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의 노래


137억년 우주 진화 탐사 대항해


 

지평선 위로 아련하게 멀어져 가는 구릉 , 창연한 노을이 연출하는 깊고 현란한 석양의 하늘바다를 바라본다. 문득 가끔 서 있는 소나무의 어렴풋한 실루엣에 감당 할 수 없는 막연한 고독감과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제 태양이 엷은 금빛 노을을 뒤로 한 채 저 지평선 밖으로 사라져 가면 사방은 적막한 어둠에 싸일 것이다. 석양은 무한히 아름답다. 다만 가까워진 황혼이 애달프다.

  한낮 왁자지껄한 저자거리에서 삶을 영위하는 격렬한 희로애락은 차라리 활력에 가득찬 기쁨이었다. 그 어떤 분명한 의도나 뜻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욕망하고 추구하고 성취하였다. 사랑하고 환희하고 때로는 미워하며 괴로워하기도 하였다. 대개는 무색하게, 가끔은 빛나게,

  아름다운 석양의 뒤편에서 황혼이 소리 없이 다가와 어느 듯 밤이 오듯이 나의 삶도 아주, 아주 하찮은 에피소드 하나 뒤에 남기고 표연히 사라질 것이다. 이미 천억의 호모사피엔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 앞으로 출현할 억만의 호모사피엔스가 그럴 것처럼,
그러나 뒤에 남는 그 하찮은 에피소드마저 사라져 가는 나와는 하등의 상관도 없다.


137억 년 전 빅뱅이 만들어 준 저 가벼운 원소들, 불타는 항성 다시 그보다 더 격렬한 슈퍼노바의 몸부림으로 만들어낸 무거운 원소들이 장구한, 아주 장구한 세월을 지나 어쩌다 이 행성 지구에 와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얽어놓은 관계 속에서 나는 태어 났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행성 지구에서 나는 찰나를 살다가 다시 그 원소로 되돌아 간다. 조만간 뒤에 남은 그 하찮은 에피소드마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그뿐인가 나를 포함한 모든 생명을 보듬어 주었던 행성지구 마저도 언젠가는 우주의 어딘가로 증발해 버릴 것이다.

 

영원한 아부심벨의 신전들
구름 위에 높이 솟은 올림포스 신들의 집
선택받은 영혼들만의 천국
풍수 좋은 양지 혼백의 집에도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모습이건 추한 모습이건 내가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거니와 서방정토에 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 하였을 때, 그러나 위대한 지성을 가진 인류였기에 모든 세계를 설명하고 유한하고 애달픈 삶의 문제에 대응 하고자 위대한 몸부림으로 상정해 냈던 그런 곳이 아니었나. 그런 초라한 곳, 불완전한 곳, 단연코 존재할 수 없는 곳, 나는 안다, 나는 그곳에 가지 않는다.

  이 우주 이 행성에 내가 존재 하게 된 것이 어찌 우주적 필연이었겠나.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이 그랬던 것처럼 우주는 나라는 한 애절한 개체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의 길을 따라 갈 것이다. 다만 나는 여기에 있게 된 것이다. 사라짐에도 그 어떤 풀기 어려운 인연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그냥 완벽하게 사라지겠지.

 

그러나 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슬퍼하거나 괴로워할 일이 아니다 . 죽음은 생명이 고등한 단계로 진화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절대적인 대가이자 높은 단계로 진화하기 위하여 발명된 강력한 방안이 아니었든가. 나는 크고 작은 부담은 물론 이런 저런 색깔로 물든 소문마저도 가져가지 않는다. 나는 절대적으로 사라져 간다. 죽음은 절대적이고 절묘한 생명의 법칙이다. 나는 영원히 자유롭다.

 

하지만 이때 이 행성지구에 내가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사건이고 축복이자 행운인가. 광막한 우주에서 나라는 아주 작은 생명이 탄생하기 까지 얼마나 긴 세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연출되어 왔던가. 내가 이 행성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위대한 사건이다.


137억 년 전 빅뱅이 있었다. 시간과 공간이 창조되었다. 없음에서 있음으로의 전환이 있었으며 비로소 의미 있는 질문도 가능하게 되었다. 대칭이 붕괴 되었다. 물질이 반물질에 선호 되었고 시간에 주름이 있었다. 드디어 이야기의 꽃을 피울 물질 덩어리들의 역사가 시작 되었다. 장구한 세월 물질의 진화는 은하라는 존재의 대 환경을 만들어 내고 다시 태양계가 나타나고, 드디어 억조의 생명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호모 사피엔스의 삶의 터전이 될 경이롭고 보석 같이 아름다운 행성 지구가 탄생되었다.

  ! 그 장렬하게, 때로는 적막하게 진행된 지구의 진화를 상상할 때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낀다. 46억 년 동안 행성 지구에서 연출된 물질 덩어리의 격렬하고 장대한 진화, 아득한 세월을 거쳐 온 생명의 현란한 진화, 그리고 마침내 호모 사피엔스가 연출한 애절하고도 영웅적인 진화의 역사를 !

 
행성지구미행성이 격렬하게 합체되어 알맞게 몸집을 키운 지구에 축복의 비가 폭포처럼 솟아져 바다가 생겼다 .
그 기적의 바다에서 장장 10억년을 기다리고 모색하여 희미한 생명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아득한 전설보다도 더 전설적인 원핵세포, 거기에 다시 30억년을 숨죽이고 모색하고, 다시 모색하여 다세포 생명체가 출현하였다. 위대한 공생의 원리를 터득하고 함께 죽는다는 절대적 대가를 치루고 서야 얻어냈던 기적 같은 생명의 진화적 도약이었다. 척추동물이 출현하고 생명은 이제 바다에서 육지로, 다시 하늘로 무대를 넓혀나갔다. 5 4천만 년 전 기적 같은 저 생명의 대 폭발은 어인 축복인가.

 
침팬지와 다를 것도 없던 영장류 호미니드, 장구한 세월의 모색을 거친 후 우연일 수 없는 어떤 살아남기의 절박함으로 분연히 나무에서 내려왔다. 보다 효율적인 생존의 방법으로 초원에서 뛰기를 시도하였다. 저 넓은 우주와 밤하늘에 빛나는 찬란한 별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볼 여유도 없는 가냘프고 애처로운 루시, 그리고 변변한 수단도 없던 후손들 , 맹수가 우글거리는 초원에서 시선을 높여 멀리 멀리, 수백만 년을 뛰고 다시 더 뛰어 보았다.

 

그리운 루시 ! 그는 알았을까. 그의 영웅적 시도가 있었기에 350만 년이 지난 지금 호미니드는 드디어, 드디어 현란한 운동성을 획득한 육체와 영민한 전두엽을 가진 우리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 했다는 것을 !
호모 사피엔스,, 이제 70억에 이르는 압도적인 개체 수로 번성하여 전 지구를 뒤덮고 있다. 사지를 땅에 대고야 이동할 수 있었던 취약한 영장류에서 600여 만년을 진화한 끝에 이제는 두발로 서서 넓고 넓은 우주를 깊숙이 응시하고 그 시작과 끝을 사유하고 있다. 이 우주에 드디어 자아에 질문을 던지는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였다. 그의 지적 능력은 이제 광막한 우주에서 자신의 좌표를 읽어 내고 우주자체의 운명을 그려내고 있다.


이제 인류는 이 행성 지구의 압도적인 주재자가 되었다. 지구의 어떤 곳도, 어떤 고등한 생명도 인류의 영민한 시선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행성 지구와 모든 생명체의 장엄한 화엄 대세계가 인류의 선의와 지혜와 능력에 달려 있지 않는가.

  루시의 후예들, 참으로 멀리 멀리 달려왔다. 생존을 위하여 끊임 없이 도구를 개발하고 삶을 위한 노동으로 세계를 개조하여 왔다. 육체와 두뇌를 함께 진화시키는 노력을 한순간도 놓지 않았다. 일만 년 전 농업 혁명을 일궈내 주체적이며 의도적인 행위로 자연을 개조하기 시작한 이래 얼마나 경이로운 발전을 이루었나. 추상세계를 사유하기 시작한 이래 종교와 철학이라는 행위로 끈임 없이 세계와 생명을 이해하려 하였고 영원이 실재하는 이데아의 세계를 찾아 왔다. 모든 개체들이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인문 사회관계를 끊임없이 개발하여 고등한 사회제도와 규범과 도덕률을 진화시켜 왔다.

 

서사시처럼 영웅적이고 휘황한 호모 사피엔스의 길고 긴 진화의 끝가지에 내가 서 있다. 놀라운 능력을 가지게 된 인류의 한 개체로서 지금 보석처럼 반작이는 이 행성 지구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나는 감사하고 환희한다. 생명이 나에게 허락한 이 고귀한 찰나의 시간에 인류가 획득 한 모든 능력과 그 성과를 마음 것 향유 할 것이다. 행성지구에 펼쳐진 모든 아름다운 모습을 만져 보고 감상하고 경외할 것이다.



 

우리와 함께 공생하고 경쟁하면서 진화한 천태만상의 모든 생명들에 감탄하고 경외하고 화협할 것이다. 이슬 머금은 풀잎을 보며 말없는 생명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고 새들의 노래에서 복제를 위한 최상의 연출을 감상하련다. 대양의 푸른 파도를 가르며 자유의 유영을 향유하는 경이로운 생명, 고래에게도 갈채를 보낸다. 형체도 없는 음의 세계에서 베토벤의 영원한 고독과 영웅적 용기를 느끼고, 초라한 캔버스에 칠해 놓은 고흐의 그림에서 억누를 수 없는 김정의 파동을 경험할 것이다. 인류가 이루어 놓은 모든 격조 높은 예술의 세계에서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들이를 체험 하는 것, 살아있는 고등한 호모 사피엔스의 능력이자 더없는 축복이리라.

  복제라는 생명 존재의 절대적이며 원초적인 행위가 유리디체에 대한 올페우스의 정념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사랑의 로망이 되고, 뻬아트리체에 대한 단테의 사랑이 영원한 이데아적 차원으로 승화되는 인류의 정신적 향연에 젖어들 것이다. 공생이라는 생명 진화의 원초적 행위를 승화시킨 테레사의 지고한 유적 사랑과 영원한 종교적 고뇌를 공감한다. 인류가 지난 5천 년 아니 일만 년 동안 생존을 위한 행위와 영원한 예술적, 종교적 추구로 이룩한 격조 높고 다양한 문화와 웅대한 건축들의 세계에서 소요하고 경탄할 것이다.

  가까워지는 황혼, 삶과 죽음이란 생명의 경계선을 넘기 전 나는 137억 년 우주 진화사를 탐사하는 대 항해를 떠나려 한다. 유한하고 애달픈 호모 사피엔스, 우주의 시작과 끝을 이해하고 생명이 무엇인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안다면 참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사는 것이며 이승에서 영원을 획득하는 것이리라.

 

완벽히 사라지는 절대적 자유와 !

 

 

대 항해 !

 

빅뱅에서 나의 의식에 이르는 137억 년 우주 진화사를 탐사하는 장대한 여정이 되리라. 호모사피엔스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희열이 아니겠는가. 혼자서라면 전혀 불가능하다. 영민한 항해사 스승을 만나는 참으로 큰 행운을 얻지 않았다면 나는 그 무게에 아연하여 그냥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언제나 가까이에서 친절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내를 받으며 언제든 고락을 같이하고 용기를 북돋아 줄 한 무리의 용감한 정신의 도반들이 함께하여 대 항해는 무한한 에너지를 얻고 환희에 가득할 것이다.

  스승은 저 하늘에 빛나는 별들만큼이나 수많은 인류 지성사의 거인들이 수 천 년 동안 세워놓은 등대 숲에서 길을 잃지 않고 우주진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바른 길을 찾아 갈 것이다. 혹은 희미하게 혹은 거대하게 137억년을 관통하는 길을 따라서 빛을 발하고 있는 등대들을 지나며 그들이 서있는 좌표와 의미를 설명하며 전진할 것이다.

  태양계의 아늑하고 정다운 여덟 개 행성을 지나고 해 없이 춥고 고독한 명왕성을 넘어 태양의 중력이 사라지는 저승처럼 희미한 오르트 구름 너머로 아득히 나아간다. 이제는 아예 슈퍼노바 1a를 이정표 삼아 시공이 함께 얽어놓은 길을 따라 천억 광년의 우주 저편으로 항해하며 영원을 사유할 것이다. 빅뱅으로 연출된 시공의 춤을 이해하는 것이다.

  알프스 저 깊숙한 곳, 인류사상 가장 위대한 구조물 LHC에서 벌어지는 인류지성 최전선의 탐구를 지켜볼 것이다. 21세기 인류의 가공할 경제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실험 장비와 인류가 끊임없이 추구해 왔던 궁극의 문제에 대하여 지난날의 어떤 현자보다도 뛰어난 혜안과 이론으로 무장한 수만의 최전선 지성들이 함께 협연하는 LHC에서 최종의 실재를 탐구할 것이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극단적 명상으로 얻어지는 예외적이고 국부적이며 온전히 개별적인 깨달음으로서가 아니라, 절대자와의 영적 교류에 의한 성령의 은총으로서가 아니라, 우주만큼이나 광대한 아 원자 세계에서 궁극적인 실체를 깨어보고 세어보며 만져 볼 것이다. 궁극적 존재가 보여주는 원자의 춤을 볼 것이다.

  태초에 생명의 어렴풋한 씨앗이 출현한 이후 생명은 어떻게 하여 오늘날 행성 지구 전체를 이토록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었는지를 탐구할 것이다. 인류사상 가장 강력한 진화론으로 무장하고 희미한 세포에서 우리의 의식에 이르는 40억 년의 장구한 생명 진화사를 탐사할 것이다. 진화론, 실로 생명 현상과 우리의 마음까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강력한 사상이 아니던가. 살아있는 모든 것, 그리고 우리의 브레인 속에서 연출하는 현란한 세포의 춤을 감상할 것이다.

  위대한 스승은 개별적인 신념의 기반 위에 구축 된, 그리하여 동어 반복적으로 전개된 저 방대한 경서들과 수 천 년 동안 내용 변화 없이 모호한 언어로 재생산되어 쌓여진 자료들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할 것이다.

 

인류는 지혜보다는 지식, 무엇보다도 과학적 지식이라는 단단한 벽돌을 쌓아 만든 길을 따라 여기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혜는 우리의 삶을 윤기 있게 하는 것, 지식이라는 에너지가 고갈된 골목에서 헤어나는 유효한 능력일진대 질적 도약을 가능케 하는 힘은 아닐 것이다.

 

우주와 생명에 대한 21세기 인류의 경이로운 지식이 아니었다면 궁극과 우리의 이 오묘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보편적으로 작동하고 우주적으로 진실인 과학을 장악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인류가 달성한 경이로운 세계가 어떻게 가능 하겠나. 실체에 이르는 길을 막고 서서 보이지 않는 무대 뒤에 신비하고 영험한 힘이 있어 우리를 주재 한다는 수천 년 지난 교의의 늪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신비주의와 불가지론,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위치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사제들의 수단이었다. 위대한 지성사의 거인들이 축적한 상상을 초월하는 깊이와 대양처럼 방대한 인류 지식의 정수가 정리된 위대한 교과서 ! 영민한 나의 스승은 어떤 것이 참으로 위대한 교과서인가를 보여줄 것이다. 스승은 그 교과서의 인도를 받으며 우리의 대 항해를 이끌 것이다.

  우리의 항해는 전진하면서 더욱 강력한 에너지를 얻으며 용감하고 위대한 전사들을 결집할 것이다. 기라성 같은 최전선 지성들의 성원과 인도를 받으며 열화와 같은 동행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하여 인류의 전진을 이끄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리라.

 

희망과 환희에 충만한 대 항해의 출발에 영광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