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6월 6일 현충일을 맞이 하야 열심히 미국 서남부 학습탐사 글을 쓰고 있었다.
저녘 10시쯤되어 배가 슬슬 고파와 어제 먹으려 장을 본 골뱅이 무침을 하려던 순간에
막내 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은 축산 경영을 전공하고 몇 년간 국회에 제출되는
보고서 작성 전문 연구소에서 일을 하다 지금은 전남 나주에 내려가 돼지와 소를 팔고 있다.
보통 돼지와 소를 판다고 하면 정육점 정도를 생각하는데 규모가 한 번 파는데 몇 천 만원 단위로
이루어져 제법 큰 육고기 가공업체이다.
오늘은 직원들끼리 아침부터 나가서 전화를 걸기 얼마 전까지 주거니 받거니 노닐고 왔단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우리 큰 형님 어떻게 사나 전화를 했다고 한다.
동생이 묻는다. 전라도 출신 아니랄까봐 구성진 사투리가 섞여 나온다.
내 손은 골뱅이 무침 버무리다가 와서 비닐 장갑이 끼워져 있다.
은근히 장난을 쳐 온다.
오늘 정리한 생각 들을 사람 생긴 것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런다.
“ 너 전화 잘 거렀다. 너 얘기 쪼깐 드러 바라잉.”
하고 나는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 너 미국 알지?”
대 놓고 물었다.
“ 그람. 알지요. 못가바서 그라지 잘 알지라.”
“ 너 미국에 코끼리랑, 낙타랑, 뭐 거시기 호랑이 비슷한 거 산 거는 아냐?”
“ 뭔 소리요? 거기 다 그런거 있잖소. 사람 많이 사는데 동물원 있는거 당연한 거 아니것소.”
“ 그라믄 그 코끼리랑 낙타가 허벌라게 큰 거는 아냐.”
“ 크겄지요. 그것들 다 큰 놈들 아니요? “
자기도 볼 건 다 봤다는 거다.
“ 아니 내 말은 그 코끼리가 지금 코끼리보다 거의 두 배가 더 크고, 나무 늘보 알지야?
고거랑 같은 과인디 크기가 지금 코끼리마냥 큰 놈이 있었다. 크기가 한 6미터 정도 되고,
발톱이 허벌라게 긴놈이여 폈다하믄 30센티 자때기가 손에서 팍 나온당께. 고놈이 느리다고
느린놈한티 한 번 당해볼래? 근디 고 놈 뒤에 입에다가 칼을 바짝 물고 째려보는 놈이 있는디 그 크기가 놀라지 마라잉, 너 파는 소 있지. 그 황소보다 크당께. 그런 놈들이 천지 빼까리로 있었던
동네가 미국이다. 근디 그런 놈들 뼈가 한 장소에서 천 개도 아니고 이천 개도 아니고 4백만 개 화석이 나왔다믄 믿겄냐?”
북아메리카에 살던 대형 포유류를 아느냐고 묻는 것이다.
“ 오매 그란일이 어딨다요. 있다믄 나도 한 번 가봐야 쓰겄구만.”
“ 그라제. 완전 갱기한 일이지. 그란디 고놈들이 한 구덩이에서 고라고 많이 나왔으믄 고놈들
살았을 때는 어쨌겄냐?”
내가 물었다.
“ 암만해도. 살기 좋은께 그라고 많이 살았지 않겄어요?”
동생이 답한다.
“ 내말이 그말이여. 근디 고놈들이 어딨냐고?”
“ 그라지요 지금은 없지요. 그라믄 성님! 고놈들 고기 값 좀 나왔겄는디요. 사료로 쳐도 수 백 깨졌겄소?”
“ 그라지. 그 등치 유지할라믄 암만해도 어지간히 묵어서는 택도 없지. 내가 요즘 그 생각으로 시간 보낸다. 고런 큰 놈들이 허벌라게 발견된 장소가 로스엔젤레스 시내 한 복판이란다. 그것도 4백 만점 이상이라고 하고, 심지어는 아직도 파고 있단다. 내가 궁금한 건 어떤 놈이 나왔냐가 아니여. 나온놈이야 큰 놈이 나올수도 있지. 내가 너보다 크잖냐. ㅋㅋ”
“ 성님! 귀에 이상한 소리 들려서 끊을라요.”
내가 자기보다 크다는 소리에 장난을 친다.
“ 아랐서, 아라써. 근께 한 번 생각해 봐라. 고 놈들이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갔을까? 어떻게 살았고, 그 당시에 뭘 먹고 살았고, 날씨는 어땠을까를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지금에 없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어디서 왔을까를 생각하는거 아니겄어?”
“ 형님은 늘 사람을 부럽게 만드요? 고런게 있다믄 빚을 내서라도 보고잡소.”
“ 뭔 소리여? 궁금하지 않냐고 물으니께. 엉뚱한 소리여?”
그리고 동생은 화장실 가야 되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내가 만약 산소를 만든 시아노박테리아를 얘기하고, 22억 년 전에 빙하기를 이야기하고, 20억 년에 걸쳐 세포들을 엮기 위해 콜라겐을 세포에서 분비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면 내 동생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지만 적어도 타르핏의 이야기가 미국을 생각할 때 이제는 먼저 생각하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에 고마울 뿐이다. 이 번 여름에 몽골에 같이 가는 건 어떠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휴가 때도 삼겹살은 먹어서 자기는 못 간다고 말하는 동생녀석의 말에 그냥 웃을 뿐이다.
아따 두 냥반 솔찬히 거시기 허네.
시방까지도 고로꼬롬 야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믿기질 않고만요.
포도시라도 쬐까나마 알아먹는 사람들 있기를 바라요.^^ㅎㅎ