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실제로 이 사실을 안다면 대성통곡을 하고도 남을 것인데....
무덤덤히 나머지 강의를 들었던 사람입니다.
제가 얼마나 무감각한지 참, 한심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묘한 경험을 하면서...
이 날 소득은 왜 사람들이 맥스웰, 맥스웰 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박문호 박사님이 얼마나 우리를 아니 저를 보면 답답할까 하는 것이고,
내용뿐만 아니라 내용에 대해서 왜 감동하고 감탄해야 하는지까지 전달하는게, 보통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배움이란 내용이 아니라 스승을 배우는 것이니까...
자연과학에 대한 약간의 이해만 있었어도 이런 감동의 물결에 (멘토님은 이미 타고 계신) 쉽게 합류할 텐데...그렇지 못한 저같은 사람도...이 강의가 귀한 줄만은 알겠습니다.
다시 시작한 137억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질문은 함부로 하지말라. 마음속에 담아두고 키워서 훈련의 동력으로 삼아라."
박문호 박사님이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실 이번 강의에서 제가 정확히 1년 반도 넘게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에
나름대로 내렸던 결론을 확인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진공의 유전율"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환희심이 벅차올랐습니다.
1년반 전에 품어오기 시작했던 마음속의 질문은 우주에서 우리 눈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진공의 공간이 말 그대로 텅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 대상으로 인식가능한 에너지적인 존재일거라는 막연한 추측이었습니다.
자연과학공부를 하면서 나름대로 이를 규명하리라 각오를 다지며 몇몇 박자세 회원님들과 사석에서 이런 호기를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이미 저는 나름대로 상식에 기반하여 결론을 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상식에 근거한 공간에 대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저는 진공인 공간이 텅비어있다는 가정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가지 근거가 있었지만 가장 쉽게 생각한 것은 풍선불기였습니다.
공간이 없이 압착된 풍선을 불면 부풀어 오릅니다. 이때 풍선안의 공간은 텅비어 아무것도 없나요?
우리의 감각기관에 인지되지 않을 뿐 무언가로 가득차 있겠죠.
더군다나 아무것도 없는데 물질과 빛이 운동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빅뱅이전은 아직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아무것도 없습니다.
공간마저도 없고 그 어떤 상태나 존재를 가정할 수 없는 초대칭의 상태(압착된 상태의 풍선으로 가정)일 뿐이고,
대칭이 깨어지면서 드디어 우리의 우주가 팽창하기 시작합니다.
소립자보다도 작았던 우주가 엄청난 속도로 팽창합니다.
이 순간에 아까 말씀드린 풍선불기를 상상하시면
이때 빅뱅의 순간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끼어들거나 발생해야 할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근거가 없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라 이름지은 것도 사실 무언가로 가득차 있고, 우리가 그걸 인식하거나 측정하지 못할 뿐이지 분명히 무언가로 가득차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물질이라고 인식하고 관측한 것들과 구별되기만 할 뿐 반드시 어떤 대상이고 존재이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빛과 물질과 상호작용을 해야만 하고 빛과 물질들의 시공상 다이나믹스를 만들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진공의 공간이란 대상이 무언지 모르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무엇이어야만 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에너지의 다른 형태이어야만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빅뱅이전의 대칭상태가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의 균형상태라면 대칭의 깨어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현상도 에너지의 변형된 형태일 뿐 에너지가 아닌 다른 어떤 것도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박문호박사님이 진공의 유전율을 이야기 하자 제 마음속에 환희심이 생긴 이유는 진공의 유전율이야말로 제가 추측했던 진공의 공간에 대한 생각이 옳았음을 확인해 주는 단어였고, 진공의 유전율이 상수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증에 가까운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작년 137억년 강의에서도 입자물리학 시간에 닐스보어가 각운동량이 양자화 되었다는 가정을 하여 양자역학과 원자의 문을 열었다고 설명하시면서 진공의 유전율과 QED를 언급하였습니다.
그때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았었습니다.
똑같은 진공의 유전율과 진공이 가진 다이나믹스 의미를 설명했는데, 이번에 맥스웰의 파동방정식을 통해 설명을 들으니 의미가 확 전달되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보는 우주는 전자기파가 시공이 결합된 장이자 대상인 진공과 상호작용을 통해 광속도의 다이나믹스를 만들어내고, 진공과는 다른 유전율을 가진 물질(보통 우리가 물질의 세계라 일컫는)과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차별화된 다이나믹스가 섞여 존재하는 모습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결국 진공도 에너지의 다른 모습일 거라고 유추해석되었습니다.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마치 밥이 되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에 자갈자갈 끓고있는 밥처럼 에너지에 의해 무수히 많은 포말(시공)이 끊임없이 생성, 변형, 소멸되고 움직이며 다양한 위상공간을 만들어내고, 밥알갱이(물질)와 빛의 에너지가 시공과 상호작용을 하며 시공의 위상공간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시공과 에너지와 운동이 존재하는 우주의 모습을 눈앞에서 그린 그림을 보는 듯 선명하게 그려내준, 저에게는 충격적인 감동을 주는 강의였습니다.
물질도 에너지요, 시공도 에너지라는 결론에 이르고 마지막에 우주는 에너지 하나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이렇게 1년 반전에 품어왔던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1차적인 해답을 얻었습니다.
그 진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더 큰 질문을 마음속에 다시 품지만,
나름대로 이번 강의를 통해 제가 보통 일상적으로 가졌던 우주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바뀌었으며,
맥스웰과 아인슈타인이 밝힌 우주의 모습과 물리에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가득차 있음에 감동을 하였고,
이런 감동이 강의장을 나와 바라보는 세계와 자연에 대한 저의 인식을 찰나의 순간에 바꾸어 놓았습니다.
초대칭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고 힘들지만 견디고 버티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우주에서 생성된 아주 작은 지구상의 물질덩어리(에너지)가 광대하고 심오한 우주(에너지) 스스로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이해하는 신비의 주인공 중 한명이고 싶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