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호의 베스트북
엘리아 수필집
찰스 램
수필문학의 고전
요새 피천득의 '수필'을 보고 있는데 세번째 이야기에 찰스 램이 나온다
내용을 소개해 보겠다
- 나는 위대한 인물들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나와의 유사성이 너무나 없기 때문인가 보다.나는 그저 평범하되 정서가 섬세한 사람을 좋아한다. 동정을 주는 데 인색하지 않고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곧잘 수줍어하고 겁많은 사람, 순진한 사람, 아련한 애수와 미소 같은 유머를 지닌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찰스 램 (Lamb, Charles ,1775****) 은 중키보다 좀 작고 눈이 맑고 말을 더듬었다. 술을 잘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고,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는 남에게서 정중하게 대접받는 것을 싫어하였고 자기를 뽐내는 일이 없었다. 그는 역경에서도 인생을 아름답게 보려 하였다.
램은 두뇌가 총명하고 가세가 넉넉지 못한 집 아이들이 가는 유명한 자선학교 '크라이스트 호스피털'에서 7년간 수학을 하였다. 그 후 그렇게도 가고 싶은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잠깐 남해상사를 거쳐 1792년 동인도회사에 취직을 하여 1825년까지 삽십여 년 회계사무원 노릇을 하였다.
그는 불행하였다. 발작적 정신병을 앓는 누님을 보호하면서 일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그는 두 번 여성에게 애정을 느낀 일이 있다. 그 중의 한 여성은 <꿈속의 아이들-환상>에 나오는 엘리스이다. 꿈속의 아이들은 응석도 부리고 애교도 떨다가 매정하게도 이런 말을 하고 사라져버린다.
" 우리들은 앨리스의 아이가 아닙니다. 당신의 아이도 아닙니다. 아예 아이가 아닙니다. 우리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것조차 없습니다. 꿈입니다. 앨리스의 아이들은 버트람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버트람'은 앨리스가 결혼한 사람이다
또 한 사건은 그가 마흔네 살이 되고 연 육백 파운드 봉급을 받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 페니 케리에게 청혼을 하였다. 그리고 즉시 상냥하고 정중한 답을 받았다. " 저의 애정은 이미 다른 분에게 가 있습니다. " 이리하여 그의 작은 로맨스는 하루에 끝이 났다.
그는 오래된 책, 그리고 옛날 작가를 사랑하였다. 그림을 사랑하고 도자기를 사랑하였다. 작은 사치를 사랑하였다. 그는 여자를 존중히 여겼다. 그의 수필 <현대에 있어서의 여성에 대한 예의>에 나타난 찬양은 영문학에서도 매우 드문 예라 하겠다. 그는 자기 아이는 없으면서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였다. 어린 굴뚝 소제부들도 사랑하였다. 그들이 웃을 때면 램도 같이 웃었다.
그는 일생을 런던에서 살았고, 그 도시가 주는 모든 문화적 혜택을 탐구하였다. 런던은 그의 대학이었다. 그러나 그는 런던의 상업면을 싫어하였다. 정치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기 학교, 자기 회사, 극장, 배우들, 거지들, 뒷골목 술집, 책사, 이런 것들의 작은 얘기를 끝없는 로맨스로 엮은 것이 그의<<엘리아 수필>>들이다.
그는 램(羊)이라는 자기 이름을 향하여 " 나의 행동이 너를 부끄럽게 하지 않기를, 나의 고운 이름이여"라고 하였다. 그는 양과 같이 순결한 사람이었다.
-끝-
나는 나보다 능력이 훨씬 우수한 사람과 평생을 같은 집에서 지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내 자신을 알고 있는 한은 시기심이라든가 내 자신을 그와 비교해서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이따금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생활의 행운과 행복을 마련해주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자신보다 뛰어난 인물들과 지나치게 들러붙어서 계속 교섭을 하는 버릇은 자신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짓눌러버리는 결과가 되고 만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너무 자주 독창적인 생각을 빌려 복용하게 되면, 자신이 지니고 있는 독창적인 능력일망정 숨쉴 틈을 잃고 말게 된다. 마치 남의 땅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처럼 남의 정신 속에서 갈피를 못잡게 되는 것이다. - 본문 35쪽 중에서 |
저자가 1820년부터 《런던 매거진》에 '엘리아'라는 필명으로 연재한 수필들을 모았다. 템플에서의 어린 시절, 크리이스츠 하스피틀의 학창 생활, 방랑 생활, 누이와의 휴가 여행, 정신병, 그리고 회복, 지겨운 회사일, 무수한 교우 관계 등의 신변잡기를 소재로 사용해 자전적인 성격이 두드러지는 수필집이다. 짙은 문학적 향기와 세밀한 관찰을 통해 유머와 페이소스를 버무린 문장으로,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인간에 대한 너그러움이 애잔하게 흐르면서 유머와 위트가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 소개
지은이 찰스 램 Lamb, Charles (1775****)
영국의 수필가, 시인. 필명은 엘리아. 런던 출생.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빈민 자녀를 위한 학교를 마치고 17세에 동인도회사 회계원으로 입사해 33년을 근무하면서 시인 S.T. 콜리지 등과 교류했다. 21세 때인 1796년에는 정신병을 앓던 여동생 메리가 발작을 일으켜 어머니를 살해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자신에게도 유전적으로 정신병력이 있음을 알고 여동생을 간호하며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1796년 콜리지의 시집에 4편의 시를 발표했고, 1798년 C. 로이드와 공동시집을 내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1807년 여동생 메리와 함께 《셰익스피어 이야기 Ta1es from Shakespeare》를, 1808년에는 《율리시스의 모험 The Adventures of Ulysses》을 발표하였다. 45세 때인 1820년부터 《런던 매거진》에 필명으로 <엘리아 수필>을 연재하면서부터는 영국 문단 최고의 수필가로 인정을 받았다. 《엘리아 수필집 Essays of Elia》은 1823년 1집, 1833년 2집으로 나뉘어 출간되었다. 그의 수필은 신변잡기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문학적 향기가 짙다. 세밀한 관찰을 통해 유머와 페이소스를 버무린 문장으로,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인간에 대한 너그러움이 애잔하게 흐르면서 유머와 위트가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찰스 램으로부터 영국 수필문학의 전통이 확립되었다는 것이 영미문학계의 정설이다.
옮긴이 김기철 金基哲
영문학자, 도예가. 1933년 충북 괴산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을 마쳤다. 중.고교 교사와 고려대학교 강사를 지내면서 《엘리아 수필집》《포 단편선》등을 번역해 번역가로 이름을 떨치다가 ‘흙이 좋은’ 이유만으로 도예가로 변신했다. 미국, 독일, 영국, 인도, 프랑스 등지에서 수차례 순회전을 가졌으며 한국현대미술대전 초대 출품, 서울종합경기장 준공기념 도예전, 호암갤러리 초대 백자특별전, 서울현대도예비엔날레 초대전 등을 가졌다. 현재 경기도 광주 곤지암의 보원요(寶元窯)에서 흙과 생활하고 있다. 수상집 《꽃은 흙에서 핀다》가 있다.
절판 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