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과학문화운동에 '박자세'만큼 미친 사람들 없더라"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제1회 유미과학문화상 수상
정윤하 기자 2015.03.08
yhjeong@hellodd.com

▲ 유미과학문화상을 수상한 박문호 박자세 이사장이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과학자의 '과학적 성과'를 치하하고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해서는 국가와 대기업 등 큰 조직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일반 대중의 '과학 이해하기' 활동에 애쓰는 분들을 칭찬하고자 합니다. 노벨상 만큼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과학교재도 중요합니다. 과거보다 물질적 풍요를 이뤘지만 더 많은 갈등이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송만호 유미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자연과학을 통해 인간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에둘러 가지 않고 온몸을 던져야 합니다. 30년 동안 자연과학 분야 교과서와 명저 3,000여권을 읽으며 깨달은 원리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겠습니다." (박문호 박자세 이사장)
(재)유미과학문화재단(이사장 송만호)은 지난 6일, 특허청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제1회 유미과학문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수상자는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이하 박자세)'으로 상패와 부상 3000만원이 전달됐다.
시상식에는 정운찬 전 총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를 비롯해 김영민 특허청장, 고영회 대한변리사회장, 이헌규 과총 사무총장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 송만호 유미과학문화재단 이사장(좌)과 박문호 박사(우)
2012년 미래창조과학부를 주무부처로 하는 공익사단법인으로 재출범했으며, 자연과학분야 강좌와 발표모임, 뇌과학심포지엄, 해외학습탐사, 과학도서 발간 등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학생, 주부, 직장인, 연구자 등 다양한 계층의 4000여명 회원들이 박자세에서 활동중이며 김영보 가천뇌과학연구소 부소장처럼 전문가들도 박문호 박사의 '광팬'을 자청하며 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시상식에서 김현미 박자세 상임이사는 "박자세 학습 내용은 박문호 박사가 30여년간 공부한 내용이 근간이 된다"며 "1년에 100시간씩 지난 6년간 600시간의 강의를 진행했고 연 인원 5천여명이 이를 수강했다"고 그간의 활동을 소개했다.
박문호 박사는 "고향 울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아카시아가 활짝 핀 등하교길을 걸으며 언젠가는 인간세상의 모든 현상들을 다 이해하리라 다짐했던 것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30년 동안 자연과학 공부에 제대로 미쳐 그 결실을 얻은 만큼 이제는 대학교수들이 박자세라는 민간단체에 와서 강의를 들을 만큼 대중의 과학화를 이뤄내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한편 유미과학문화재단은 변리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영리 공익재단법인으로서 과학문화 창달에 기여한 개인과 법인, 단체에 표창한다.
특히 국가나 대기업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분야에서 일반인과 젊은 세대들로부터 수상후보를 추천 받는다.
이번 과학문화상은 과학저서 분야 번역가이자 저술가인 전대호, 이한음 작가와 송만호 이사장 등 5명으로 구성된 심사평가위원회를 거쳐 수상자가 결정됐다. 향후 과학도서발간상과 과학도서지도상 등을 선정, 시상할 계획이다.
◆ 과학문화상 뒷 이야기…송만호 이사장, 직접 후보자 만나 평가
1981년 설립된 유미특허법인은 지재권 분야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곳이다. 국내외 변리사와 변호사 100여명이 팀워크를 이루며 지식재산(IP)권 출원 등록 업무에서 IP 관리와 라이선싱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3년 올해의 특허법인 상'을 수상했다.
변리사의 90% 이상이 이공계 전공자이나 유미특허법인을 공동 설립한 송만호, 김원호 대표변리사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출신이다. 유미과학문화재단은 50년지기 친구이자 동료인 두 대표변리사가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으며, 유미특허법인이 운영자금을 기부해 재단을 후원한다.

▲ 과학문화상 시상식은 유미특허법인의 창립기념일에 진행됐다.
이번 과학문화상 시상을 위해 송 이사장은 사재 출연 뿐 아니라 직접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수상자를 가려냈다. 그는 후보로 오른 과학저서를 읽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후보자들을 직접 만나 장시간 대화하기도 했다.
송 이사장은 "박자세가 펴낸 '유니버설 랭귀지'를 읽어보니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조감적(鳥瞰的) 시각에서 쓴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박문호 박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제주도 자택에서 일부러 청주공항을 거쳐 대덕에 갔다"고 말했다.
그는 "집안의 모든 벽이 책장으로 되어 있었는데 전시용 책이 아니라 모두 손때 묻은 '진짜 읽은 책'이더라"며 "마치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하듯 2시간을 서서 박문호 박사의 책소개를 듣고 있자니 '대한민국서 자연과학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미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발굴하던 심사위원단은 아무런 대가 없이 자연과학학습 운동을 전개하는 박문호 박사의 열정에 감탄, 그를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
송 이사장은 "과학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선 과학적 성과 못지 않게 일반 대중들의 '과학 이해하기'가 잘되어야 한다"며 "상당히 많은 학술지에서 뛰어난 과학 연구성과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이를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려면 충분한 설명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과학문화상 시상을 통해 작은 힘이나마 '과학 이해하기'가 하나의 문화가 되도록 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우리 사회의 의식이나 사고를 과학화하기 위해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정신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작년에 15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했더니 어떤 책이 가장 생각나냐고 하길레 무심코
'잡담이 능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류의 조건을 쓴 사이토 다케시의 책입니다. 그 책은 시종 잡담이 얼마나 필요하고
어떻게 잡담을 해야하는지를 쓰고 있습니다.
일상생활 용어를 멀리하는 박자세와는 매우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그 책에는 매우 중요한 주제가 풍겨져 나옵니다. 우리네 이야기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뉘앙스가 훨씬 중요하다는 주제입니다. 내가 한 말과 상대가 한 말은 공중에 분해되어
몇 조각 간직하지도 못한채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날의 기분과 분위기, 뉘앙스만은 선명하게
남는다는 주제입니다.
문화가 그렇습니다. 일단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수 많은 시간이 흐릅니다. 관심이 생겨야 하고
관심을 이끄는 주체가 있어야 하며 대중의 가치가 조금씩 바뀌어야 합니다.
찬 밥 신세였던 인문학이 어느새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합니다. 자연과학은 마치 어려운
이야기라는 분위기를 띄고 있습니다. 찬 밥보다 못한 김치쪼가리 신세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 입니다.
유니버셜 랭귀지인 화학 기호와 물리 공식, 혹은 수식을
보는 순간 기겁을 하며 물러섭니다. 이내 어려운 공부해서 뭐하냐고 말합니다.
몽골 학습탐사를 가기 전에 자료를 수집하였습니다. 대학과 연구소 근황을 찾았더니 경제, 경영, 관광,
등의 학과를 제외하고 기초과학을 이루는 물리, 화학, 등의 학과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세계 5위의 자연 자원을 가지고 있어도 모두 다른 나라로 사라집니다.
영국의 기자가 쓴 기사 중에 한국은 영국과 미국을 닮지 마라라는 칼럼이 있었습니다. 서비스 업종만
추구하다가 서비스의 가치가 사라지는 순간 국가는 무너진다는 내용입니다.
하나의 분위기가 다음 도미노를 넘어트립니다. 그리고 그 도미노의 흐름은 어느 곳으로 확장될지는
알 수 없게 되지요.
박사님의 유미 과학상 수상은 유미 과학상 취지에 대해 송만호 이사장이 밝힌 것처럼 과학의 이야가 하나의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분위기가 사건을 뛰어넘어 확장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