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서울재활병원은 매년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송년잔치'라는 형태로

직원들과 환자, 보호자들이 무대를 꾸민다.

 각 년도 마다 다른 테마로 꾸며진다. 참고로 8년전에는 소방차의 '그녀에게'에 맞추워 춤을 추웠고,

몇년 전에는 대머리 가발을 뒤집어 쓰고 개콘에 나왔던 '마빡이'를 하였다. 그래도 나는 나은 편이다.

옆에 있는 녀석은 빨강색 전신 쫄쫄이를 입고 후레쉬맨을 했다.

 

 내가 근무하는 서울재활병원은 워낙에 행사가 많다. 년초에는 전직원연수를 가야하고, 갔다와서는 직원 체육대회,

몇달에 한 번씩 합창을 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 10월에는 학술대회, 11월에는

전직원 성가 경연대회, 12월에는 송년잔치, 그외에도 4월에서 10월까지는 각 파트별 직원 세미나에서,

재활치료 세미나, 신경과학 세미나, 학생들과 치료사들을 대상으로 1년내내 이어진다. 매주 케이스컨퍼런스와

북리뷰 및 논문을 바탕으로 한 치료의 해석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일년에 200명 이상의 실습생들을 위한 교육과

관리도 만만치 않다. 거기다 재활치료에 관한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니 일이 계속해서 주어진다.  

 이런일들을 10년정도 하고 나자 지금은 병원 직원 모두가 전문가 수준이다. 합창실력은 어지간한 교회

성가대보다 낳다고 믿고있다. 발표나 논문 작성에 대해서도 여타 병원과 비교할 수 없다.

 

내가 지금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번년도 송년잔치에 춤을 추게 되었다를 말하고 싶어서 이다.

거의 준전문가 수준의  직원들 사이에서 나의 노력은 결국 환자와 보호자의 기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근 3주에 걸쳐 연습을 하고 있다.

 

노래는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다. 연습을 하며 느낀 한가지는 한국의 K-POP이 왜 세계적으로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간단하게 보이던 춤동작 동작이 얼마나 빠르고 복잡하며, 현란한지..

 손을 비는 듯한 동작을 출발으로 발과 손을 좌우로 돌리며 움직이고, 무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동작을 그것도 리듬에 맞추어 하여야 한다. 이건 동작 동작을 하나로 엮어서 내 몸에 익혀야

가능한 일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출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거기다 같이 연습을 하는 팀원들의 나이가 20대들이다. 이건 체력적으로나 리듬감으로나 따라가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하고 있다. 적어도 이 병원 행사에서 내 얼굴을 보는 순간 빵!! 빵!! 터질 박장대소와

내가 치료하고 있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너무도 기뻐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땀을 흘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오늘 점심도 연습이다.

기쁜 마음과 즐거울 것이라는 각오와 틀리지 말아야지의 다짐으로 임하긴 할테지만 분명 지적 당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뭐 어떠한가 어울리며 함께할 수 있다는 것 하나로도 족하니 그럼 난 괜찮다.

 

ㅠㅠ.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