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상어를 알아?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의 눈물을 아냐고 모르잖아?  "

 

살다보면 별 사람을 만나고, 별 이야기를 듣고 삽니다. 그러다가 어떤 말을 들으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는지 모를때가 있습니다.

 

감정이 가장 풍부한 존재가 아직까지는 인간이다.라고 얘기를 하고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냥 우스게 소리이고, 이야기이지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겨지고 있습니다.

 

군대 있을 때 군대 PX에는 전자오락기가 있었습니다. 몇 대 밖에 없었지만

인기가 있었습니다. 비행기 게임인데 총알이 나오고, 폭탄을 발사하고 맹렬하게

적의 총알을 피하면 보스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화면을 꽉 채우는 총알을

피하면서 총알을 열심히 날리고, 날리면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을 합니다.

 

군인이기에 그것을 즐겼다고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향수와 같은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나도 열심히 버튼을 누르고 조작 스틱을 움직이며 맹렬하게 쏟아지는 총알을 피하고

있는데 옆에서 같이 하는 녀석은 하다가 자기의 비행기가 폭파당하면 그저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동전을 넣고, 넣고를 반복했습니다.

 

내가 고참이어서 물었지요.

 

"야! 그냥 막 죽으면 어떻게 해?. 열심히 좀 해봐."

 

그러자 그 녀석이 한 말이

" 뭐 어때요. 그냥 죽는건데 다시 시작하면 되지."

 

이 말을 군대 후임의 말처럼 넘어가면 되는데 계속 기억에 남는 겁니다.

 

지금 벌써 10년도 훌쩍 넘었는데 말입니다.

 

죽는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이 우리네 삶인지도 모릅니다.

 

아파 죽겠네. 더러워 죽겠네, 신경질나 죽겠네, 사랑때문에 죽겠네, ....죽겠네. 죽겠네..죽겠네..

 

그런데 죽음이 흔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60조개의 세포를 끌고 다니는 나는 죽음을 통해 60조 개의 세포를 모두 함께 동반 죽음을

맞이합니다. 라고 말하고 다녔더니 어느 순간 철학을 좋아하냐는 말을 듣고 다닙니다.

 

난 사실을 말했는데 철학을 좋아하는 일종의 괴짜가 된 것입니다.

 

죽음을 특이하고 놀라운 현상이라 말하는 나와, 인간만이 놀라운 감정을 교류한다는 나,

그리고 의미없는 세상에 의미있는 존재가 되려고 발버둥치는게 우리네 삶일지도 모른다고 하는

나는 모두 내가 속한 어느 세상에서는 언저리에 있게 됩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텔레비젼에 나오기도 전에 커텐이 날리고 있습니다.

열려진 창문으로 빗소리가 넘어왔고, 나는 창문 아래 책이 걱정되어 창문을 닫았습니다.

 

문자 메시지 하나가 왔습니다.

 

" 마음은 인생을 덮고 있는 하늘이다. 지금은 장마다." 입니다.

 

답장을 했습니다.

 

"열려진 창문으로 빗소리가 넘어왔고,

커텐은 바람에 날렸다.

그리고 난 혼자였다.

인생을 덮고 있는 하늘이 울고 있었다.

그게 맘에 든다." 라고 말입니다.

 

 

장마가 오고 있습니다. 미국 학습 탐사에서 보았던 그 빗줄기가 생각납니다.

 

광활한 벌판에 구름이 모이더니 검어집니다. 마치 땅이 구름을 잡아 다니듯이

검은 구름을 당기면, 비가 쏟아져 내립니다. 땅에서 빨대를 꼿아 빨아대고 있는 듯합니다.

그 빗줄기 사이로 번개가 가릅니다.

 

지금 내 머리 위로도 그 현상이 일어나고 있겠지요?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인생도 열심히 맹렬하게 쏟아지는 총알 사이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127억년이 넘게 변하지 않는 온도로 꾸준히 빛나는 별을 품을 우주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리얼한 세상, 그거 생각보다 아름다운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만해도 위안이 되는 걸 보면

말입니다.

 

모두들 장마에 기분, 상념, 마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