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구I.C에서 김천I.C간 고속국도 거리는 총 66KM

대전을 가든, 서울을 가든 위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치게 되는 곳.

대학 1학년, MT를 갔던 곳. 첫 캠핑의 설렘으로 잠 못 이루던 밤

코 끝을 간질이던 깊은 숲 속 나무 향기.

적요하고 서늘한 그늘아래 가벼운 대화조차 조심스럽던

인적 끊어진 늦여름 늦은 오후의 직지사 계곡.

몇 몇 해, 그보다 더 많이 지나서

부모님 가업 물려받아 목욕탕 운영 한다던 친구의 소식이 들려오던 곳.

지나치면서 가끔, 장사가 잘 되나, 한 번쯤 떠올리기도 했던 곳.

 

이제

김천은

파랑 같은 삶을 살던 그녀가 가재미처럼 누워 있는

6인실 302호를 떠올리게 하고

다시 한번 맥반석 놓아두고 싸리비질 하고픈

허물어져 가는 빈집과

수런거리는 뒤란과 돌아와 맞이하는 호두나무의 전설과

빈 아궁이, 포도나무, 저수지, 빈 집 앞의 까치 쪼는 감나무를 생각하게 한다.

 

2013년의 비오는 김천은

시인의 예민한 촉수로 만들어진 시공간을 건너

가슴 속으로 들어와 세포 갈피마다 쌓여지던 언어의 향연 속에

한 줄기 그리움처럼, 또 다른 고향처럼 그렇게 잠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