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25일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효소단식이다.

예비단식 11끼는 죽을 먹는다.

본단식 10끼는 효소물만.

보식기 7일중 하루는 미음만, 나머지 6일은 죽, 전체 13일 일정이다.

마그밀과 관장약을 사용해서 장청소를 한다.

아침, 저녁 요가동작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고 냉수마찰을 한다.

 

단식을 시작한 이유는 알러지 때문이다.

두 달간 약을 성실히 복용해도 영 신통치가 않았다.

비록 필요성에 의해 시작했지만 나름  '개념의 힘'을 적용시켜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내 몸을 포맷해 보면서 프로그램을 새로 까는 것이다.

 

효소 덕에 생각보단 그리 힘들지 않았다.

과격한 활동이 아니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 것 같다.

몇 일 동안은 10시간 이상씩 pc 앞에서 작업을 했는데도 별 무리가 없었다.

가끔 배가 고프고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면 쫌 참아야 하고 하는 정도만 힘들다면 힘든 것일뿐.

 

자연스럽게 그동안 먹고 살아온 시간들이 반추되었다.

얼마나 과잉되고 자극적이며 중독적으로 집어넣고 살아왔었는가를.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니

몸이 가볍고하루중 가끔 찾아오던 나른하고 피곤한 시간이 없어졌다. 잠도 줄었다. 이산화탄소가 많은 버스나 전철을 타도 졸음이 없다. 그동안 많이 먹고 괜한 고생을 해왔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유가 생겨서 좋다. 뭘 먹을지 고민 안하지, 먹는 것 준비하느라 치우느라 시간 안들지. 어찌나 편한지 모른다. 그 한가지로 삶이 한가해지기까지 한다. 이렇게 괜찮은 상태를 안 누릴 이유가 없다.

 

'시공의 사유' '사유'는 브레인이 하지만 실행은 내 몸이 한다. 적절한 시공속에 놓아지는 것은 결국 ''이다. 어차피 브레인도 몸이다. 내 몸이 움직여 만들어낼 시간들을 새롭게 하고 싶다면 내 몸부터 새롭게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게 표어 만들어 벽에 붙여 놓는 것 보다 쉽고 빠르고 승률이 높은 방법이라는 감이, 해보니까 더 팍팍 온다. 몸이 달라지면 생활이 달라지고 생각은 그 뒤를 따르게 되어있다. 몸이 곧 삶, 몸이 삶을 만든다.

 

단식중 가장 중요한 기간이 보식기이다. 지금 보식 3일째. 어제는 서수원에 있는 칠보산 정상까지 2.3km산행을 했다. 끄떡 없었다. 하산시 문제되던 무릎도 멀쩡했다. 상쾌했다. 나머지도 잘 끝낼 것이다그리곤. 먹는것에 대한 끊없는 욕망과의 끊없는 전투를 시작하리라. 대단한 것도 아니다. 식사량을 1/3정도 줄이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 중요한 건 오히려  '의식화'. '개념의 힘'이다. 뿌리깊은 욕구와 본능에 대항해 이를 제어하고 조절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의지를 발동해야 한다. 그리곤 '운동'. 다행히 박자세에서 올해부터는 운동까지 안할 수 없게 해준다니까 고맙다.ㅎㅎ 박자세자동차를 지탱해 주는 2가지 바퀴, 교과서주의와 몸훈련원칙. 이번 단식이 '몸훈련'을 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해를 가볍게 시작하니, 올해는 잘 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용의 해네!

박자세의 칠룡도 비상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