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6 10 30분에 나는 캘리포니아의 로스엔젤레스를 지나 Anza - Borrego

State Park 캠핑장을 향해 차를 달리고 있었다. 차에는 박자세 학습탐사 대원이 타고 있다.

미국에서의 운전은 조금은 상기되고 긴장하여 운전을 하였다. 단지 장소가 바뀌었느데 기분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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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에서 Anza - Borrego State Park 캠핑장을 가는 도로 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있다.

 

왕복 2차선의 도로는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길이다. 보이는 불빛이라곤 헤드라이트 뿐이다. 

3시간 정도를 운전을 하고 있을 때 창문을 여니 진한 피톤치드 향이 물씬 풍겨온다.

차에 탐승한 탐사대 모두가 좋은 향이라며 옆에 숲이 울창하게 펼쳐져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도 생각해 보니 오면서 산장이라고 써진 표지판을 본 듯 하여 휴양림이 있는가

보다고 이야기를 했다.

 

창문을 조금 열고 가자고 제안한다. 3월의 기온은 미국에서도 조금 쌀쌀했지만

피톤치드의 향을 맡으며 가는 것도 좋다며 모두 찬성했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차창 밖의 공기를 한 줌 주어와 코에 맡으니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난다. 비행기에서 쭈그려서 11시간을 오고 차를 타고 벌써 4시간 30분을 운전하여

지친 몸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쌀쌀한 날씨에 창문을 다시 닫고 히터를 켰다.

 

고도계를 보니 1500미터 이상이다. 조금 있으니 길은 구불 구불해지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 졸리운 기분에 창문을 열고 창 밖에 냄새를 맡는다. 옆에 있던

이정희 선생님께서 여기 공기가 너무 좋고 향기가 난다고 하신다. 참 기분 좋은

운전이라고 생각했다.

 

길은 헤드라이트를 빼고는 깜깜해서 집중을 하지 않으면 위험했다. 길 아래 멀리 마을에

불빛이 옹기 종기 빛을 내고 있었고 하늘은 별이 구름 사이로 반짝였다.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이 11 30분이 넘어서고 있었다. B-17번의 예약한 캠핑장소를

발견했을 때 박문호 박사님은 얼마나 놀라운 일이냐며 감탄 하신다. 11시간 비행기를

타고 5시간 이상을 차를 달려서 예약한 장소에 정확하게 발견한 것이다. 수천 킬로미터의

공간을 넘어 일어난 현상이다. 불과 몇 십년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정작 놀라운 일은 다음날 일어났다. 일어나서 텐트 밖으로 나갔다가 눈을 몇 번 깜빡 거렸다.

분명 피톤치드 향이 많이 나는 숲이 옆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공기를 말아 코 가에

맡았으니까 내 감각은 정확 한거야 했다. 그런데 주변에 펼쳐진 것은 허허 벌판에 민둥산이다.

민둥산 밑에 바람을 피하며 텐트를 치고 잠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체유심조가 따로 없다.

어제 맡았던 피톤치드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손을 들어 바람을 맞은 손을 끌어다 코 가에 맡아보니

흙 냄새만 난다. 한국에서 자란 내 인식에는 야영지는 숲이 있는 산이라는 사실을 미리 짐작하여

고정시켜 놓았으니 흙 냄새가 피톤치드 향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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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za - Borrego State Park 캠핑장에 박자세 학습탐사 텐트, 주변에 보이는 민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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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za - Borrego State Park 캠핑장 주변은 민둥산과 덤불의 사막지대이다.  

 

감각은 내가 세상을 해석하는 장치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만지는 모든 세계가 사실이 아니라 내가 만든 세상에 올라선 세계임을 깨닿는다.

의미없는 세상에 의미있는 존재가 되려고 발버둥치며 살고 있다. 우리는 동시에 꾸는

꿈속에서 사는것일까 하는 글이 떠오른다.

 

색깔은 파장에 불과하여 본다는 것은 믿는 것이고, 냄새 또한 기억에 기댄 현상일 뿐이다.

이 얘기를 누군가에게 했더니 슬프다고 말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내가 더 슬퍼졌다.

어머니께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적이 계셨다. 나이들어 왜 글을 배우시려

하냐고 내가 물었다. 그 때 어머니께서 어떤 할머니가 그러셨단다 한글 알고 죽고 싶다고

말이다. 이유가 알고 싶다였다고 한다.

 

죽기 전에 알고 죽어야 겠다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박자세의 공부를 배우고 익히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는다.

왜 공부하느냐고 말이다. 익산에서 한국 미디어운동 네트워크 활동가를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도 들었던 이야기다.

 

그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죽기 전에 알고 죽고 싶지 않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