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10년만에 대구 외갓집 나들이를 했습니다.

둘째 이모 아들이 결혼을  한다고 하여 축하차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 왔습니다.

모처럼만의 만남이라서 외가 동생들과의 만남이 즐거웠습니다.

저하고 동생들과는 나이차가 워낙 많아서 그간에 속깊은 대화를 한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애들이 나이가 30대에 이르니 제법 대화가 되더군요.


여자애들은 이미 결혼 적령기를 지나고 있어서 결혼이 초미의 관심사인지라 

저에게 서울에서 짝을 찾아달라고 아우성입니다.


그 중에 결혼한 동생의 딸인 이제 막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꼬마 여자애가 친근하게 

저에게 다가오더니 자기 꿈이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제 갓 10살 넘어선 아이가 천문학자라니 도데체 천문학이 뭔지 알기는 하고 그런지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것 저것 질문하는 방식으로 대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6시경부터 시작된 꼬맹이와의 대화가 9시 무렵까지 진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꼬맹이 수준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천문학 지식체계를 구축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모든 지식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으며 스스로 독학으로 알았다니

마음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주위 외가집 어른들을 집에다 모아놓고 나름대로 천문학 강의를 하곤 한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꼬맹이가 천문학 강의를 한다고 하니 그냥 들어나 줄 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고 하며 저에게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라 하더군요.

더군다나 제 엄마도 도무지 아이가 왜 천문학자가 되려는지 모르겠고, 

더군다나 자기는 별이 무언지 모르겠고 왜 태양을 관측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아이가 데려가 달라니 어쩔 수 없이 도서관과 천문대에 데려가 주는 것 말고는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고통을 하소연 하더군요.

 

아이는 제가 조금 자기 말을 알아듣고 대화가 되는 듯 하자,

어른들에게 별과 우주와 천문학을 이야기 하면 이해하기는 커녕 

겨우 한다는 소리가 외계인같은 질문이나 한다고 볼맨소리를 하더군요.

오히려 저에게 무슨 일 하냐고 물어서 사업한다고 대답하자, 

천문학자가 되었으면 좋았을 걸 아쉽다고 하더군요.^^ 


대화가 깊어지면서 "천문학은 거리를 재는 학문이다."

"천문학에서 이야기 하는 기본적인 단위는 별인 항성이 아니라 은하이다"

"우주가 등방 균등하며 얼마나 큰 크기인지 안드로메다가 250만광년의 거리에 떨어져 있으며 우리 육안에 6등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실을 예로 설명해 주었습니다"

"별은 핵융합하면서 나오는 빛 때문에 멀리서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슈퍼노바가 핵융합하면서 우리 몸을 비롯한 우주의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원자를 우주에 만들어냈다"

"결국 우리 생명의 기원도 핵융합하는 별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핵심은 중력장에서 물질과 시공간의 상대적 운동에 있다." 

"우주는 빅뱅으로 부터 시작되었고, 그후 우주의 온도가 낮아지면서 소립자와 원자와 빛이 만들어지고,우주의 네가지 힘이 분리되어 나와 오늘날의 우주가 되었다."

"그후로 우주는 팽창을 지속하였고 지금은 가속팽창하는 시기의 우주이며, 이는 허블의 관측으로 인해 적색편이를 통해 관측된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지식들이 이론이나 가설이 아닌 정밀 관측을 통해 입증되었고, 전세계의 유명한 천문대에서 이런 천문학적 지식을 검증하고 관측하기 위하여 수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

등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습니다.

대부분 알아 듯는 눈치였습니다.


한가지씩 주제를 이야기 할 때마다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아는 내용은 맞장구를 치더군요.

이미 핵융합도 어느정도 감을 잡고 있었고, 태양의 구조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빛의 속도란 개념을 확실히 알고 있더군요. 더군다나 안드로메다와의 250만광년의 거리의 개념을 이야기 하자 꼬맹이가 하는 말이 그래서 우주는 250만년전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있는 거라며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이야기가 끝날 무렵 자기 연구실이라며 책상과 책이 있는 곳을 소개해주고, 자기가 공부하는 방법과 학습탐사를 하는 방법을 이야기 해주더군요.

그 순간 깜짝놀라서 자빠질 뻔 했습니다.

공부를 하고 항상 현장학습을 하는게 자기의 공부방법이고, 

현장학습을 가기전에 인터넷을 서핑하고 모든 자료를 찾아서 공부를 하고 암기를 한 후에 현장에서 무얼 관찰해야 하는지 미리 알고 간다는 겁니다. 이미 어느정도 국내 천문대나 유적지 탐사도 한 듯 말하더군요.

박문호박사님이 30년 독서를 통해서 터득한 방법을 10살짜리 꼬맹이가 실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꾸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이틀간 자기의 꿈을 유일하게 인정한 제 주변을 빙빙 맴돌기에 제가 좋은 천문학 책과 과학책을 보내주겠다고 하고, 가지고 간 지구과학에 관한 책을 선물하며 천문학을 공부할려면 물리학을 공부해야 하고, 양자역학이라는 걸 공부해야 하고, 이들 학문의 기반인 수학을 열심히 해야한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체계적인 천문학 지식은 없지만 나름대로 공부방법을 터득하고 끝없이 천문학을 공부하고픈 열정을 어린애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박자세 베스트북 중 천문학과 우주론에 관한 책을 몽땅 주문하여 선물로 보냈습니다. 어느 책 수준까지 이해하고 읽는지 체크해 볼 심사이고 평생을 두고 읽을 만한 책이라서 소중히 간직하라고 보냈습니다.


이 열살 짜리 꼬맹이의 천문학자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