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호의 베스트북
가슴으로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안도현
감정을 쏟아 붓지 말고
감정을 묘사하라
2011.09.13 01:04:28
(추석 전날)
빨리 보고싶다.
시장보러가기 전에 어제 주문해 둔 서점부터 들렀다. 앗,휴일이란다.인터넷주문보다 빠를 것 같아 해 논건데..
시장주변엔 서점도 없고
결국 장 본 것은 집에 놓고 전화를 돌린다.
한 군데, 두 군데, 세 군데, 네 군데. 그래 네 군데째 있단다. 한 권이.
"지금 갈게요, 준비해주세요"
수원역으로 바로 차를 돌린다.
리브로 서점.
'여긴 할인도 하나도 안되는데.. 아니지, 이렇게 생각하면 안되지,책인데'
차에 타자마자 눈을 맞춘다.
기대보다 훨 좋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내 가까이 있을 책이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또 다른 문을 열어 줄 것 같은 큰 예감이 든다.
시인 안도현의 시 창작 강의노트. '시와 연애하는 법'이라는 타이틀로 6개월 동안 「한겨레」에 연재했던 원고를 대폭 손질하고, 내용을 보강해 묶었다. 좋은 시는 어떻게 태어나는지, 좋은 시는 어떻게 쓰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시작법 책인 동시에 오랜 세월 시마詩魔와 동숙해온 시인 자신의 시적 사유의 고갱이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 좋은 시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비법이 수능시험 답안지처럼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신 없다고 하며, 자신은 그저 시적인 것을 탐색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은 곧잘 시적인 것이 아닌 것들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시인 자신의 시 창작에 얽힌 사연과 경험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시인은 고등학교 시절에 쓴 시를 부끄러이 공개하면서, 자신이 골랐던 시어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기도 하고, 급기야 화장실에서 떠오른 시상 메모가 어떻게 한 편의 시로 탄생하는지 그 과정과 흔적을 소상히 서술하기도 한다.
시인은 책의 서문에 '독자들께 시작법과 더불어 한국어로 쓴 시의 정수를 맛보는 즐거움을 과외로 선사하고 싶었다'라며 책 속에 좋은 시의 증표로 삼을 만한 100여 편의 시를 소개한다. 또한 이 시들이 왜 좋은 시인지에 대한 시인의 도움말은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시독법과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다.
독자리뷰1
우연히 빌렸다가 다른 읽을 것도 많아
그냥 반납 하려다가 슬쩍 몇 줄 읽고 나서
다른 책 다 반납하고 이것만 읽었다!
나를 진정 시인으로 만들어 준 책!
안도현 선생님 만나뵈면 정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리뷰2
교원임용고시(국어)를 준비하면서 '시'를 접하는 것은 어쩌면 고충일지도 모른다. 고전시가를 재쳐 두고도 여전히 진행형인 현대시의 창작자들의 목소리가 한스러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안도현 시인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를 읽으면서 시험때문에 억지로라도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안도현 시인의 시 창작 노트를 보는 것은 시를 공부하는 자에게는 엄청난 행운이다. 대학 강단에서 '시창작론'이나 '시교육론'같은 강의를 듣는 것 이상의 공부가 되었다. 이 책에는 시하면 떠올리는 일상적인 시험폭탄의 파편들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니 똑같은 것을 말하고 있지만 전혀 다르게 말하는 시인에게 고마움을 느낄 뿐이다.
시라고 하면 의례 떠올리는 것이 '서정', '상징', '비유', '주제', '화자', '운율' 등의 교과서적인 내용일 것이다. 시를 나만의 방식으로 읽고 느끼고 하는 것보다 시험문제에 맞게 읽어내는 요령을 위한 시읽기만을 생각하기 일쑤다. 학교를 떠난 사회인들에게 얼마나 시가 읽혀지는가? 어쩌면 학교에서의 시 교육이 시를 멀리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닐까?
이숭원 교수의『교과서 시 정본해설』처럼 그런 시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시인이 만난 '서정적 순간'을 나의 이야기를 다시 풀어헤쳐보는 일, 그것이 바로 시읽기이다. 그런 시읽기를 두고 해석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런 시해석이 타당성을 가지면 뭇사람들에게 그럴 듯한 시비평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런 해석학적 순환(시를 두고 하는 대화)이 일상에서 자유롭게 일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향같은 곳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안도현 시인의 이 책에는 시를 쓰기 위해 생각해 볼 거리 26가지와 그 26가지를 풀어헤쳐 놓은 두어 가지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이야기속에는 거기에 걸맞는 시들이 놓여져 있다. 교과서에서 가르쳤던 시이론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시들이 이론과 맞물려 잘 짜여져 있다. 가르칠 필요도 없고 배울 필요도 없고 그저 시적인 순간과 마주하기만 하면 가슴으로 손끝으로 시를 낚아챌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당신의 이름을 지우고 보더라도 분명히 당신의 시임을 알게 하는 게 최선임을 잊지 말라"란 이 책을 닫는 말처럼 그렇게 시인의 손끝을 떠난 시를 우리의 가슴에서 다시 피워내보는 것은 어떨까?
'시를 살아라'는 말의 뜻이 무엇일까? 시로만 할 수 있는 말이 과연 무엇일까? 우리 시대에 남아 있는 '시적인 순간'들을 건져 올려내는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등 숱한 질문들이 이 책을 통해 살아난다. 시를 잘 읽기 위해서 잘 가르치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물론 그런 효용보다 시인들의 세상 읽는 눈을 통해 대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과 그 대상과 하나될 수 있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나와 동시대에 시공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눈에 들어 온 우리의 시대는 어떤 모습인가와 우리의 삶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
시로 만난 이 세상은 참 따뜻한 젖가슴이었다.
독자리뷰3
책을 덮고 엎드렸습니다. 먹먹하면서도 뜨끈한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머리를 돌리니 눈가도 묵직합니다. 사그라들었던 재속에 불씨가 보이는 듯 합니다.
초면인 백석의 시에도 빠져보고 소개해주신 시인들의 붉고 뜨거운 정신에 퍼뜩 깨어나고 푸르고 차가우면서도 팔팔 살아 꿈틀거리는 시어들이 뛰놀아 시간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묵직한 엉덩이의 힘으로 시에 몰두하라는 시인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고정국시인님의 강좌를 3주째 들으면서 시세계에 눈을 맞출즈음 이 책을 만났지요.
시간 쪼개어 읽다가 밤도 새고 싶을 정도로 놓칠 수 없는 환상적인 시가 많습니다.
시베껴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안도현시인의 말씀대로 좋은 시를 내 곁에 두고 싶으니까요. 알콩달콩 가슴 뛰기도 하고 먹먹하게 뜨끈한 뭔가 채워놓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인이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시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시와 연애하듯 나의 반쪽을 찾아 불현듯 떠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안도현님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를 읽으니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시와 살고 싶네요.
자연에 대한 나의 생각에 확답해줬고 부딪히고 깨어지고 부서진 모든 것의 재구성을 알게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은 따끈따끈하게 채운 듯 합니다.
더이상 뒷걸음치지 않고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 힘은 온전히 나에게서 출발함을 느끼며...
독자리뷰4
한겨레 신문을 구독하던 중 언제부턴가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시와 연애하는 법' 이라니...... 사람하고도 하기 힘든 연애를 말없는 시하고 어떻게 연애를 하나?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그 글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시와 연애를 하게 되었다. 단지 안타까웠던 것은 신문에 연재된 글이라서 신문을 읽지 못하면 그 글 역시 못읽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 번 읽고 다른 용도로 쓰여져 내용이 희미해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나의 맘을 어떻게 알았는지 작가의 뭉텅이 뭉텅이 글들이 하나로 합체해 내용만큼 예쁜 옷을 입고 나와 버렸다.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된다고 한다. 이 세상에 한 평생 사랑 한번 안하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게 따지면 결국 우리 모두 시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시인이 되지 않는 것일까? 나를 비추어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 삶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좁아져 돈버는 것과 먹고 사는 것 밖에 볼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즉 시에 대한 감수성을 담을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시에 대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 할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 어려워서 쓸 수 없다고......아니 쓰는것은 고사하고 읽는 것 조차 힘들다고......
안도현 시인은 이런 우리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우리들의 그런 변명에 요목조목 반기들 든다. 우리들에게 많이 겪으라고 말한다. 많이 베끼라고 말한다. 몰입하고 열정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천재시인은 없다'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작가 자신의 노력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결국 그 역시 열정을 갖고 노력한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이 책은 시가 무엇이고 시를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는 이론서 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딱딱한 이론이나 어려운 용어들의 나열이 아닌 시인 자신의 체험을 통해 나온 시론인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나에게 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시는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읽으면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고 말해준다.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말이다.
결국 이 책은 이론서이기는 하지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딱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시를 배우고 전공하는 학생, 시와 가까워지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물론 시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역시 읽기에 좋은 책이다. 아니 시와 연애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연애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이 책은 시에 대한 나의 감수성을 깨워주었다. 아직 시를 쓰려는 시도는 감히 못하고 있지만, 시에 대한 부담감 없이 다시 다갈 수 있게 해준 책이다. 나의 이런 변화를 다른 독자들 역시 경험하기를 바라며 4000만 국민이 시를 사랑 하게 되는 그날이 오기를 살짝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