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의 '지질학 훈련은 왜 해야하나'에 대한 댓글을 쓰다보니 좀 길어져 옮겼습니다)

 

지질학자들이 즐기는 또다른 비유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지구의 나이를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로 환산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에베레스트에 오른다고 하자. 이 사람은 몇달, 아니면 몇 년동안 훈련을 할 것이다. 그리고 몇 주에 걸쳐 베이스캠프까지 갈 것이다. 베이스캠프를 떠난 이 사람은 빙하를 건너고 바위를 넘어 다시 며칠을 올라갈 것이고, 이 과정에서 공기가 점점 희박해지고 바람이 휘몰아치고 기온은 뚝 떨어질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이 사람은 정상에 오른다. 이 사람은 지구의 역사를 모두 통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까마득히 높은 산꼭대기에 서  있는 이 사람의 일생은 어느 정도의 길이일까산꼭대기에 방금 떨어진 눈송이의 두께 정도다.

 

지질학은 역사를 다루는 과학이다. 따라서 어떤 과학보다도 시간이라는 주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있다.

물리학 생물학 화학등의 학문이 초,, 시간, , 년과 같은 일상의 시간단위를 쓴다면 지질학에서만이 대, , ,통 등의 낭만적인 이름을 붙여 시간을 헤아린다.

 

천문학자들이 까마득한 거리를 재기위해 광년이나 메가파섹을 쓰듯이 지질학자는 까마득한 시간의 단위로 '지질시대'를 사용한다. 지질시대는 생물종의 출현이나 대량멸종을 기준으로 나뉜다. 지질학, 지질연표는 땅의 얘기가 아니라 그대로 '땅(대기를 포함한)과 생명'의 역사인 것이다.

 

 

지난 강의에서 초기지구의 생성과 암석을 공부하고

이번에 지구 46억년의 역사에서의 생명의 계통도를  관통하고 보니

"생명현상은 위대한 지질학적 힘이다"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세포의 춤도 결국은 원자들의 재배열"이다.

 

동물은 '혹스 유전자 발현이 특수한 공간적 양상을 나타내는 생명체'라는 박사님의 정의가 생생히 표현된

신생대 포유류 5천 4백종을 생각하니, 이제야 인간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브레인도 이 역사속에서만이 제대로 이해 될 수 있다.

 

대단하고 탁월한  프레임을 보여준 강의였다.

  

'내가 어떻게 내가 되었는지'에 대한 가깝고도 실질적인 답을 줄 수있는 이 지구과학을

학창시절 우리는 왜 그리 따분하고 부차적인 학문으로 치부했을까, 참 어이가 없다.

왜 우리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배우지 못한 것일까.

 

어떻게 '인간'이 되었고 '인간'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알수만 있다면

그 많은 어쭙잖은 훈계와 거추장스런 다툼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도 사회는 많이 평화로워 질 것이다. 

온갖 헛소리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가상의 정글속을  헤매느라 아파하던 눈물들도 환해지고. .

 

세상에,

알고보니,

어떻게 이런 기적이.

내가 접하고 있는 이 모든것이 꿈 같다.

아니 이게 모두 사실은 꿈이라는 것이 더 사실적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계속 벙글대는 내 얼굴을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