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낙 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나의 신발이
- 신경림
늘 떠나면서 살았다,
집을 떠나고 마을을 떠나면서,
늘 잊으면서 살았다.
싸리꽃 하얀 언덕을 잊고
느티나무 소복하던 별들을 잊으면서
늘 찾으면서 살았다,
낯선 것에 신명을 내고
처음 보는 것에 힘을 얻으면서,
진흙길 가시발길 마구 밟으면서
나의 신발은,
어느 때부턴가는
그리워하면서 살았다,
떠난 것을 그리워하고 잊은 것을 그리워하면서,
마침내 되찾아 나서면서 살았다,
두엄더미 퀴퀴한 냄새를 되찾아 나서면서
싸리문 흔들리던 바람을 되찾아 나서면서,
그러는 사이 나의 신발은 너덜너덜 해지고
비바람과 흙먼지와 매연으로
누렇게 퇴색했지만,
나는 안다, 그것이
아직도 세상 사는 물리를 터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퀴퀴하게 썩은 냄새 속에서,
이제 나한테서도 완전히 버려져
폐기물 처리장 한구석에 나 뒹굴고 있을 나의 신발이,
다른 사람들한테서 버려진 신발짝들에 뒤섞여
나와 함께 나뒹굴고 있을 나의 신발이.
낙타 ~!
그날 밤 이 시를 암송하던 분위기가 생생합니다.
그 분위기에 저 낙타에 딱 어우러지는 그 목소리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가,
노복미샘은 그 후 몽골의 vocier가 되었습니다.
정말 시가 그렇게 감정을 휘몰아치게 하는 힘이 있는 줄,
그 후 시를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마린님!
제가 강추한 것 하나
빠뜨렸네요, ㅋ
몽골의 순수와 만날 때 춤추는 것,
그것은 알타이 산맥을 넘나드는 바람결에 넘실거리는 솟대의 푸른 깃발아래서여도 좋고
아니면 다른 그 어떤 것이여도, 인증 삿 찍어오세요. ^^*
행복한 몽골학습탐사 화이팅~!
낙타란 시를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 한번 홀로 가야만 하는 그 길이
가 없는 사막의 풍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명으로서 삶의 기억을 떠올릴 수 없고
나의 소리마져도 되돌아 울리지 않아 인연을 끊고 광막한 공간속으로 허무하게 사라지는
삶의 그 어떤 인연도 맺어지지 않는 그곳이면 딱 좋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번 몽골학습탐사에서 언젠가 가야만 하는 그 길의 느낌을 만나고 싶습니다.
1957 년쯤인데 시를 쓸 마음도 안 생기고, 동료나 선배 문인들을 만나도 아무 재미가 없었다.
... 거의 10년을 시골에 박혀서 살았는데, 그 때 깨달은 것이 있다.
지금도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개인이며, 마지막 책임은 결국 자기 자신이 져야 한다.
하지만 남과 함께 살지 않는 삶이라는 건 이 세상에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사람은 남과 더불어 혼자 산다'는 것이다.
말이 이상하지만 이 '더불어 혼자' 산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12062901034030065004
'길 떠나는 자의 운명이 슬프고도 아름답게 녹아든 명편들'이라는 신경림 시인의 열 번째 시집, '낙타'
몽골 가기 전에 꼭 읽고 가야겠습니다. 좋은 시 소개 감사합니다.
아마도 첫날 밤이던가
2년전 몽골탐사의
별아래 텐트
텐트아래 옹기종기
머리를 기울이며 통성명할때
불현듯
초원의 밤공기를 가르던
낭랑한 목소리
노복미 선생님의 <낙타>
그날 이후 선생님은
우리의 '왕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