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새 쫓기'라는 일이 있었다. 아이들이 하교 후에 하는 농사일 거들기다. 새떼는 애써 지은 농작물을 마구 까먹는 얄밉고 성가신 존재였다. 황금들판에 허수아비들 사이로 연결된 줄에는 주렁주렁 소리 나는 깡통들이 달려 있었다. 새떼가 내려앉으면 줄을 당겨서 소리가 울리고 허수아비도 흔들흔들 춤을 춘다.

곡식을 축낸다고 새들을 다 없애면 어떻게 될까? 먼저 생각나는 게 있다. 요즘도 세계도처에서 창궐하는 무시무시한 메뚜기 떼. 인간이 거둘 식량은 메뚜기 떼가 한번 지나가면 초토화 된다. 메뚜기 같은 풀벌레들은 새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천적이 사라진 메뚜기의 폭발적 증식!

송충이를 잡아먹을 새가 사라진 산에도 나뭇잎이 남아나지 않는다. 앙상한 가지 잎맥엔 거미줄만 어지러이 걸리겠지. 꽃도 못 피우고 열매도 맺을 수 없다. 꿀을 따는 벌 나비도, 다람쥐나 토끼 등 초식동물도, 굶주려 죽거나 개체수가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늑대 독수리 호랑이는 어디서 뭘 사냥할거나!

생태계는 ''라는 하나의 고리만 빠져도 연쇄적으로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자연과 인간이 모두 서로 얽히고 연계되어 있어서 혼자만 잘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너 죽고 나만 살자'가 아닌, 생태계 구성원들과 환경이 다 같이 건강해야 인간의 생존도 보장이 되는 걸 볼 수 있다.

 

또 다른 측면, 박자세에서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살펴본다.

지구역사 45억년에서 원시대기는 CO2가 대략 20%였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산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대기 중의 CO2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대양(大洋)이 생겼을 때, 비로소 바다가 CO2를 포집(捕執)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액체로 된 물이 등장하여 맹활약. 물의 역할로 CO2는 바다에서 석회암이 된다. 이제, CO2는 돌 속에 갇힌 것이다. 호주의 산호섬 그레이트 베리어리프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이 돌에 갇힌 CO2가 모두 풀려나면 다시 원시대기로 돌아가게 된다는 걸 눈치 채야 한다. 흔히 말하는 '온실효과'가 그 시초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암석에서는 인체에 필요한 무기물이 양이온 형태로 물에 녹아나온다. 이것을 식물이 물과 함께 빨아들이는 것. 미네랄은 식물에게도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그 식물을 인간과 동물이 먹는다. 인간은 채소와 곡식뿐만 아니라 그 식물을 먹고 자란 동물도 고기로 먹는다.

암석이 양이온 형태로 우리의 몸속까지 들어온 경로이다. 이제, 뇌 속에서 생각을 가능케 하고 삶을 이어가게 하는 몸속의 암석이 보여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하나의 고리만 탈락해도 인간은 생존이 불가능하다. 햇빛과 공기와 물 암석 토양 식물과 동물..... 그 어느 것도 없으면 우린 살 수 없다.

온 우주가 한몸인 것이다. 함께 연계되어 있어서 독자적으로는 존속할 수 없다. 그래서 유기체이다. 러브록 교수의 유기체론을 나는 이렇게 소박하게 이해하였다. 장회익 교수님은 '온생명'이라 명명하신 걸로 아는데,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가가 가!)  

건축방식 또는 배열방식에서는 기계론으로 볼 수도 있겠다. 원자들이 레고블록처럼 이리저리 달리 배열되어 이루어졌다는 점, 또는 해체와 복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생명현상을 포함한 존재양태를 보면, 온 우주가 연계된 한몸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 도미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유기체로 보인다. 이름이야 어떠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