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마무리 될 즈음, 친언니에게서 톡이 옵니다. 대략 7시 넘겨서 잠실에서 만나서 맡겨놓은 강아지 넘겨 받기로 했는데 일이 생겨서 빨리 데려 와야 할 상황. 지금 안 데려오면 애기가 몇 시간 동안 차에 갇혀서 고생할 판. 앞자리에 앉았으니 중간에 나가면  흐름 끊길 테고 난감해 안절부절 하다가 10분 더 하시겠다고 말씀하시기에 결심 했습니다. 박사님의 10분은 10분이 아니므로. 옆자리 선생님들께 속닥여 공간 확보하고 후다닥.

 

아침에 언니한테 들르느라 애견 가방에 책 가방까지 주렁 주렁 매달고 오기가 뭣해 노트는 와서 사가지고 사물함에 넣어 두고 갈 요량이었는데 강의 중간에 빠져 나왔으니 먹던 간식접시에 노트에 책상에 그대로 펼쳐 놓고 온게 가장 걸리더군요. 사람이 난자리가 깨끗해야 하는데.......

 

나는, 행동으로 첫 눈에 판단이 섭니다.

반듯한 모성을 가진 사람인지 아닌지를요.

부서져라 일해서 자기 사람 자식을 지켜내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말입니다.

강아지를 한번도 대해보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반듯한 모성을 가진 사람은 차분하고 너그럽 되 위험 상황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강단이 있습니다.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 마침 시간과 거리가 맞아 애를 맡겨 놨거늘, 아침부터 샵 두군데 돌며 그 중 가장 안정감 있게 만들어진 반려견 카시트 사다가 언니 차에 달아놓고 딜리버리 부탁하고 박자세 교육 센터에 왔건만,

 

이제와서 말인데 2년전 비좁은 사무실로 차마 들어서지 못하고 사뭇히는 맘으로 밖에서 들었던 과학 리딩 모임의 지구 온난화 강의 이후로 오랜만에 맞이한 과학 강의는 휴식 

 

3주 날아갈 듯 자유롭게 박자세 다녔는데, 안심하고 아이 맡길 곳 있는게 너무 신나서 좋아서. 후후후. 이 모냥이야. 이 모냥.

 

약속장소인 터미널로 아이를 찾으러 가는데 짐 보따리처럼 이리 저리 넘겨지는 애기가 안됐어요. 상하던 맘이 언니 차를 발견하고 뛰어가니 새로 사준 카시트에 얌전히 폭 파묻힌 강아지를 보니 또 행복해요. 강아지랑 저랑 서로 발견하고 팔짝 팔짝 뛰고 덩달아 언니도 헤벌쭉.

 

차문도 안 열고 창문 통해 아이를 가방에 넣는 고 사이에 언니가 아빠 농장에 있는 강아지 똘똘이 걱정- 똘똘이는 옆집 큰개가 물었습니다. 옆집 가서 목줄 하고 산책하시라 했는데 자긴 산책 안시킨다. 목줄이 풀린거다. 잡아먹을 거다 그러기에 그럼 빨리 잡아 먹으라고 오늘 당장 잡아라고 했더니 자기 아버지 돌아가시는날 태어난 애라 좀 그렇다 어쩌구 저쩌구... 일단 줄 안풀리는 하네스 사다 준 상태입니다. - 하다가 아빠 걱정하다가 너 밥 먹었냐? 누룽지 과자주랴? 이사 어디로 갔냐? 알면서 왜 물어!!!! 팩하고 돌아서 옵니다. 헤헤헤 웃는 언니 표정이 마지막입니다.

 

할 수 없는 것은 안하면 되는 것이니까.

 

별 하나의 과학 세상과 별 하나의 강아지.

더 이상 소년의 진심 때문에 아프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시인이었던 소년보다 발라당 까진 어른이 됐으니까요.

아름다운 두 세상을 지켜가기 위해 살아갑니다.

틈이 나면 멍하게 보따리와 조금 울컥 하다 가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 아름다워 질까 겁이 나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