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우리는 미리 걷는다. 움직이기 전에 알고 있다. 걷기라는 움직임에는 걸을 때 느껴질 감각이 들어있다.
위의 그림은 'Focal dystonia in musicians: linking motor symptoms to somatosensory dysfunction' review 논문에서
인용하였다.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nhum.2013.00297/full)
운동계획이 운동출력을 향할 때 피드백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forward라는 말과 feedback이라는 말이 나온다. forward라는 말은 운동계획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투수가 공을 던진다고 했을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다고 해보자. 이 때 투수의 머리에는 타자의 정보가 조합이 된다. 타자의 그간 데이터를
통해 좋아하는 볼의 유형과 치기 어려워하는 데이터가 전두엽에 모아진다. 그저 타자가 들어서기만 했는데도
그렇다. 전두엽에 모아진 데이터는 커브, 직구, 슬라이더 등의 볼의 구질을 형성하고 속도와 공이 도달 될
위치-안쪽, 바깥쪽, 아래, 등등-까지 결정한다. 그리고 전운동영역으로 정보를 보낸다.
공을 던지기 전에 이미 전운동영역은 전기신호로 가득찬다. 그리고 그 정보를 일차운동영역으로 보내면 tract를 통해 척수로 정보를 보내고 알파운동신경을 통해 마지막 단계인 근육을 움직인다. 손 끝에서 공은 떠난다.
여기서 이미 계획된 전운동영역의 활동을 forward라는 말로 표현한다. feedback은 그 공을 던진 다음 비교하는
장치이다. 공을 잘 던졌는지 아닌지를 눈, 고유수용감각, 청각등을 이용해서 운동의 계획과 운동 결과물을
비교한다. 이것을 feedback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래 도표에서 이상한 용어가 등장한다. predicted sensory feedback이라는 말이다. 해석을 하면 '예측 감각 되먹임'이다. 예측된 감각을 비교한다는 말이 된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일차운동영역에서 척수로 내려가는
정보를 일차감각영역에 대량으로 투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운동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대량의 전기펄스는 단순하게 척수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일차감각영역에 보낸다.
이 말은 운동을 실행하는 운동프로그램에 이미 운동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느껴질 감각이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모든 운동은 순서로 되어 있다. 공을 던질 때 손이 무조건 나가지 않는다. 다리를 들고 체중을 앞으로 옮기고
몸통 회전을 한 이후에 위치 에너지를 최대화 하기 위해 손은 몸통 가장 바깥 쪽에서 움직인다.
반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 그렇다는 말은 운동 프로그램에는 이미 몸이 움직일 때 느껴질 감각이 순서대로
기억되어 있다는 말이 된다.
predicted sensory feedback은 움직이기 전에 어떤 감각이 일어날지를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수저로 밥을 뜰 때
밥을 씹을 때 어느정도의 강도로 씹을지와 그에 따른 저작근과 혀의 움직임의 감각을 미리 알고 있다는말이다.
운동 계획에는 예측된 감각이 존재하고 운동은 그 계획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모든 운동의 목적은 운동 계획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의 수행의 연속이 만든다.
운동 예측을 한다는 말은 이미 어떤 느낌일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이 장치는 에너지를 대거로 줄인다. 예측된
감각과 같으면 운동 계획을 수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원래 가지고 있던 운동 프로그램을 쓰면 된다.
다시말해 길을 걸을 때 우리의 의식은 걷는데 에너지를 들이지 않는다. 이미 발바닥에 느껴질 길바닥의 질감까지 운동계획에 들어있기 때문에 미리 알고 있는 감각과 틀리기 전까지는 걷기를 하면 된다.
그러나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리거나 혹은 비가와서 미끌리는 바닥을 느끼는 순간 균형과 운동프로그램을 작동하기 위해 그동안 하고 있던 의식을 멈춘다.
뭐 핸드폰 보고 있다가 바닥을 쳐다본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면을 확인하고 운동계획을 다시 시행한다. 미끄러운 길과 돌멩이가 어디있는지 본다는 의미다.
우리는 미리 걷는다. 그리고 미리 예측된 걷기가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한다. 그저 뇌가 만든 걸음을 확인하고
틀리고를 반복하며 가상 공간을 키워간다. 클라크 기둥을 타고 소뇌로 들어오는 고유수용감각의 실시간 정보는
너무 빨라서 의식을 하기도 전에 처리된다. 그렇게 빠르게 들어온 정보를 뇌가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이유는
뇌가 이미 자신이 느껴야 할 감각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계획에 포함된 프로그램을 흔히 근육을 움직이는 것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리 알고 있는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운동을 이해한다. 뇌졸중, 뇌성마비, 등의 중추신경계 환자가 자신의 움직임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는 운동 학습 프로그램의 이상보다 감각처리의 문제가 더 크다.
미리 걷기 때문에 몸의 대한 신체 도식, 공간의 인지가 더 중요하다. 일례로 손을 뻗는다는 의미는 3차원
공간상에 특정 위치가 계산 되었음을 의미한다. 손을 뻗어 과일을 잡아 입으로 가져간 다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기적과 같은 일이다. 과일을 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과일, 과일의 크기, 과일과 나의 거리, 과일의
질감을 계산한 씹기의 강도, 미리 예측한 맛, 나의 위치, 나와 과일과의 공간 인지 등의 모든게 들어가
있다 . 의식없이 일어나는 모든 행동 이면에는 수 많은 시간 형성된 공간의 인지 현상이 숨어 있다.
솔다렐라 이진홍
봄이 짙어져서 여름이 오는걸까요?
무언가 내 주위가 변해 내가 느끼는 걸 계절이라 하는 걸까요?
히가시다 나오키는 자신의 책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에서 계절이 바뀌면 긴장한다고 했습니다.
(흔히 우리는 그를 자폐증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소나기를 맞거나 매미의 울음소리를 찾는다고 합니다. 새로운 해석이며 감각이었습니다.
무언가 밖의 세상이 바뀌었을 때 자신이 알고 있던 현상이 없으면 불안해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고 했지요.
익숙하지 않은 시간은 불안하게 하나 봅니다.
사모님의 댓글에 어떤 말을 써야 할지 지금껏 고민하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입니다. 내 손끝에서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 나오면 그게 내가 지금 기억하게 될
모습이 될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평생 해오던 말과 대답과 반응인데 낯설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순서가 어긋나고 있습니다.
참 고맙게도 박사님의 강의는 마음을 가라앉게 합니다. 저 멀리 이야기, 까마득한 감각 너머의
이야기가 내가 어디 있는지 알게 하는 느낌입니다.
참 이상하지요. 이해의 대상이 아닌 세계가 내가 어디 있는지 알 듯 만듭니다.
그래서 더 박사님의 강의가 그리운가 봅니다.
건강한 웃음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삼년 묵은 쑥 이야기가 무엇인지 몰라 찾아 보았습니다.
삼년 묵은 쑥이 아버지의 병환에 좋다는 말을 듣고 삼 년을 헤맨 사람의 이야기이더군요.
미리 알았더라면 준비했을 것을 하는 교훈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삼 년 전에 준비 했으면
자신에게 삼년 묵은 쑥이 있었을텐데 하는 이야기입니다.
미리 걷는 우리가 앞을 내다 보는 능력은 참 보잘 것 없습니다.
즉각적으로 실시간으로 예측된 감각을 확인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리 걷는 행위도
의미 없음이 됩니다.
그래서 제프 호킨스는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에서 인간의 대뇌피질의 연결망을
무한대로 늘리면 100년 후, 1000년, 그 이후까지 늘릴 수 있지 않을까를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나 봅니다.
솔다렐라님 반갑습니다.
요즈음 많이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하루 빨리 좋은소식 들려주시고
강의실 빈자리 채워 주시기 바랍니다.
솔다렐라님 노트가 그립고 그리울때 입니다.
좋은글 감사드려요.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