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8일. 일요일. 흐렸다가 비, 나중에 진눈개비와 눈.

밤새 비가 세차게 왔으나 새벽 4시경 비가 그쳤지만,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다.

학습탐사와서 처음으로 아침에 샤워를 해서 기분이 상쾌하다.

엊저녁은 밤새도록 기차소리, 트레일러소리, 천둥번개를 동반한 빗소리와 함께 잠이 들었다.

6시 출발할 예정이다.

내린 비때문에 텐트와 장비를 걷는데 남자대원들이 힘이 드는 것 같았다.

***떠나려고 준비하는데 국방경비대 경찰이 왔다갔다. 이곳지역이 멕시코 국경이라 경비가 심하다고 했다. 누군가가 샤워장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빨리 나오라고 문을 크게 두드리니까 싸움이 일어난 줄 알고 주변에서 누가 듣고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지만, 각자 주의해야겠다.

06:53 차 4대가 출발했다. 나는 2호차에 탑승했다. 탑승대원은 이홍윤, 이원구, 송영석, 이화종, 김강자, 나까지 6명이다.

06:55 8번 EAST 이차선 도로로 접어들었다. 제한속도 75마일이다.

07:00 기찻길과 도로가 평행선으로 달리고 있다. 기찻길 건너에 멕시코 국경이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한다. 짐을 실은 기차가 길게 가고 있다. 어림잡아 1km(?)정도로 보인다.

오늘은 키트 피크(KITT PEAK) 천문대가 목적지이다.

흐린 날씨지만 가끔 해도 보인다. 가는 도중 짐을 실은 기다란 기차가 몇 대나 지나간다.

07:30 이원구 대원이 DJ를 자청해 서부영화음악을 걸다.

07:35 EXIT 115로 나가서 LOVES라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다. 길가에 빨간 깃발은 도로공사중이라는 표시인데, 공사 중인 도로를 지나 사막지대를 달리고 있고, 평행선으로 달리던 철로가 보이지 않는다.

08:11 무전으로 차가 거꾸로 갔다고 연락이 와서 차를 되돌렸다.

08:25 제대로 차선에 들어섰고, 길을 잘 아는 김병수 대원이 탄 4호차가 앞장을 섰다.

08:30 JCT8번 국도로 달리다 8번EAST도로로 접어들어 TUCSON으로 향해가다.

08:40 양쪽에 기다란 선인장이 사람처럼 줄지어 서있다. 키가 커서 몇 미터나 되는 것 같다. 이 선인장은 아리조나주의 상징이라고 한다,

09:13 10번 EAST도로로 접어들다.

09:23 87번 NORTH도로를 들어서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끝이 뾰족한 산들이 더러 보이고 비와 함께 음악이 흐른다.

09:44 길을 지나쳤다. 박문호 학습탐사대장이 탄 1호차도 길을 지나쳐서 4호차와 전화연결을 해서 네비게이션을 다시 찍어서 달렸다. EXIT240으로 나가 10번 WEST로 달리다. 다시 EXIT263으로 들어가 4호차와 주유소에서 만나다.

10:00 다시 TUCSON을 향해 달리다. SANTA CRUZ RIVER라는 강을 지나 MARANA를 지나고 있다. 마을이 보이는데 그 근처에도 선인장이 많이 보인다. 길이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울룩불룩하다. 물이 지나가도록 일부러 그렇게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10:15 KITT PEAK가 16마일 남았다. 비가 또 온다. 오른쪽 산으로는 선인장이 촘촘히 박혀 있다.

11:05 비가 세차게 오기 시작한다. 정말로 와 이라노! 이어서 비가 진눈개비로 변하더니 눈이 내린다. 길 아래쪽 낭떠러지는 안개가 쌓여 거의 보이지 않는다.

11:15 KITT PEAK가 4마일 남았다. 오는데 눈꽃이 많이 피어 아름답다. 저 앞에서 제설차가 작업 중이다. 해발 5천 피트까지 올라왔다.

11:25 해발 6,750피트다. 드디어 KITT PEAK도착했다. 도착은 했으나 클로즈가 되어서 입구에서 발 도장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먼저 도착한 대원들은 기념품 가게에서 물건도 샀으나, 우리 차는 제일 늦게 도착해서 가게도 문이 닫혀 있었다. 눈 속에서 기념촬영만 하고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이은호 대원은 키트 피크에서 산 잠바를 자랑하며 보여주었다. 들어가지는 못해서 섭섭했지만 갔다는데 의미를 두고 내려가기로 했다.

11:55 출발! 천천히 기듯이 내려간다. 바람도 세고 눈이 차창 앞을 장대비처럼 때려 시야를 가린다. 떠나기 전에 탐사대장님 말씀 “어차피 들어가 봐도 구경만 쓰윽하고 나오니까, 인터넷으로는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니..... 운운”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시속 20마일 이하로 가고 있다. 내려가는 길의 눈꽃은 3월의 크리스마스트리이다.

12:00 이홍윤 대원의 권유로 이화종 대원의 순자(荀子) 특강이 있었다. 특유의 굵고 느린 목소리로 한시도 한 수 읊었다. 차창 밖 아래쪽으로 보이는 경치가 장관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막의 환상적인 조화! 김강자 대원의 사진 찍는 솜씨가 발휘될 때이다. 잠깐 내려서 찰칵. 앞차들은 먼저 내려서 경치도 즐기고 사진도 찍고 있었다.

키트 피크에서 10마일 정도 내려오니 눈도 그치고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렇게 변화무쌍할 수가 있나! 사막지대여서 관목들이 많은데 새싹이 나오는 중이었다.

12:30 TUCSON을 향해서 가고 있다. 검문소에서 국경수비대가 우리가 탄 2호차에서 내리라고 한다. 마약탐지견이 짖었기 때문이다. 개가 킁킁거렸으나 별일이 없어서 통과했다.

가다가 선인장이 밀집해 있는 곳에 내렸다. 10분간 여유를 주어서 사진도 찍고 선인장도 관찰하기로 했다. 선인장 열매 속이 텅 비어 있어 속이 차 있는 열매를 까보니 속에 까만 씨앗이 소복하게 들어있다. 새들이 열매 속을 먹고 씨앗을 배설시키게 해서 종족을 번식시키려는 식물의 지혜가 그 열매 속에 있었다. 모르긴 해도 새들에겐 맛있는 열매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13:15 피닉스(PHOENIX-아리조나주의 수도) 쪽으로 10번 WEST도로를 75마일로 달리다.

13:50 피닉스까지 84마일이 남았다.

14;00 EXIT226로 들어가 카사 그란데((CASA GRANDE) 로 향하다. 10번 WEST도로를 달리다. PICACHO PEAK PARK라는 주립공원을 지난다. 왼쪽의 산위에 특이하게 뾰족한 바위가 있는 산이 보이는데 그 산을 말하는 것 같다. 인디언들이 신성시했던 산이라고 한다. 길가엔 이름 모르는 노란 꽃이 만발해 있다. 87번 NORTH도로로 달리고 있다.

14:12 다시 10번 WEST도로로 달리다가 EXIT203으로 들어가 주유소에 도착했다,

14:20 맥도날드의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했다. 한국에선 인기가 있는데 여기선 너무 맛없다. 점심 후 조개 표 Shell에서 주유하고 타이어의 바람이 빠져 공기압을 맞추어서 바람을 넣기로 했다.

15:30 송영석 대원이 쭉 운전하다가, 이원구 대원으로 운전을 교체하기로 했다. 페닉스 쪽으로 가서 한국마트에 들려 장보기로 했다. 10번 WEST도로로 달리다. 피닉스까지 57마일 남았다.

16:30 EXIT157로 들어와 피닉스 시가지에 들어서니 큰 성조기가 펄럭인다. 고층건물은 거의 눈에 띠지 않고 단층건물의 주택가가 늘어서 있다. 시내제한속도는 45마일이다.

16:45 서울식품 도착. 다른 팀은 먼저 도착해 있다. 오는 도중에도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지금 또 비가 내린다. 기온도 내려가 춥다. 이런 비는 일 년에 한두 번 온다고 하는데, 비가 우리를 따라 오는지 우리가 몰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17:15 서울식품에서 출발. 17번 NORTH도로를 달리다.

17;40 비가 진눈개비로 변하면서 쏟아지더니 눈이 내린다. 눈이 차창 밖을 우박 퍼붓는 것 같이 오니까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눈은 생전처음 본다.

18:00 BLACK CANYON CITY를 지나오는데 눈과 진눈개비가 섞여서 오고 있다. 그런데 건너편 하늘은 파랗고 높은 산은 안개가 끼여 희부옇다. 해발 3천 피트이다.

18:15 건너편 산에는 눈이 하얗다. “이번 학습탐사는 사막의 이상기후와 현상에 대한 탐사도 겸해서 하게 되었다”고 이홍윤 대원이 재치 있게 말했다. 뭐든 학습하는 쪽으로 돌리는 자세를 갖고 있어 그런 점을 배우고 싶다. 이어서 4천 피트의 고원지대가 설경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18:30 눈에 뒤집힌 사고차량이 보인다. 염화칼슘을 뿌리고가는 제설차가 저 앞에 가고 있어 달리기 쉬워서 고마웠다.

18:40 내리막길로 쭉 가고 있다. 하얀 설산들이 양쪽으로 보인다. 눈이 점점 스러지고 오지 않는다. 17번 NORTH도로에서 SEDONA로 가다가 지나쳐 버렸다. 무전이 안 되어 이정희 대원에게 전화연락해서 길을 찾아갔다.

19:05 SEDONA를 지나 플레그스텦(FIAGSTAFF)으로 향했다. 거기까지 41마일이다.

19:15 폭설이 내려서 차가 느림보로 간다. 앞에 제설차가 가고 있지만 차들이 제대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송영석 대원은 눈길운전이 익숙하지 않아 눈길에서 두어 번 미끄러지며 중심이 흔들렸다. 다행히도 옆자리의 이홍윤 대원의 코치로 위기를 넘겼다. 송영식 대원은 십년감수 했을 것 같다.

19:30 해발 6천 피트이다. 정말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장대비가 아니라 장대 같은 눈이 오고 있다. 그야말로 펑펑 쏟아진다.

19:51 홍총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텐트는 도저히 칠 수 없으니, 플레그스텦의 LAKE MARY & MORMON LAKE로 찾아오라는 거였다. 거기까지는 17마일이 남아있다.

20:23 플레그스텦까지 6마일이다.

20:35 EXLT339로 들어가 Ⓚ주유소에 모두 도착해서 만났다. 이번 눈으로 길 찾기가 어려웠는데 이원구 대원의 아리조나 지도가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송영식 대원은 이홍윤 대원의 지도로 눈길운전은 이번 참에 완전습득했으리라고 생각한다. 학습탐사로 얻어지는 교훈이 너무 많다.

21:00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고 모텔이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5분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김병수 대원이 적당한 모텔이나 INN을 물색하러갔다. 미국에서 좀 살았고 영어도 능해 이번 학습탐사에서 여러모로 맹활약을 했다. 또 자연과학 전반에 걸쳐 많은 지식도 있고 지리에도 밝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헌신적으로 도와주어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주유소 근처의 나무들은 솜뭉치를 달고 있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트리로서는 최고가 아닐까 생각했다. 기후변화가 심하니까 체인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이홍윤 대원이 말했을 때 모두들 의아해 했다고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을 배워야 할 것 같다.

21:24 모텔 6에서 머물기로 했다. 눈 때문에 부득이하여 선택한 일이나 너무 호강하는 것 같아서 미안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학습탐사의 본래취지하고는 맞지 않지만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겠다.

우리 방은 352호이다. 공송심, 김향수, 김강자대원, 나 이렇게 넷이 쓰기로 되었다. 짐 옮긴 후 242호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22:00 242호에서 박자세 학습, 저녁이 마련될 때까지 박문호 학습탐사대장의 특강이 있었다. 벽에다 화면이 비치도록 해서 자연탐사 학습훈련이 있었다. 인지학습이 잘 안되어 있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항상 잘 쓰는 “세상에! 이래도 가슴 떨리지 않나요. 암기하세요. 이거야말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명심하고 학습에 몰두하기로 하고 다짐했다.

22:00 저녁식사! 언제나 즐겁다. 낮에 사둔 토스트에 잼과 땅콩버터를 발라서 우유 한잔으로 저녁을 대신하지만 꿀맛이다. 식후에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