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를 읽다가 문득 알아진 것이 있다

두 권 중 공부이야기를 먼저 후딱 읽고, 나머지 '자연철학 강의'에 들어갔으나 도무지 진도가 더뎠다. 하는 수 없이 안 읽히는 부분은 대충 넘기기로 한다. 술술 읽히는 부분만 자세히 읽다보니, 결과적으로 '온생명'부분만 제대로 읽은 셈이 되었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책을 덮을 무렵 홀연히 의문 하나가 해소되는 게 아닌가. '이 의문이 여태 살아있었구나!'

 책 내용의 온생명 부분을 정리해보면,

낱생명 : 육신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 것은 모두 낱생명이라 한다.

보생명 : 이 낱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나머지 모든 조건들을 통칭 보생명이라 한다.

온생명 : 낱생명과 보생명을 모두 합친 생명의 자족단위온생명이라 한다.

 

각각의 낱생명은 저 홀로는 살 수 없다. 일단 먹어야 하고, 숨을 쉬어야 한다. 먹이와 산소는 바깥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 기체로 된 산소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든다(박자세 공부). 식물이든 동물이든 먹잇감이 되는 자연의 낱생명들은 또 어떤가? 식물은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 무기물 등이 필요하고, 초식동물은 그 식물을 먹어야 한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이 없으면 굶어죽는다

하나의 낱생명이 존속하려면 그를 살게 해주는 나머지 조건들이 받쳐주어야 하는데, 이를 보생명이라 한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생명의 자족단위를 온생명이라 한다는 것이다.

 

'비로자나불'을 처음으로 눈여겨본 곳이 양재동 구룡사였다. 불상을 일일이 구별해서 볼 안목이나 관심을 갖추지 못했던 시절임에도, 유독 비로자나불의 '손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무슨 뜻이지?' 그냥 스치듯 의문이 일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의미가 알아진 것이다. 혹시, 오해는 마시라. 책 속에 '불교교리'라 드러낸 언급은 없으니까.  

한 번 스치듯 일어났던 의문이, 관심도 두지 않았던 25년도 훌쩍 넘은 세월 여전히 살아있었던 것이다. 비로자나불의 수인(手印)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되자 바로 비로자나불의 일면도 알게 되었다. 그간에 듣거나 읽은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려보면, 비로자나불에 대한 묘사는 대개 이런 식이었다.  

<비로자나불의 몸에 있는 한 털구멍 속에는 무수한 국토와 헤아릴 수 없는 중생세계가 있다. 각각의 털구멍마다 모두 그러하고, 무수한 부처님이 항상 설법을 하고 계신다.>   

'세상에나! 이게 뭔 소리래? 각각의 털구멍마다에 헤아릴 수 없는 세계?' 이건 뭐, 머리를 굴려볼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무지막지한 '꽉 막힘'이 아닌가.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던 한 털구멍 속의 무량한 세계’!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관심 있는 분들께 힌트가 될까 해서 알게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청정법신 비로자나불 : 온생명,

원만보신 노사나불 : 보생명,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 : 낱생명,

이상이다.

어차피 장회익 교수의 '온생명'을 읽고 숙고해봐야 하고,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도 참배해봐야 그 수인(손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보면, 단박에 알아지거나 오랜 시간 후에 알아지거나 사람마다 시간차가 있을 뿐 알아질 것이라 본다. 더 이상 설명 않는 걸 비유로 말하면, 수학문제는 직접 풀 줄 알아야 자기실력이고 '알았다'하는 것이지 답만 들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 하겠다

 

비로자나불은 화엄경을 설하신 부처님이고, 내용이 심오하고 방대하여 일반인이 읽기는 어렵다고 한다. 화엄경의 단편들을 모아보면, 흔히 회자되는 '일체유심조'가 대표적이다. 출처인 화엄경 사구게는 이렇다.

'약인욕요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  

화엄경의 진수를 뽑아냈다는 의상조사의 '법성게'도 많이 읽히는데, 내용 중에는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가 있다. 또한 '대방광불화엄경 용수보살약찬게....'로 시작하는 '화엄경약찬게'가 불교의식에서 많이 독송된다

대적광전이 있는 사찰로는 '가야산 해인사'가 얼른 떠오른다. 서울과 수도권에도 여러 곳 있는 걸로 안다. 양재동 구룡사는 '만불보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에는 세 가지 '십도(十圖)'가 나온다. 곽암선사의 '심우십도', 퇴계의 '성학십도', 장회익의 '심학십도'. 물론 주된 등장인물들은 뉴턴, 아인슈타인, 데카르트, 스피노자, 슈뢰딩거 등 쟁쟁한 과학자와 철학자들이다. 곽암선사의 '심우십도'는 단계별 순서의 틀만 제공하는 걸로 그 역할을 다한다. 그래도 10편의 그림과 선시는, 잠시 쉬면서 머리를 식히는 여유를 주어서 좋았다.   

다시 정리해보면,

청정법신 비로자나불 : 온생명,

원만보신 노사나불 : 보생명,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 : 낱생명

모두가 알고 있듯이 '석가모니불'은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던 분이니, 낱생명 중의 한 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어서 예수, 마호메트, 공자 등 성인에서 미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낱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