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번 주의 일이다.

 

직장에서 있는 세미나 준비와 박자세 미국 학습탐사 자료 정리로 한 9시정도에

집으로 돌아왔다. 저녘도 건너뛰어서 그런지 발걸음도 터벅 터벅 힘이 없었다.

 

집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는데 검은 물체가 나를 따라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계단 높이가 25cm 안팎이었을테니 그 보다 작은 것이 계단을 오르겠다고 낑낑거리며

올라서더니 두 번째 계단에 도전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계단에서는 약간

버거웠는지 잠시 쉰다. 그리고는 올라서서 내 바지가랑이를 올라왔다.

 

고양이였다. 그것도 손바닥에 들어갈 만큼 조그만 녀석이다. 발에 하얀 장화를 신은 것처럼

뒷다리가 하얀 고양이다.

 

초대받지 않은 자리에 불쑥 들어와서는 내 발에서 떨어지지 않는 고양이를 조용히

보게된다. 

 

처음에 당황하다가, 신기하다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내가 그 녀석에게 한 마디했다.

 

" 야! 가~~~!!" 하고 말이다.

 

고양이는 가지를 않는다. 고양이도 내가  정말 가라고 한게 아니라는 걸 알았나보다.

빤히 나만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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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갈아입고, 손, 발 씻고 났더니 이 녀석 내 이불에서 온 몸 비비고 있다.

 

참 어이가 없다. 그래도 배고프겠거니해서 스팸 잘라다가 접시에 줬더니 조그만 입을

벌려 먹는다.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웃음이라니...

 

쪼그만 녀석이 배가 고팠는지 제법 큰 크기였는데도 다 먹는다.

 

목도 마르겠거니해서 물을 가지러 냉장고에 갔다와보니 자고 있다.

 

그냥 빤히 보고 있으니 채 2달이 될까 말까할 정도로 작다. 눈에 낀 눈꼽을 물티슈로

떼어내고 목에 스카프처럼 묶어주었다. 장난끼가 돌아서 손수건으로 덮어주었는데

그 안에 다 들어간다. 쪼그마해서 더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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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쩌나 내일 나는 모임에서 MT를 가게되어서 이틀은 지나야 돌아오는데

그렇다고 자고 있는 녀석을 깨울 수가 없어서 조그만 상자에 넣어서 재웠다.

 

다음날 뭐가 자꾹 코를 간지렵혀서 실눈 뜨고 봤더니 이 녀석이 내 코를 핥고 있다.

이런 녀석을 '개냥이'라고 한다고 한다. 고양이가 강아지같은 행동을 한다고 해서

붙여지는 별명이란다.

 

그리고는 구석지에 내가 잡동사니 모아놓은 둥근 수납통을 왔다 갔다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저리도 나를 귀찮게 하는가 싶어 누었다가 생각해 보니

녀석 배가고파서 그런가 싶어 어제 남은 스팸 잘라다 주었다.

 

키울까 생각하다가 이 녀석 키우다가 나도 힘들고 녀석도 힘들 것 같아

한 참 쳐다보다가 집 앞에 놓아두고 외출했다.

 

그리고 몇 일 있다 들어와 보니 녀석은 온데 간데 없다.

 

고양이가 왔다갔다했던 구석지 수납통 뒤에 새끼 손톱만한 배설물만 있을뿐이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침에 새끼고양이 울음소리에 깼다.

 

대충 옷을 걸치고 집 밖으로 나가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처음으로 알았다.

아침에 동네 분위기는 밤의 분위기와 다르게 활기차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 바퀴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들어오면서 

어느 집에 누군가가 스팸 잘라주고 있겠지 해 버린다.  

 

정말 기르다 사라졌으면 어쩔뻔 했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