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하라." 라는 말이 있다.
만약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후회가 있다면 그것은 급한 일만 하다가 정작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우엔 대학원 생활과 박자세 훈련이 그렇다. 대학원이 급한 일이라면 박자세는 중요한 일이다.
사실, 대학원을 진학하게 된 계획은 이랬다. '대학원 생활은 널널하게 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박자세 공부를 하자.'
하지만, 널널할 것 같았던 대학원 생활은 예상보다 만만하지 않았고 지금도 대학원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간신히 박사님 강의를 따라가기 급급하다.
일상 생활 속에서도 사고의 벡터를 나란히 하자는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의 생활은 글의 내용과 다르다니 아이러니하지만 바위 틈 사이로 약숫물이 졸졸 흘러 나오듯 간신히 지속되는 박자세 훈련은 상황을 바꾸기 시작했다.
일상에 떠밀리듯 살다가 잊어버린 꿈을 다시 살아나 어떻게 자신을 잊어버릴 수 있냐며 투정부린다.
지금부터 십여년 전, 내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우리집은 빚을 지게 되었다.
다행히 아파트 소유권을 어머니 앞으로 돌려놓은 탓에 길바닥 신세는 면했지만 부모님의 마음 고생이 심하셨다.
어린 마음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여 성공하리라 다짐하였다.
중학생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장래희망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대학입시원서를 접수해야 할 때가 오니 장래희망대로라면 컴퓨터공학부에 가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막상 원서는 정보통신공학부로 넣었다.겉으로는 ' IT (정보기술) 분야가 취직이 잘되어서 ' 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부모님을 위한 선택의 동기였으나, 실제는 달랐다. 정보통신공학부 교과과정에 '양자역학'이 있다는 것이 진짜 동기였다.
정보통신공학은 쉽게 말하면 핸드폰 만드는 기술을 다루는 학문이다. 안테나, 전파 통신, 전자회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거기에 소프트웨어까지 다룬다. 이렇다보니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섞어놓은 듯한 잡종이어서,
남들에게 내 전공을 소개할 땐 그냥 ' 전자공학 '이라고만 한다.반도체소자를 다루려면 양자역학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양자역학이 정보통신공학부 교과과정에 있을 법 하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라면 들어봤을지 몰라도 양자역학은 어디서 알았을까?
3학년 봄, 숙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가 브라이언 그린의 책 [앨러건트 유니버스]를 빌려왔다. 입자물리학과 끈이론을 다루는 책인데 이 책을 읽고 물리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학생이 여럿 있을 법하다. 내용이 쉽지는 않았지만 소설 책 읽듯이 재미있게 읽었다. 그것도 고등학교 3학년 때, 남들 다 공부하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말이다.
내가 자연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어릴 적에 사촌 형이 물려준 학습만화전집, 그 중에서도 우주에 관한 책을 좋아했고 NHK 다큐멘터리를 보고 태양계에 대해 사촌동생에게 이야기 해준 적도 있다. 블랙홀을 특집으로 다룬 97년 5월호 과학동아는 아직도 집에 있다.
이렇게 자연과학에 대한 마음은 어릴 때부터 심어져 있었고 박문호 박사님을 만나기까지 마음 한 구석에 씨앗처럼 심어져 있었다.
박문호 박사님을 만나고 나의 꿈은 분명해졌다.
그것은 박자세에서 평생 공부를 하는 것이다.
자연과학 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미적 감각 길러주는 그림 훈련과 사고 감각 길러주는 글쓰기 훈련까지 한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꿈꿔왔던 전인적 인간이 될 수 있는 장이 아닌가 !
훈련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지나지만 한참을 지나고 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발자국들이 나는 이만큼 나아갔다고 알려줄 때에 나는 비로소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어떤 때에는 내가 '두 개의 대학원'을 동시에 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대학원은 거의 all-in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박자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둘 다 포기할 수 없다.
박자세가 중요한 것은 위에서도 말했고,
대학원은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물질적 기반이기도 하지만
또한 광학을 공부하는 것은 앞으로의 공부계획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만큼 둘 다 중요하기 때문에 무게를 더 싣되 균형을 맞추고자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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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이였지요.
졸업을 앞둔 아들한테 '시험 끝났으면 강의 들으려 오렴' 했더니,
시험은 끝났지만 할일이 넘 많아 정신이 없다고 그러면서 '엄마 그형 넘 대단해요'
같은 학생 신분으로 의훈님이 달라 보인다고 말하던것이 생각 나네요.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꿈 이루시길 바랄께요.
매번 좋은 글 감사 드리고요. 넘 멋 있어요..ㅎ
가끔 떠올리게 되는 후회하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박사님의 137억년 우주의 진화 강의를 1회 때부터 들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2회 때는 통째로 듣지 못했습니다. 아니 가지 않았습니다.
이래저래 한 두 번 빠지다보니 다시 나가는 게 힘들었고, 가서 들어봐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이해하고 이해하지 않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기 그 자리에 있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공간뿐이다'란 말씀이 떠오릅니다.
새삼 후회되는 건 아마도 그 일이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지금 절실히 들기 때문입니다.
종종 동영상으로 주린 맘 달래보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장에 참여하지 않고 보는 동영상은 마음을 주지 않는 여인과 데이트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 해 봅니다.
어렸을 때 부터 자연과학을 마음에 키워오신 의훈님,
박자세가 도화선이 되어 빅뱅을 이루실 것입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그 두가지 꿈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