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유달산 뒤로 항구가 있습니다.

 

목포 사람들은 선창이라고 부르는게 더 알기 쉬운 장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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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창을 기준으로 유달산이 있습니다. 고운 햇살이 유달산에 튕긴 그 자리에 동네가

들어서 있습니다.

 

거기를 온금동이라 하고  일명 신선동으로 불립니다.

 

따뜻할 온(溫) 에 비단 금(錦)을 써서 비단처럼 햇살이 고운 동네이거나

따뜻한 햇살이 비단처럼 나리는 동네라는 뜻이다.

 

목포가 도회지가 되기 이전부터 진도 조도, 완도 노화도, 신한 암태도에 사는 섬사람과

돈을 벌겠다고 몰려든 사람이 따뜻한 동네에

천막을 옹기종기 붙여서 만든 동네입니다.

 

남자들은 고기잡으러 바다로 가고, 여자들은 조선내화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찧어 나르며

살던 사람들의 보금자리였지요. 고기가 바짝 마른 시절이면 아이들이 순식간에

늘어난다고 하여 그 때 태어난 아이를 조금새끼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오래 산 목포사람은 그 곳의 언덕을 보리마당이라고 합니다.

 

택시 기사에게 보리마당 갑시다 하면 거기로 가는 그런 곳입니다.

 

목포 제일여고가 있었고, 유달산에 올라가는 매포소를 거치지 않고 몰래

들어갈 수 있는 샛길을 갈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중학교 때 친구녀석이 마술을 보여 주었습니다.

 

성냥개비를 엄지와 시지에 쥐고 중지에 걸쳐서 움직이지 않게 하고

그 위에 성냥을 올립니다. 그리고 성냥개비가 심장이 뛴다고 말을 하는데

정말로 성냥개비가 톡 톡 톡 튀면서 심장이 뛰었습니다.

 

친구녀석에게 그거 가르쳐 달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학교가 파하고 그 녀석을 쫒아갔습니다.

 

내가 살던 집은 목포역 뒷 편이었고, 그 녀석의 집은 온금동에 보리마당이었습니다.

 

내가 귀찮았던지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면서 동네를 돌아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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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금동의 길은 머리가 소이고 몸은 사람인 미노타우르스가 산다는

미로처럼 사람이 겨우 지나 갈 그런 골목이 엮이고 엮여 있었지요.

 

겨우 쫒아서 그 녀석 집에 갔더니 장독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갔더니 갑자기 배고프냐고 물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돌고 도는데 배 안고프냐고 했더니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저 아래로 바다가 보입니다.

 

먹으라고 하더군요. 양은 냄비에 라면이 있었고 종기 그릇에 시디 신 묵은 김치가 있었습니다.

 

같이 후다닥 라면을 먹었습니다.

 

마술의 비밀을 알려 주었고 그 녀석은 나를 큰 길이 나오는 곳까지 바래다 주었습니다.

 

목포 보리마당이 있는 고개를 지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성냥개비 마술이 있는 고개를 지나면 유달산이 품은 신선의 향기가 풍기는 그런 곳이

있습니다.

 

골목을 들어서면 금새 길을 잃고 나를 잃게 되는 그런 곳이 있습니다.

 

신선의 꿈을 품은 따뜻한 동네가 있습니다. 어린 내 착한 친구가 끓여준 라면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 곳이 있습니다.

 

목포 제일여고는 옮겨졌고, 샛길은 철조망이 쳐졌으며, 친구는 기억속에만 살고,

나는 키보드 위에 기억을 더듬고 있습니다.

 

키보드 위에 신선이 살지 않는다면 아마도 햇살 닿는 그 곳에 있겠지요.

 

양은 냄비에 시디 신 신김치 종지에 담아 하나 남은 라면 끓여준 고운 친구 맘 속에 말입니다.

 

 

 

 

 

 

 

 

 

 

 

 

 

 

 

 

 

 

 

 

 

  

 http://blog.daum.net/huhasim/606 참고 자료 :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지는 정겨운 골목길, 온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