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별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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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집 앞에서 구름이 걷치고 달이 뜨고 별이 떴다.

(아무리 찍어도 가로등과 달만 보입니다. 분명 머리를 들면 별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

 

 

 

 

태풍이 지나가고 하늘을 뒤 덮었던 구름이 조금씩 비켜서더니 구름 사이로

별이 빼꼼히 모습을 들어냅니다.

 

베가 입니다. 참 이상하죠.

 

덧없던 하늘에 친근한 빛이 떠 있습니다.

 

몽골에서 본 은하수, 밀키웨이 사이로 보이던 그 밝던 별이 보입니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달보다 더 밝습니다.

 

이름을 불러 주었더니 내게로 와 매미소리에 섞여 밝은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신기합니다. 분명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인데 오늘에야 보입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리에 창을 닫고, 비가 많이 온다고 하기에 우산을 썼습니다.

 

별이 온다고 하는 소리는 없는데 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빗소리가 그치니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고, 동작인식 가로등이 꺼집니다.

 

그리고

 

 

 

별이 보입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사라질까봐 그 순간 놓치기 싫어서

들린 고개 그대로 둡니다 .

 

은하수는 없어도 그 곳에 있는걸 압니다. 없는데도 있는걸 압니다.

 

안다는 건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릅니다.

 

480 빼기 210은 이라는 초등학교 문제에 270이라고 답을 했는데

그 밑에 다음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 그 답이 나왔습니까 입니다.

 

어느 초등학생이 그 답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 진짜 짜증나 물어보지 좀 마 270이니까'

 

웃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화난 초등학생의 답이 맞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입니다.

 

마치 의미 좀 만들지 좀 마 사실이 그러니까, 그냥 인정해..입니다.

 

내 인생에 의미 붙이다가 내 인생 다 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구름 너머에 별이 있고, 별 너머에 공간이 있고, 공간 너머에 또 별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그 사이에 내가 있어 다행입니다.

 

태풍과 태풍 사이에 벌레 우는 밤이 있어 다행입니다.

 

 

 

 

 

 

 

 

 

 

 

 

 

 

 

비와 비 사이에도 그리움은 흐를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