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22년 9월 17일 (토). 저녁.
친한 형님과 운동후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형님이 침묵이 어색했는지,“ …이거 들으면서 가까..?” 하며 틀어준게 박문호 박사님 방송이었습니다. “느낌에 관한 박문호적 뇌과학 보고서” 였습니다. 운전에 집중 안하고 박사님 목소리에 집중하며 차선을 넘나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접하고 나자마자, 이런 저런 구독을 끊고, 월말 김어준을 구독합니다. 그리고 오가는 출퇴근 길에 듣기만을 반복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그냥 들어서 될 일이 아닌데…’. 그 다음 부터, 일과중에 짬을 내서 모든 말을 받아쓰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분들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다 했지만, 저야 울산 사람이라 딥-러닝 따위는 필요치 않았습니다.
한 발 더 들어가볼까 하고 박문호 박사님 채널을 찾아 들어가게 되지요. 그때부터 영상을 하나..하나..보기 시작했습니다.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조용히… “그래요, 좋아요” 로 시작하는 강의는 그 러닝타임이 4시간을 훌쩍 넘어가잖아요. 저의 경우는 강의 하나 듣는데 처음엔 10시간 걸렸던거 같아요. 가끔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몰랐던...
그렇게 주기율표를 공부하고, 암석학, 지질학, 생물학, 물리학, 뭐 그렇게 하다가 다시 우주로 갔다가…그런데 그 모든게 다 새롭다가도, 그저 새롭지만은 않고, 다 다른데, 또 어떻게 보면 같은 것 같기도 하고….그래도 볼때마다 모르겠고.
그렇게 수년 전 강의를 유튜브로 보다가, 다들 비슷하셨겠지만, 문득 박사님이 직접 보고싶어졌습니다. 두서번을 갈아타야지만, 집에서 한시간 거리면, 그리 멀지도 않은 우리 박자세 학당. ‘서울 오길 잘했네’ 라는 생각은 십수년 만에 처음 해봤습니다. 그래서 이번 23년 우주강의도 등록를 하게 되었고, 출장으로 모든 강의를 수료하지는 못했지만, 수학에 흠뻑 빠져 한 여름을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몽골도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세 아이의 아빠는 사회적으로 책임이 많답니다. 10월 몽골설에 지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세계지도를 예닐곱뻔 그려 봤습니다, 이게 정말 될까 싶은것이 생각보다 빠르게 익숙해 집니다. 지난 황금천막제국 강의를 다시 듣는 중에, “사각형” 유라시아를 그리시며 설명을 하시는데, 사각형이 지도로 보이는 진귀한 경험도 했습니다. 유난히 몽땅한 몽골의 말로 그 8,000km를 쉬지않고 달리면45일 걸린다 했던가요. 초원 위로 구름한점 없는 파란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는 거기에 다녀오면, 코로나로 잃어버린 제 후각의 50%는 돌아 올까요. (퇴사를 생각 중입니다.)
지난 일년은 진입 장벽을 넘어서는 시간 이었습니다. 함께하는 분들이 계셔서 잘 인내하며 따라갈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한 10년은. 꾸준하게, 천천히, 사무치게 공부해보려 합니다.
지체된 준철.
제 얘기 같아서 너무 공감이 가네요. 저도 박사님 뇌과학 강의 어쩌다 한 번 듣고. 뇌과학만 조금 공부해 보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지금은 분자생물학..물리학. 화학 주기율표..공부하고 싶어져서 박사님 특강하신 것하고, 박사님이 추천해 주신 책들 사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강의도 다 소장으로 구매하고 박사님 책 전부 다 사고, 박사님 전에 블교티비에서 강의하신 것 전부(우주의 진화. 의식. 뇌 생각의 출현) 다 듣고 있습니다.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읽으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내가 시간이 될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정말 시간이 없는 걸까 싶으면서. 운동처럼 시작을 일단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준철님처럼 언제가 되었든 이런 글을 쓸 날이 오길 희망합니다.
반드시 그런 날이 곧 오실껄요. 저는 사실 아빠로서, 아들로서 그리고 직장 동료로서 그 어느하나 제대로 잘 못했어요. 이걸 핑계로 저걸 하지않고, 저걸 핑계로 이걸 하지않고.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참으로 길었습니다. 어쩌면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온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서, 길수록 좋은거 같아요. 미루는것도 필요한걸로.
이건 박사님께 좀 여쭤보고싶긴 한데, 짜투리시간에 공부하는게 시간내서 자리잡고 하는거 보다 훨씬 잘 되는거야 같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이번주 길바닥에서는 요런거 한번 봐야겠다 하는걸 주말이나 저녁에 정해놓긴합니다. 사실 그 양과 내용에 압도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아무거나 잡아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다 모르는거라….그래서 언제든 할수있는 몇가지를 늘 가방에 넣고 다녀요, 운전할때는 위험합니다. 운전할때는 다른 생각이 적어야 하니까, 가급적…운전을 하지않습니다. 생각해야되니까.
책을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약 100권정도 산거 같아요, 대부분 중고책이지요. 그 중에 두,세권빼고는 그냥 정리해서 꽂아두기만 했는데, 그게 공부하는데 참 도움이 많이 되는거 같아요. 언젠가 보게 될 그날을 기대하며 공부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짬이나면 딴짓 안하고 읽고, 보고 쓰게 됩니다. 주말에 피곤할때는 그냥 여기 꽃았다가 저기 꽂았다가 그래요. 담배는 핍니다. 근데 많이 줄었습니다. 담배 두,세갑이면 웬만한 박자세 추천 서적이 한권이거든요. 담배줄이고 책사보니까, 부부사이가 좋아졌어요.
다른 잡다한건 다 버리고, 그냥 믿고 사는책들은 한두권 가방에 넣어 다녀요. 책 읽으려고 공부하는거 같아요. 박사님 강의 듣고 나면, 말씀하시는 책들이 읽혀요. 엄청 신기하지요. 중요한거 같아요. 그냥 “의심없이” 따라가는 것. 얼마나 다행입니까, 의심할 일이 없다는 것.
그리고 흉내 많이 냅니다. 박사님 성대모사가 가능할 그 날까지.
앞서 가는 준철님이 계셔서 반갑습니다.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