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들이 사는 그런 곳에서는 그런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어제 아침은 일찍도 깨어서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를 세탁기에 돌렸다. 그리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그 시간에 펼치자마자 들어온 구절이다. 법정스님의 홀로사는 즐거움 중에

그곳에서 그렇게 산다.’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구절이 아침나절 스며들더니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닌다.

 

그러고 있다 보니 내 주위에 사람들이 떠오른다. 몇 년 후면 환갑이 되시는데도 공부에 여념이

없으신 분이 계신다. 팔십이 다 되신 노모를 모시고 계시고, 얼마 전에 아들 결혼식을 시키셨다.

직장도 바쁘고, 노모를 모시기도 바쁘고, 아들 장가 보내기도 바쁘시다. 그 와중에 지구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보웬 도표를 외우시고, 고생물 연대표를 외우신다. 이런 분이 박자세에 많으시다. 이익우 회장님.jpg 그림2.jpg

  이익우 회장님이 웃고 계신다.                    김현미 선생님과 아드님, 뒷편에 홍경화 선생님

 몇 일 전에는 이런 분들이 많다는 것을 한 번 더 알게 되었다. 박자세 사이트를 통해 몇 년 전 천뇌

모임 사진을 보다가 낯이 익은 사람들을 발견한 것이다. 거기에 천뇌모임에서 항상 나랑 짝을

이루는 이익우 선생님께서 거기 계셨다. 조용히 뒷 자리에서 미소를 띠고 듣고 있는 걸 보았다.

누구보다 조용히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으셨던 것을 이제야 발견했다. 얼마나 반갑던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림3.jpg  

그리고 그 사이에 잘생긴 총각 한 명이 맑은 얼굴로 있는 걸 보았다. 최근 박자세 활동에 열성인 앤디

강훈 임동수 선생님이다. 나보다 몇 년 선배님이시다.

그 사진에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펌을 하신 창훈님과 그 뒤에 왼 손으로 턱을 괴고 집중하시는

홍경화 선생님, 지금이나 그 때나 변함없는 푸근함을 선사하는 홍종연 총무님, 환하게 웃으시는

법념스님, 저 뒤에 분홍색 옷이 잘어울리는 이홍윤 선생님을 보았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낯이 익다.

 

모든 것에는 있어야 하는 이유가 붙어 다닌다. 그리고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박자세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연이 쌓인 것일까를 말이다.

 

간만에 난 시간에 박자세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들여다 본다. 참으로 많은 얘기가

숨어있다.

 

난 가끔씩 숫자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생각을 한다. 55회라는 천뇌 모임의 숫자 뒤에 무엇이

숨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또 만나고, 또 만났다. 그리고 나눈 이야기가 하룻밤, 이틀밤, 쌓이고 쌓였을

것이다. 그들이 만난 별들은 여전히 머리 위에 빛나고 있다. 사진 속에 들어간 미소가 몇 바가지는

된다. 오도카니 앉아서 들은 강의가 뇌세포가 되어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시간들이 무언가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저 많은 시간 속에 숨쉬는 이야기가 마음 속

의미되어 사람을 모으고 모았을 테니 말이다.

 

55회라는 숫자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회부터 55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으니 맘이 이상하게 고요해 진다. 아마도 내가 그 자리에 같이 못했음이

아쉬워서 일께다. 그리고 고마워졌다. 하루 이틀 만들어진 모임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 끝없이

인내하고 노력한 사람들의 노고에, 한결같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박문호 박사님의 열정에 고마움과

감사를 느낀다.

 

박사님과 박종환 선생님께서 박자세 사무실을 알아보던 날을 기억한다. 저녘 7시에 만나기로 한

국립도서관을 가기 위해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의 미로 같은 지하통로를 지나 강남 성모병원

 앞을 가로질러 도서관을 올라가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근 다섯 달이

지나고 있다. 그리고 사단법인을 준비를 한다. 또 다른 숫자를 준비하고 있다.

사단법인 창단 기념일이 생기고, 박자세 출판사를 통해 첫 번째 책자가 발간이 될 것이다.

융합 심포지엄 앞에도 1회라는 숫자가 붙여질 것이고, 각 종 프로그램을 통해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공부를 좋아하고 자연과 독대할 시간을 고대하고, 하늘에 빛나는 별에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이 생긴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그런 곳에서는 그런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