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헤어조크는 극한의 기후에서 일하는 남극의 과학자들과 자연을 경이로운 시각으로 제작한 '세상 끝과의 조우'나 곰을 사랑했으나 결국 야생곰에게 죽은 한 남자에 대한 다큐 '그리즐리 맨' 등으로 유명한 독일 감독입니다. 일반 극영화도 탁월했지만, 저는 그의 진지한 나레이션이 특징인 다큐멘터리를 매우 사랑합니다.
그의 나래이션만 들어도 얼마나 성찰적인 자세로 자연을 대하는 가를 느낄 수 있지요.
몽골 탐사에서 박자세 대원들은 75만년 전후에 인류가 살았던 '화이트 케이브 WHITE CAVE'를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자료를 잠깐 보다가 이 다큐 영화를 생각해냈습니다.
'잊혀진 꿈의 동굴'은 3만 2천년전 인류의 조상이 그린 그림이 마치 어제 그린 것 처럼 완벽하게 보존된 프랑스의 쇼비 동굴(Chauvet Cave, 쇼비는 1994년 이 동굴을 발견한 과학자 이름입니다)입니다.
이 동굴의 그림들은 기존의 벽화들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는데 매우 선명하면서도 생생하게 묘사한 솜씨가 뛰어난 현대 화가가 그린 것 같습니다. 말이나 코뿔소 외에도 멸종된 동굴사자, 동굴곰 등이 그려져 있는데 이렇게 잘 보존된 것은 약 2만년 전에 동굴입구를 엄청나게 큰 바위가 굴러 내려앉아 막았기 때문이지요.
감상해보세요.
탄소연대측정결과 그림이 그려진 연대는 조금씩 다릅니다.
동굴사자 수컷과 암컷인데, 이 그림을 토대로 동굴사자는 갈기가 없었다는게 증명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자들이 목탄으로 그려진 현대화 혹은 루오의 선을 보는 것 같습니다.
왼쪽이 헤어조크 감독입니다.
이제 노년에 접어든 거장이지요.
손으로 가리키는 여자가 프랑스 문화부 담당관이랍니다.
이 동굴의 촬영은 하루 1시간, 1주일인가로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 행운의 주인공이 헤어조크 였지요.
매우 인상적인 인터뷰이 젊은 고고학자 쥴리앙 몽니(Julien Monney)입니다. 처음 동굴에 들어가 본 이후 닷새 동안 충격때문에 매일 사자꿈을 꾸었고 결국 마음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안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친구의 전 직업이 외발자전거와 곡예를 했다하니..자유로운 프랑스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만 봐도 전율이 오는데, 실제로 동굴에 들어가면 어떨까 상상만 해봤습니다.
동굴에 찍힌 당시 어떤 사람의 손바닥 자국. 곳곳에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같은 사람인 것은 이 사람의 새끼손가락이 휘어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네요.
시간과 공간을 우리는 이렇게
가볍게
뛰어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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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기억되어 있는 이미지를 2차원 평면에 옮긴것일텐데
3만 2천 년 전에 이미 이미지가 기억이 되어 있고, 순차적 그리기가 가능했다는 결과에
놀라고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시선을 옮기는 작업은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기능일테니
이미 이때 지금의 우리와 다른게 없군요.
쥴리안 몽리가 말한데로 직접 보게 되면 사자가 나타나는 꿈을 꿀 듯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인간의 본능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나 봅니다.
오늘 아침식사때 아내와 그리는 재능이 유전자에 새겨진 것인가? 학습된 결과인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학습된 결과라고 주장하고, 아내는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라고 하였습니다.
동굴벽화를 보니 루오그림보다도 더 감동적인 표현으로 느껴지고, 학습의 결과보다는 유전자에 새겨진게 맞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기 본능 때문에 매일 그림만 그리는 아들과 아내가 혹시 이 동굴벽화를 그린 인간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동굴에 가서 그림 좀 그려놓아라고 해야겠습니다.
베르너 헤어조크.
이 분 작품 모두 보고 싶네요.
2만 5천년전 알타미르 동굴벽화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선이 믿기질 않았는데
3만 2천년전의 그림도 그러네요.
언젠가 박사님께서 선사시대 인류와 우리가 브레인상으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하신 게 생각납니다.
두번째 사진의, 어깨에서 등을 타고 엉덩이와 꼬리로 이어지는 그 선을 그린 브레인과
솔다렐라의 브레인이 오버랩됩니다 ㅋ
<곰에서 왕으로>와 <비고츠키>를 연결해서 보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