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지난 번 55차 천문우주+뇌과학 모임에서 박문호 박사님이 영업비밀을 공개하였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손에 딱 맞는 크기의 수첩이다. 그 수첩에는 그 동안 심혈을 기울여 공부하신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어서 박사님은 그 수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신다. '수첩의 본질은 적는 것보다 되풀이해서 보는 데 있다. 반복해서 보지 않으면 수첩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이신다. 그렇게 기록한 수첩은 차 안에서도, 식사를 기다리면서도, 화장실에서도 꺼내어 볼 수 있어서 틈새시간을 활용하는 데 아주 제격이고, 정리할 때 공부가 되고 틈나는대로 보면 암기가 되니 아주 유용할 것 같다.
나도 수첩은 아니지만 메모카드를 활용했던 적이 있었다. 2009년 4월에 기록한 137억년 우주의 진화 필기도 있다. 복학하고 나서는 2학기 수업의 필기도 메모카드로 했다. 들고다니면서 복습하기 위해서 만들었지만 한 학기정도 써보고나니 별로 소용없는 것 같아서 그 이후로는 노트를 사용했다. 아직 포장지를 뜯지도 않은 메모카드들이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들고다니기가 부담스러운 크기여서 잘 꺼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역시 손에 들고 다니려면 손에 편해야 한다.
그 이후로 나는 주로 A4 패드형 노트를 사용했었는데, 강의실과 같이 책상이 있는 곳에서는 필기하기 좋지만 버스나 전철에서는 필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기록하고나면 꺼내서 다시 봐야하는데 A4크기씩이나 되는 걸 손에 들고 보기에는 적지않게 부담이 되어서 결국은 다시 안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나만의 수첩을 장만해보았다. 유명한 문구업체인 '아침의 영광'에서 나온 수첩이다. 손 안에 딱 맞는 크기인데다 하드커버로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가볍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구입한 첫 날 하룻 동안 뒷주머니에 같이 넣어두고 다녀보았다. 있는듯 없는듯 편해서 착용감이 좋았다. 아무것도 적어두지는 않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뿌듯했다. 한 쪽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른 쪽 뒷주머니에 핸드폰과 수첩을 넣으면 부피비(?)가 비슷해진다.
예전에 박사님께서 추천해주신 책 안도현의 [손 끝으로도 쓰고 가슴으로도 써라]의 일부를 옮겨 적어보기로 한다. 그 책에 나온 황동규 시인의 <풍장27>이라는 시를 외워보려고 적어두었다. 학교를 오가는 동안에 읽어보고 외워보면, 때마다 또 느낌이 다르다. 와, 이런 세계가 있다니.
수첩은 문자, 책에 이어서 또 하나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수첩이 있기 때문에 문인들을 항상 곁에두고 친구처럼, 애인처럼 보고 또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첩을 정리하는데에는 정성을 쏟아야 하니 정성을 쏟은 만큼이나 소중한 보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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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첩을 잘 사용할 수 없었어요.
글씨도 워낙 크게 쓰고 중요한 걸 적은 수첩을 잘 잃어버려서
오히려 수첩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 짜증스러워 사용을 포기했었습니다.
박사님이 수첩의 효과를 이렇게 강조하시니 다시 도전하렵니다.
먼저 글씨를 작게 쓰는 훈련을 하고있습니다.
그 다음 A4용지 8등분하여 메모하는 걸 먼저 연습하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습관화 할 작정입니다.
원래부터 수첩사용하는게 가장 귀찮고 힘들었는데...
수학이 싫어 피하고 살았더니 박자세와서 수학을 만나고
수첩이 싫어서 피했더니 이제 또 수첩을 만나게 됩니다.
이게 무슨 조화인지 일길이 없군요.
참 인생이 아이러니 합니다.
아들에게 교훈을 남겨주어야 겠어요.
힘들거나 귀찮은 것 절대로 피하지 말라고요.
인생을 살면서 언젠가는 제대로 만나게 된다고 이야기 해줄랍니다.
실행에옮기는 의훈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아무리 좋은것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무용지물' 하나씩 하나씩 몸에 붙이며 훈련하는
의훈님 모습이 정말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