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곳은 5층에 위치해 있다. 계단 수가 264개를 오르면 5층에 도착한다.

하루에 오르락 내리락 하기를 반복한다. 지하철을 탈 때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은지가 오래됐다.

 

 대청봉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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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친구녀석 하나와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했다. 목포에서 출발해 서울로 서울에서 속초로,

속초에서 부산, 부산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에 내려서 제주도 일주를 하고 목포로 돌아왔다.

24박 25일이 걸렸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남는 장소를 들라고 한다면 단연코 설악산의 대청봉이다.

들리는 족족 산을 올랐으니 오른 산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그 중에서 대청봉이 기억나는 이유는

그 곳에서 보았던 사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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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일어난 시간이 9시였다. 전날 늦은 시간에 속초에 도착해 야영장까지

오느라 너무 많이 달려서인지 서로가 피곤이 누적되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대충 밥해 먹고 출발한

시간이 11시정도였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대청봉이 시작되는 설악동까지 가서 자전거는

묶어놓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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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달리다시피 했다. 같이 간 친구녀석이 얼마나 산을 잘타는지 쫒아가느라 힘이 들었다. 오후 3시정도에

 비선대를 거쳐 희운각 대피소까지 도착했다. 거의 기다시피 올라가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께서

몇 시정도 됐냐고 물으셨다.

 

 

' 한 세시 정도 됐는데요.'

' 그런데 할머니 안 힘드세요?'

사실 젊은 우리들도 조금은 힘이 들어서 그리 물어 본 것이다. 그러자 할머니는

' 힘들지. 그래도 나 죽기 전에 여기는 꼭 올라가 보고 싶더라구..'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려 새벽 4시 정도에 출발을 하셨다고 한다.

 

 

친구녀석과 대청봉을 오르면서 우리도 저 나이에 저럴 수 있을까 얘기를 나누었다. 원체 말이 없는 녀석이라 대답도 안 할줄 알았더니 열심히 우리도 늙어가야지 한다.

가끔씩 요 녀석 속에는 뭐가 들어 있나 싶다. 이런 명언을 허락도 안 맡고 던지다니...

 

그리고 출발한지 5시간 30분만에 대청봉에 올라갔다. 10월이 넘어가고 있는 때였는데 갑자기 몰아친

비바람에 대청봉 산장에서 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비바람 쏟아지는 대청봉에서 라면은 먹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다음날 일어나 대청봉에 올랐을 때 눈보라가 휘날렸다. 1995년 10월 23일에 눈보라 가득한 설악을 만끽하였다.

그 후로 난 산을 올라간 적이 거의 없다. 2~30대가 오르는 산은 계곡에서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막걸리 한 잔에 노닥거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도 얼마전까지 했었던 일이고 즐기는 일이었다. 그러나

박자세를 만나고 몸훈련 주의를 따르려 한다. 몸을 움직이고 활동하게 하는 것 자체가 공부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중국어로 ‘쿵푸’라고 하지 않던가

산을 멀리하고 살았다. 늘상 하는 얘기로 오르다가 못 오르면 다음에 하면돼지 뭐. 그랬다. 이런 내 눈에

비친 사람들이 있다. 2012년 10월 27일 박자세 국내 학습탐사가 대청봉으로 정해졌다. 그리고는 매주

산을 타고 대청봉을 오를 준비를 한다. 자신의 몸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일을 시작한다.

22살 대청봉에서 만난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에 오른 나를 기다린 설악산은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박자세 회원의 많은 숫자가 50대와 60대 이다. 그 분들이 날라 다니듯 사뿐 사뿐

오르는 등산길을 구경만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오늘도 계단을 오르고 집을 향해 갈 때 차를 타지 않고 내 몸을 이용했다.

 

설악산 가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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