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타

 

- 신경림 -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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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고비 사막 한가운데에서 까만 하늘 가득 쏟아지는 별을 보며 외우면 좋을 시.
김향수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낙타>입니다.
(김향수 선생님, 낙타라는 제목으로 여러 시가 있던데 이 시가 추천해주신 거 맞겠죠?)
그리고 김향수 선생님 추천해주신 몽골 사막 버킷 리스트입니다.
 
- 고운 모래 사막에 누워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쳐다보기(꼭 누워서)
- 새벽 3시 즈음 일어나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 바라보기
- 낙타 등에 타보기
 
여기에 제가 해보고 싶은 리스트 추가해봅니다.
 
- 몽골 고비 사막 모래를 손안에 쥐었다가 내려놓기
- 서울에서는 찾을 수 없는 사막의 평행선 바라보기  
- 스마트폰 없이 열흘 보내기
- 침묵 속에 여행하기
- 모래 위에서 굴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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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발이

- 신경림

 

늘 떠나면서 살았다,

집을 떠나고 마을을 떠나면서,

늘 잊으면서 살았다.

싸리꽃 하얀 언덕을 잊고

느티나무 소복하던 별들을 잊으면서

늘 찾으면서 살았다,

낯선 것에 신명을 내고

처음 보는 것에 힘을 얻으면서,

진흙길 가시발길 마구 밟으면서

 

나의 신발은,

어느 때부턴가는

그리워하면서 살았다,

떠난 것을 그리워하고 잊은 것을 그리워하면서,

마침내 되찾아 나서면서 살았다,

두엄더미 퀴퀴한 냄새를 되찾아 나서면서

싸리문 흔들리던 바람을 되찾아 나서면서,

그러는 사이 나의 신발은 너덜너덜 해지고

비바람과 흙먼지와 매연으로

누렇게 퇴색했지만,

나는 안다, 그것이

아직도 세상 사는 물리를 터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퀴퀴하게 썩은 냄새 속에서,

 

이제 나한테서도 완전히 버려져

폐기물 처리장 한구석에 나 뒹굴고 있을 나의 신발이,

다른 사람들한테서 버려진 신발짝들에 뒤섞여

나와 함께 나뒹굴고 있을 나의 신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