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최고령 고입·대입 검정고시 합격 이어 방통대 졸업 권춘식씨]
2006년 본격 공부 시작하며 좋아하던 술·담배·장기 끊어
컴퓨터·영어는 어려워 과락, 재수강 끝에 5년만에 졸업
"인터넷 뉴스 검색이 취미… 대학원 낙방했지만 또 도전"
오는 22일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송대)를 졸업하는 권춘식(87)씨는 올해 방송대 최고령 졸업자다. 2005년 최고령 고입 검정고시 합격, 1년 만인 2006년 최고령 대입 검정고시 합격에 이어 올해 방송대 최고령 졸업자로 단상에 오르게 됐다.
권씨는 일제 치하였던 1942년 지금의 초등학교인 보통학교를 졸업한 게 학력의 전부다. 지난 2001년 부인이 사망한 뒤 생활이 무료해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일주일간 독학한 끝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실기시험도 8일 만에 합격했다.
- 오는 22일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는 최고령 졸업자 권춘식(87)씨가 집에서 컴퓨터로 작업하고 있다. 권씨는“손주들에게 배운 컴퓨터로 하루에 4~5시간씩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권춘식씨 제공
2003년 함께 살던 아버지마저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자 권씨는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부양할 가족이 없으니 돈 벌 필요도 없고, 할 일이 없으니 어릴 때 못했던 공부가 생각났어."
보통학교를 졸업한 지 64년 만에 다시 펜을 잡았다. 경북 영주YMCA에서 운영하는 야학에서 공부를 시작해 4개월 만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어 영주에 있는 청년학교에서 공부해 8개월 만에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요즘 시대에 노인이 소외받는 이유가 별거 있어? 사회에 대해 무지해서 그런 거지." 내친김에 대학까지 다녀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2007년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했다.
권씨는 "방송대 특성상 인터넷으로 듣는 수업이 많았지만 손주들이 돌아가면서 가르쳐줘 전혀 힘들지 않았다"며 "이젠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는 게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컴퓨터와 영어는 어려웠다. 결국 두 과목을 과락해 컴퓨터는 재수강했고, 영어는 한문으로 대체해 5년 만에 졸업장을 받게 됐다.
그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술·담배, 바둑, 장기 등을 끊었다.
"하루 4~5시간씩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출석해서 들어야 하는 수업도 많았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도 부족했어. 쉽지 않았지만 공부하는 재미에 어려운지도 몰랐지."
권씨가 졸업 논문으로 제출한 '순흥부 단종 복위사건에 관한 연구'는 우수 졸업 논문으로 뽑혔다. 그 열정은 이제 대학원 진학에 대한 꿈으로 발전했다. 한문과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난핸 11월 경북지역의 한 대학원 한문학과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한 번 원서 냈다가 떨어졌다고 실망할 거면 원서를 내지도 않았지. 될 때까지 지원할 거야. 대학원에서 제대로 공부해봐야지."
장수 백수시대의 귀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