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을 바라보지 못한 등산의 의미.

오래된 기억이지만 자주 생각한 적이 없어서 확실하지는 않다.
한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그때의 기억의 근처엔 구슬치기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그쯤일 듯하다.
초등학교 2학년때 춘천시내 
강원대학교 위쪽에 후평동 주공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고구마섬 건너편에 시골 집은 여전하게 있어서 방학때나 
시간이 날때마다 시골집에 갔었고
거기엔 할머님이 계셨다. 
그때는 신매 대교가 없어서 강을 건너려면 배를 타거나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는 시간이 많지도 않았고 멀리 돌아갔어야 했다.
배는 트럭엔진 같은 큰 엔진이 시끄런 소리를 내고
엔진을 둘러싼 철판이 중앙에 있는 
철판으로 만들어진 배였다.
배를 타고 가면 엔진소리가 시끄러운 편이였지만 
강물을 가르는 풍경은 
어린이가 보기에 신기한 광경이였다.
배를 30분 정도 타고 내리면 
지금의 소양강 처녀 동상 근처에서 내렸다.
그리고 버스를 한번 타면 집으로 갈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던 중 한번은 2살차이 동생과 버스에서 잘못 내린적이 있었다.
어린 아이기 보기엔 풍경이 약간 비슷해 보인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내렸던것 같다.
처음엔 낮설었고 두려움이 일었다. 
그때는 이름을 몰랐지만 봉의산이 보였기 때문에 
그 높은 산을 중심으로 우리집이 어느쯤이라고 
가늠하게 되었다.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런 방식은 생각해보거나 누군가가 가르쳐 준적이 없어서
먼저 실행한 것은 저쪽으로 조그만 더 가면 집근처 풍경이 나올거라고 생각했었다.
동생을 데리고 방향을 정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을 걸어서 
드디어 아파트 단치 근처라고 짐작이 되는 곳에 도착했다.
아파트 단지 근처 위쪽 부근에 언덕처럼 길이 좀 경사가 있고 그 건너편 뒤쪽으로 
공사중인지 흙더미가 있고 그 아래쪽으로는 콩밭 같은 곳이 있었다.
동생을 데리고 간 곳에 바로 그 흙더미 아래쪽인데 
아무리봐도 이 근처에 있어야 할 아파트 단지가 보이지 않고
해도 지려는 기미가 보여 어린 마음은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한 10여미터를 더 올라갔으면 아파트 단지가 보였을 텐데 거기서 다시 우회를 해서
다른곳을 찾아 이동을 했던 것 같다. 
어떻게 왔는지는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속에 깊이 남아 있는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서 찾은 곳에서
10미터만 더 갔으면 되었을텐데 
두려움에 휩싸여 방향을 틀어 길을 더 헤맸던 것이다.
나중에 단지 주변에 지리가 아주 익숙해 지면서 
그 언덕을 보며 그때를 자주 회상했던 것 같다. 
마음속에 남는 기억이 되었다. 

지금도 그렇다.
이미 오래 전에 나는 정확한 방향을 가지고 걸어온 것이다.
그러나 거의 다 가서.
근처에서 방황을 했던거다.
여기에 지금 이곳에 내가 원했던 목적지가 있다.
이 세계에 대한 진실이 
여기에 펼쳐져 있고.
나는 단지 용기를 더 내서
저기 보이는 정상에 언덕을 향해 곧장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