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영화감독의 신작을 보기 전, 나는 감독의 전작들을 훑어보는 습관이 있다. 어제 류승완 감독의 2004년 작품인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다시 보다 재미난 장면이 눈에 띄었다. 당시엔 그냥 지나쳤던 장면이었는데, 어제는 박자세 회원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영화는 평범한 교통순경인 '상환'이 우연히 '칠선들'을 만나 스스로 끊임없이 연습하는 수련 기간을 거친 후, '영웅(아라한)'이 된다는 내용이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서울 도심 곳곳에 있는 생활 도인들 - 고층빌딩 벽에 아슬아슬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 청소부, 머리에 큰 쟁반을 칸칸이 4층으로 이고 가는 식당 아주머니, 두 손에 수십 켤레의 구두를 가볍게 들고 가는 구두닦이 아저씨, 무거운 짐 보따리를 손쉽게 이고 다니는 할머니 ㅡ 의 절대내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경지를 이룬 도심 속 도인들,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이들을 감탄의 눈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4시간이 넘는 매 강의 때마다 거대한 칠판을 빽빽하게 채우시며 열성적으로 강의하시는 박사님.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온몸으로 수업 내용을 흡수하려 하고 천뇌 모임 때마다 어려운 교과서 내용을 전문가 수준이상의 실력으로 발표하는 회원 분들이야말로 생활 도인 아니신가.

 

 

박자세에는 고된(?) 훈련법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는 사람, 이러한 태도가 훈련하기 가장 태도이다. '반복과 학습은 동의어'라는 박사님 말씀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조건이 붙는다. 질문과 알고 싶은 것이 너무 다양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없다는 거다. 모래알 세지 말고 '탑다운'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선택 부담을 덜어준 박사님께서 검증해주신 베스트 북이 있다. 이 책을 꾸준히 1년 이상을 공부하면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라 단언하신다. 자연과학적 깨달음은 철학이나 종교와 마찬가지로 감동을 주고 인생을 바꿀 수 있다니 훈련을 안 할 수 없다.

 

 

그러나 꾸준하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전체를 조망하며 말귀에 기울이는 태도 또한 필요하다. 무엇을 선택할지로 고민하는 시간의 소요가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의 반 이상이라는 것을 경험해봤다. 박자세 학습법이 편한 건, 시간낭비를 줄여주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기억하는 법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암기가 곧 이해다. 해보면 안다. 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우리는 일순간의 기적으로 갑자기 '영웅'이 될 수 있는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다. 자연과학 비전문가가 노력을 통해 전문가 수준이상의 지식내용을 흡수하고 자기화 시켜 평생 본인지식으로 만들어가는 학습단체가 바로 박자세이다. 더 나아가 행성지구, 그 자연 속에 존재하는 나와 인간사회 전체를 통합적 사고로 끊임없이 조망하는 사람이 되기를 박자세 회원 모두가 바라는 마음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