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호의 베스트북
나는 침대에서 내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음악
움직임
공간지각
2012.11.15 20:31:28
"머제니치의 연구팀은 손을 촉각으로 자극할 때와 사용할 때의 효과는 물론 감각적인 구심로 차단과 손 절단이 감각피질에서 손에 해당하는 부위에 미치는 효과도 연구했다. 그 결과 그들은 손에 감각적인 정보의 입력이 차단되면 뇌의 해당 부위가 즉시 축소되거나 사라지며, 이와 함께 다른 정보들의 즉각적인 재배치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의 실험은 몸의 어느 부위에 대해서도 영구적으로 ‘할당된’ 부위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손’ 영역으로 고정된 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손에 구심로 차단이 일어나거나 한동안 손을 사용하지 않으면, 감각피질에서 손의 위치가 사라진다. 과거에 손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는 몇 시간이나 며칠 만에 신체의 다른 부위들이 급속히 차지해버리기 때문에, 대뇌겉질에 ‘손이 없는’ 새로운 신체지도가 그려진다. 비활성화되거나 구심로 차단이 이루어진 신체 부위를 관장하던 부분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최소한의 흔적이나 잔해도 남지않는다.
머제니치는 대뇌겉질 지도에서 사라졌던 부위가 저절로 되살아나거나 회복되는 경우는 결코 없음을 밝혀냈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자극과 행동을 통해 새로운 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기계적이고 정적인 신경학에서 가정했던 것처럼 신체이미지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신체이미지는 역동적이고 유연하므로 항상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개조되어야 하며, 우연히 일어나는 여러 경험에 따라 급속히 스스로를 재구성할 수 있다. 신체이미지는 뇌에 선험적으로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경험에 스스로 적응해가는 ‘과정’이다."
다리 하나를 잃는 사건이야 말로 한 개인에게는 큰 재앙이며, 올리버 색스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그런데 그뿐일까? 유창한 달변가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인 올리버 색스는 이 사건을 통해 신경과의사이면서 환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즉, 지금까지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했다면, 이 책에서 그는 의사의 허락이 있어야만 걸을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환자가 된다. 병원 시스템의 완고함, 환자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의료진,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축소시키는 수동적 입장의 환자 지위 등을 시적이고 철학적인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병상 일기이면서도, 인간이면 누구나 한 번쯤 앓는 질병에 대한 성찰과 환자가 되면서 겪는 경험을 농밀한 시적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화성의 인류학자』, 『소생』 등 올리버 색스의 저작들이 시각인식 불능증, 기억상실증, 신경매독, 위치감각 상실, 투렛증후군, 자폐증 등 신경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것인 반면, 이 책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임상 기록이다.
저자소개
1933년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옥스퍼드대학교 퀸스칼리지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초에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와 UCLA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쳤다. 1965년부터 현재까지 뉴욕에 살고 있으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신경과 임상 교수,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외래교수로 일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엉클 텅스텐》, 《소생》 등이 있다. 특히 《소생》은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져 크게 흥행했으며, 로버트 드 니로와 로빈 윌리암스가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1991년에 《사랑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뉴욕타임즈》는 그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칭송했으며, 2002년에 록펠러대학교는 과학자이자 시인인 그에게 루이스 토마스 상을 수여했다.
(REAL NAME)
The first chapter, "The Mountain", tells how Sacks suffered a terrible injury to his left leg while hiking high above Hardanger Fjord in Norway. He was alone, and nobody knew where he was; he would certainly die of exposure if he didn't reach help by nightfall. The chapter is as gripping as anything in a thriller, and much more believable.
The next chapter, however, "Becoming A Patient", is the one that will give readers of Sacks' other work a frisson of recognition. Many times Sacks has taken the reader through the doctor-patient relationship from the doctor's side, but now he must experience it from the patient's side, and it is a revealing chapter. It ends with an extraordinary transition: Sacks has realized that he has a neurological problem with his leg--he can't "locate" it; it feels like it's made of wood--but the surgeon who operated on him refuses, point-blank, to accept that there is a problem.
The remainder of the book--about half--is devoted to the path to Sacks' ultimate recovery. Sacks has deep powers of observation, and there are luminously informative sequences here--my favourite is perhaps the exchange with the physiotherapists, when they are trying to show him how to walk, but he has forgotten how. The book closes with a chapter of musings on the nature of Sacks' experience and its relationship with his work.
This is a thoughtful book, and a good introduction to Sacks' work, but I think readers of Sacks' other books will like it the m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