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EBS에서 방영한 세계테마기행을 보았다.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박자세)’의 박문호 박사님이 여행자로 나오셨기 때문이다. 저번에는 박자세에서 주최한 뇌과학 심포지움에 가기도 했다.


이번 세계테마기행에선 뉴질랜드에 갔다. 남서태평양의 지구 최남단에 있는 섬나라이자 지구상에서 인간이 마지막으로 정착한 뉴질랜드는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과 태평양판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지구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살아 있는 지질 교과서이자 지구상 마지막 청정국가인 이곳은 크게 두 개의 섬으로 나뉜다. 남섬과 북섬이 바로 그것인데, 남섬은 빙하 지형, 북섬은 화산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편에선 박문호 박사님의 설명과 함께 그곳을 돌아보았다.


f596bb55-d603-4fdf-a353-3462192b8b41.jpg

이번 편에선 박문호 박사님의 설명과 함께 그곳을 돌아보았다.



4부로 구성된 이번 세계테마기행에서, 나는 3부와 2부를 가장 흥미롭게 보았다.


3중생대의 숲을 거닐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생물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뉴질랜드는 인류가 가장 마지막으로 정착한 지역이다. , 오랜 세월동안 다른 대륙과 격리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마치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그들만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뉴질랜드에선 현재까지도 신생대와 중생대의 흔적을 지닌 다양한 생물들을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와이포우아 산림보호구', 이곳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본연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이 숲에선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카우리 나무'를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떠난 곳은 희귀 새들의 천국이라고 하는 '푸카하 야생동물 센터이다. 이곳에는 뉴질랜드만의 독특한 야생동물들이 보호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희귀새로 손꼽히는 흰색 키위, '마누쿠라(소위 키위새)'가 인상 깊었다. , 뱀도, 도마뱀도, 공룡도 아닌 '투아타라', 그 명성에 맞게 약 2억 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고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이외에도 깜찍한 외모 덕분에 요정펭귄이라 불리는 '오아마루''쇠푸른펭귄'을 볼 수 있었다.

5994f254-7003-4dfb-96b0-5e803647b3a1.jpg

다음으로 떠난 곳은 희귀 새들의 천국, '푸카하 야생동물 센터이다. 이곳에는 뉴질랜드만의 독특한 야생동물들이 보호되어 있었다.


2서던 알프스, 암석의 비밀을 찾아서에서는, 역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암석에 대해 말한다.


서던 알프스 산맥은 위에서 말한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과 태평양판의 충돌로 형성되었는데, 이로 인해 다양한 지형과 암석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서던 알프스의 3대 고개 중 하나인 '하스트 고개'에는 빙하가 녹아 흐르는 에메랄드빛 계곡과 넓게 펼쳐진 너도밤나무 숲이 있어, 그야말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남쪽 해안에 위치한 '파파로아 국립공원'에는 접시 위에 팬케이크를 쌓아 놓은 듯한 모양의 '팬케이크 바위'가 해안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데, 이 바위에는 3천만 년 전의 바다의 이야기가 숨어져 있다.


서던 알프스의 남쪽 지역에는 또 다른 독특한 바위들이 존재하는데, 바로 '모에라키 바위''엘리펀트 바위'. 카누에 있던 조롱박이 떠내려 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숨어 있는 모에라키 바위와, 거대한 크기가 마치 코끼리를 연상케 해 이름 붙여진 엘리펀트 바위에는 눈에 띄는 신기한 외형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탄생 이야기도 숨어져 있다고 한다.


203728c0-4be5-4fde-993b-0e98755b5410.jpg

2서던 알프스, 암석의 비밀을 찾아서에서는, 역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암석에 대해 말한다


2부에서 말한 것 중에 중요한 것 하나는, ‘광물과 생물이 공진화(進化)해 왔다는 것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공진화는 한 생물 집단이 진화하면 이와 관련된 생물 집단도 진화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진화생물학의 개념이다. 공진화는, 작게는 아미노산의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서부터 크게는 진화의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들 사이에 일어나는 형질 변화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의 모든 규모에서 관찰된다고 한다.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석회암이다. 석회암, 또는 석회석은 탄산 칼슘(CaCO3)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생성원인에 따라 유기적 퇴적암과 화학적 퇴적암으로 구별할 수 있다.


화학적 퇴적암, 즉 비유기적 퇴적암은 생물로부터 생겨나지 않은 퇴적암을 말하는데, 석회암의 경우는 바다에 녹은 이산화탄소, 즉 탄산 이온이 칼슘 이온과 만나 생긴 경우를 일컫는다. , CO2가 물에 녹아 CO32-가 되고, 이것이 Ca2+와 만나 탄산 칼슘이 되어 퇴적된 것이다.


이에 반해, 유기적 퇴적암은 탄산 칼슘으로 몸의 껍질을 만드는 생물들의 사체로부터 만들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생물이 산호와 석회질 조류 등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생물들이 탄산 칼슘, 즉 석회암으로 몸의 껍질을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산호가 그러한데, 따지고 보면 인간의 뼈도 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여기서 왔다고 할 수 있다(인산 칼슘이 대부분인 망사 구조이지만, 신경쓰지 말자). 또한, 칼슘 이온은 뇌의 시냅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생물과 광물은 같이 진화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광물과 생물을 연결 지어 생각하는 관점은 최근 주목된다고 한다. 이런 관점은 로버트 M. 헤이즌의 지구 이야기: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로 푸는 지구의 역사The Story of Earth: The First 4.5 Billion years from Stardust to Living Planet(뿌리와이파리, 김미선 역)에 잘 나와 있다.


오늘의 세계테마기행에서는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와이오푸아 산림보호구의 카우리 나무 숲은 경이로웠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인 요정펭귄은 귀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라는 새로운 관점이었다. 나는 방금 전까지 광물과 생물을 엮어 본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 했었다. 하지만, 광물과 생물을 묶어서 생각한다는 방식은 확실히 매력적인 것 같다. 다음번에는 이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라는 개념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