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6일 현충일을 맞이 하야 열심히 미국 서남부 학습탐사 글을 쓰고 있었다.

저녘 10시쯤되어 배가 슬슬 고파와 어제 먹으려 장을 본 골뱅이 무침을 하려던 순간에

막내 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은 축산 경영을 전공하고 몇 년간 국회에 제출되는

보고서 작성 전문 연구소에서 일을 하다 지금은 전남 나주에 내려가 돼지와 소를 팔고 있다.

보통 돼지와 소를 판다고 하면 정육점 정도를 생각하는데 규모가 한 번 파는데 몇 천 만원 단위로

이루어져 제법 큰 육고기 가공업체이다.

 

오늘은 직원들끼리 아침부터 나가서 전화를 걸기 얼마 전까지 주거니 받거니 노닐고 왔단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우리 큰 형님 어떻게 사나 전화를 했다고 한다.

 

 어떻게 사시요?”

동생이 묻는다. 전라도 출신 아니랄까봐 구성진 사투리가 섞여 나온다.

 

 머다냐고?, 책 보고 있다. 막둥아!” 

내 손은 골뱅이 무침 버무리다가 와서 비닐 장갑이 끼워져 있다.

 

 뭔 책을 그라고 본다요. 쉬는 날 노라야제.”

은근히 장난을 쳐 온다.

 

 막둥아! 너 전화 잘 거렀다. 너 내가 미국 갔다 온거는 알지야.”

오늘 정리한 생각 들을 사람 생긴 것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알지요. 전화도 없고, 소식도 없고, 선물도 없어서 이라고 전화 안하요.”

그런다.

 

너 전화 잘 거렀다. 너 얘기 쪼깐 드러 바라잉.”

하고 나는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너 미국 알지?”

대 놓고 물었다.

 

그람. 알지요. 못가바서 그라지 잘 알지라.”

 내가 미국 갔다와서 잘난척이라도 할 줄 알았나 보다.

 

너 미국에 코끼리랑, 낙타랑, 뭐 거시기 호랑이 비슷한 거 산 거는 아냐?”

내가 몇 달째 보고 있는 책의 내용을 물었다.

  

뭔 소리요? 거기 다 그런거 있잖소. 사람 많이 사는데 동물원 있는거 당연한 거 아니것소.”

당연한 걸 묻는단다. 그래서 내가 웃으며 또 물었다

 

그라믄 그 코끼리랑 낙타가 허벌라게 큰 거는 아냐.”

 

크겄지요. 그것들 다 큰 놈들 아니요? “

자기도 볼 건 다 봤다는 거다.

 

아니 내 말은 그 코끼리가 지금 코끼리보다 거의 두 배가 더 크고, 나무 늘보 알지야?

고거랑 같은 과인디 크기가 지금 코끼리마냥 큰 놈이 있었다. 크기가 한 6미터 정도 되고,

발톱이 허벌라게 긴놈이여 폈다하믄 30센티 자때기가 손에서 팍 나온당께. 고놈이 느리다고

느린놈한티 한 번 당해볼래? 근디 고 놈 뒤에 입에다가 칼을 바짝 물고 째려보는 놈이 있는디 그 크기가 놀라지 마라잉, 너 파는 소 있지. 그 황소보다 크당께. 그런 놈들이 천지 빼까리로 있었던

동네가 미국이다. 근디 그런 놈들 뼈가 한 장소에서 천 개도 아니고 이천 개도 아니고 4백만 개 화석이 나왔다믄 믿겄냐?”

북아메리카에 살던 대형 포유류를 아느냐고 묻는 것이다.

 

오매 그란일이 어딨다요. 있다믄 나도 한 번 가봐야 쓰겄구만.”

내 동생이지만 참 순수하다. 대뜸 보고 싶단다. 

 

그라제. 완전 갱기한 일이지. 그란디 고놈들이 한 구덩이에서 고라고 많이 나왔으믄 고놈들

살았을 때는 어쨌겄냐?”

내가 물었다.

 

암만해도. 살기 좋은께 그라고 많이 살았지 않겄어요?”

동생이 답한다.

 

내말이 그말이여. 근디 고놈들이 어딨냐고?”

 내가 정말 궁금해하며 묻는다.

 

그라지요 지금은 없지요. 그라믄 성님! 고놈들 고기 값 좀 나왔겄는디요. 사료로 쳐도 수 백 깨졌겄소?”

내 동생은 판매 쪽 일보다는 사무쪽일을 더 많이해서 그런지 일단 큰 동물이 더 많은 사료값이 나가겠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라지. 그 등치 유지할라믄 암만해도 어지간히 묵어서는 택도 없지. 내가 요즘 그 생각으로 시간 보낸다. 고런 큰 놈들이 허벌라게 발견된 장소가 로스엔젤레스 시내 한 복판이란다. 그것도 4백 만점 이상이라고 하고, 심지어는 아직도 파고 있단다. 내가 궁금한 건 어떤 놈이 나왔냐가 아니여. 나온놈이야 큰 놈이 나올수도 있지. 내가 너보다 크잖냐. ㅋㅋ

순간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육식동물이 대형이면, 초식동물도 대형이겠지. 초식동물이 대형이면 식물이 많아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아라는 생각을 순식간에 동생이 하는 걸 보고 역시 돈으로 표현하는 순간 이해가 빨리 오는 구나를 느꼈다.  

성님! 귀에 이상한 소리 들려서 끊을라요.”

내가 자기보다 크다는 소리에 장난을 친다.

 

아랐서, 아라써. 근께 한 번 생각해 봐라. 고 놈들이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갔을까? 어떻게 살았고, 그 당시에 뭘 먹고 살았고, 날씨는 어땠을까를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지금에 없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어디서 왔을까를 생각하는거 아니겄어?”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 내가 고민하고 느낀 이야기를 하였다.

 

형님은 늘 사람을 부럽게 만드요? 고런게 있다믄 빚을 내서라도 보고잡소.”

 

뭔 소리여? 궁금하지 않냐고 물으니께. 엉뚱한 소리여?”

 

그리고 동생은 화장실 가야 되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내가 만약 산소를 만든 시아노박테리아를 얘기하고, 22억 년 전에 빙하기를 이야기하고, 20억 년에 걸쳐 세포들을 엮기 위해 콜라겐을 세포에서 분비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면 내 동생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지만 적어도 타르핏의 이야기가 미국을 생각할 때 이제는 먼저 생각하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에 고마울 뿐이다. 이 번 여름에 몽골에 같이 가는 건 어떠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휴가 때도 삼겹살은 먹어서 자기는 못 간다고 말하는 동생녀석의 말에 그냥 웃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