 보면 처음에 익숙해지면 되는 거에요. 익숙해지는 것은 머리 좋고 나쁘고가 상관없어요. 누구나 익숙해질 수 있어요. 익숙해지고 나면, 익숙해졌다는 말은 기억했다는 말이고 기억했다는 말은 신경연결이 바뀌었다는 말이고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이 바뀌었다는 말이죠. 그 길만이 사람이 바뀌어지는 길이죠. 


김승채 :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강의를 들으러 가시는데, 외국에서도 강의를 들으러 오신다면서요? 


박문호 :  물론 그런 분들도 있어요. 단체에 오시는 분들의 특징이 다른 분야에 많이 기웃거려 본 분들이에요. 공통적으로 많이 하는 이야기가 허전해서 왔다는 거에요. 특히 인문학 하는 사람들은 실체가 없다는 걸 느끼고 와요. 


김승채 : 본질적인 문제를 해답을 주는 것이 바로 자연과학이고, 바로 박사님께서 하시는 강좌인데 그런 것을 듣고나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내가 진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가는 건지..


박문호 :  이런 겁니다. 종교가 왜 생겼는지 생각해보면, 사후의 세계를 몰라서 그런 것이지 않습니까. 한가지는 우리가 알 수 있어요. 사후의 세계는 몰라도 우리 몸을 이루는 분자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아요. 그것으로서 만족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만족하지 않아요. 그것을 철저하게 물리적 시스템까지 이해를 해야 되잖아요. 이해하고나면 사후의 세계를 어떻게 해볼 수가 있는데, 알 수 있는 것조차 포기하고 사후의 세계, 종교에 매달린다는 거에요.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데. 동네에서 조깅하다가 마라톤 나가는 걸 꿈꾸는 사람들과 같아요. 마라톤 뛰려면 적어도 풀코스를 몇 번 연습해야 하잖아요. 연습을 안하고 계속 하면 되는데, 자연과학도 마찬가지 입니다. 언젠가 할 수 있는데 생각만 하는 사람들과 같아요. 


김승채 : 그러면 이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어떻게 참여를 하게 되는 겁니까. 


박문호 :  그냥 하면 되요. 묻지 말고 그냥 하면되요. 어떻게 하면 될까 하고 묻다가 40, 50대가 다 되어 버린거에요. 


김승채 : 박자세 모임 자체에서도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면서요?


박문호 :  핵심은 우리가 훈련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회원들이 배워서 한달에 한번씩 발표를 해요. 스무명이. 하루 종일 발표를 해요. 전부 다 암기해서. 그게 지금 80회가 넘었어요. 6년 이상 한 번도 안 거르고. 저는 문 밖에 있는 사람과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 이렇게 나눠요. 강의를 들으러 와서도 4, 5년 동안 문 밖에 어슬렁 거리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희뿌옇게 느껴지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다릅니다. 자기가 직접 하는 거에요. 어려운 수식을 푸는 거에요. 이해를 목표로 하지 않고 푸는 거에요. 하면 바뀌는 거지. 


김승채 : 네. 그렇군요. 자연과학 문화운동을 주장하는 분으로서 이번 기회에 청취자 여러분들께 이 말씀은 꼭 좀 드리고 싶다하는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끝으로 한 말씀 주시죠.


박문호 :  어쨌든 현대 사회라는 것은 자연과학, 공학이 만든 여러가지 놀라운 문명의 이기들을 평생 쓰고 살고 우리가 끊임 없이 자연 속에 산다는 걸 다들 알고는 있지만 진짜 자신이 믿는 종교만큼 자기가 하는 직장만큼 강하게 내가 자연 속에서 죽기 전에 자연과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접근할 수 있거든요. 교과서에서 다 밝혀놨거든요. 그것을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가 조금만 역량을 기울이면... 단, 몇가지 조건이 있어요. 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라는 거에요. 이게 어렵다. 어떻다 하다보니까. 세월만 간다는 거에요. 그렇게 하지 말고 그냥 입 다물고 들어와서 어떤 사람의 한 방법론을 미친 척하고 한 번 따라 해보자는 거죠. 그래서 안 되면 항의해도 좋아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바뀌어서 그 결과가 '유니버설 랭귀지'라는 책으로 나왔어요. 수백명이 바뀌었어요. 바뀔 수 있어요. 


김승채 : 네. 두 번에 걸쳐서 교수님과 말씀을 나누다 보니까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라고만 여겨졌던 자연과학에 대해서 새로운 매력과 관심이 생긴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의 삶과 자연현상을 근원적으로 고찰해본다는 의미에서 자연과학. 앞으로는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동안의 말씀 고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박문호 :  감사합니다.


김승채 : 지금까지 공익사단법인 박문호의자연과학세상을 이끌고 있는 박문호 박사와 함께 자연과학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