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방바닥에 나무늘보처럼 늘러붙어 있기.

몸이 느물느물 풀어지는 감각 말고 일체 아무것도 느끼지 말기.

불에 데인 상처며, 손 안 닿는 등짝 어딘가의 가려움이며 모두 무시하기.

며칠간의 여정을 꺼집어내 조근조근 정리하기.

 

친구들과의 반가운 만남. 그 안의 달큰한 와인과 웃음과 삶의 이야기, 이야기들.

세배간 삼촌의 얼굴에 늘어난 주름살과 노년의 우울과 지나온 삶의 회한과

이야기, 이야기들.

누구는 시집을 가고, 누구는 직장 때문에 명절에 집에를 못 오고,

누구는 이제 막 학교 선생님이 되고, 누구는 군대를 가고, 한 해 만큼 덧쌓여진 이야기, 이야기들.

기억의 방 여기저기를 헤집어 꺼집어내 펼쳐놓은 추억의 잔해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무더기 무더기 쌓여 있는 이야기, 이야기들.

 

이제 정리의 시간.

널려진 무더기들 중 쓸 만한 몇 가지 갈무리해 한쪽으로 쟁여두고

휙휙 쓸어 담아 한 곳으로 몰아넣고 자물쇠를 채운다.

비어진 공간에 다시 채울 것을 찾아 수첩을 펼치니

생경스런 이물감이 도드라진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좀 더 가라앉기로 한다. 더 낮은 곳으로, 곳으로.

 

감각 만으로 푸른 바다를 떠돌던 한마리 물고기로 잦아들다가,

어느 순간인가,

불쑥 날개 달고 창공을 날아오른다.

 

이제, 새로운 날을 시작할 수 있을 게다.

 

연휴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